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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김정은 유고 시 어쩔 건가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둘러싸고 온갖 루머가 춤춘다. 분명한 건 당장은 아닐지언정 언제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독하거나 숨져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대로 준비돼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겉으론 그럴싸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가 답이다.
 

한·미, 북한 급변사태 대비 외면
고도비만 김정은, 불안한 게 사실
‘작계 5029’ 손질하고 실행해야

북한 급변사태란 돌발적 중대사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는 걸 뜻한다. 김정은 유고, 쿠데타, 내전, 민중 봉기 등이 발생하면 북한 내에서 극도의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호전적 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 내부 결속을 위해 남쪽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북한 붕괴론’이 힘을 얻던 1990년대 중반이었다. 동유럽 공산권 몰락과 경제난으로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 모두 끊긴 데다 흉작까지 겹쳐 북한 경제는 최악으로 떨어졌다. 30만 명 넘게 굶어죽었다는 이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체제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터라 북한 붕괴에 대한 대응방안이 이 무렵 한미연합사 주도로 논의되기 시작해 1999년 ‘개념계획 5029’란 이름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여기엔 구체적 실행방안은 빠졌다. ‘작전계획(작계)’이 아닌 ‘개념계획’으로 불린 이유다. 그랬던 개념계획 5029는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큰 폭의 보완을 거쳐 ‘작계 5029’로 거듭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핵무기 유출도 급변사태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 밖에 급변사태 시 북한을 4개 지역으로 쪼개 미국·일본, 중국, 러시아 및 유엔이 분할 통치하는 방안을 미 국방부가 마련해 뒀다는 보도도 있다. 요컨대 공식적으론 작계 5029를 비롯해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청사진이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권에 따라 북의 급변사태 대비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까닭이다. 실제로 2012년 말 공개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 마련한 작계 5029를 거부했다고 김정일에게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왜 그랬을까. 이미 타계한 노 대통령이 말할 순 없는지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신 나서서 해명했다. 그가 밝힌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작계에 따르면 핵무기 유출 시 미군 지휘하의 한미연합군이 휴전선 너머로 투입되게 돼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커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 대통령은 북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반대했고, 북의 급변사태에 대처하는 작전 수립 자체를 못마땅해했다”는 게 유 이사장의 설명이다.
 
굳이 옛 사연을 들추는 건 똑같은 정서가 현 정부에도 서려 있는 듯한 까닭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017년 미국·독일 연설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이와 관련, 한국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24일 일본 언론에 눈길을 끄는 글을 썼다. 여기서 그는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붕괴에 관심이 없으며 이를 거론해선 안 될 ‘자기성취적 예언’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자기중심적 성격 탓에 작계 5029를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결국 한·미가 공들여 만든 작계 5029는 무용지물이 될 거란 얘기다.
 
이번에는 별 탈 없이 넘어갈지 모른다. 하나 김정은의 건강상태는 앞으로도 계속 불안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원치 않아도 북한의 급변사태는 당장에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정부는 먼지 수북한 작계 5029를 꺼내 새로 손질하고 언제든 실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현 정권이 아무리 바란다고 체중 130kg에 술·담배를 즐기는 김정은이 계속 건강하게 활보할 수는 없다. 19세기 영국의 명재상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이렇게 충고한다. “최선을 기대하고 최악을 대비하라”고.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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