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미
션 따라서 “받은 것 돌려주자” 결심
11년간 어려운 해외아동 41명 후원
아이들 보러 간 필리핀서 깜짝파티
“여자는 저 하나였지만 외로운지도 몰랐어요. 이홍렬·임하룡·주병진·전유성 같은 선배들이 워낙 이뻐하고 챙겨주셨거든요. 20대 땐 날아다니다시피 일했죠.”
TBC를 시작으로 MBC·KBS가 잇따라 개그콘테스트를 도입하면서 기존 코미디와 다른, 톡톡 튀는 입담 위주 개그가 새 주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성미는 대화의 흐름을 비트는 ‘반전’ 유머에 능했다. 한 중견 코미디작가는 “이성미는 SBS ‘코미디 전망대’ 같은 프로에서 촌철살인 코멘트로 흐름을 요리했다”고 돌아봤다. “대인관계가 좋고 센스가 뛰어나야 가능한 재주”란다.
자녀들 유학으로 7년(2002~2009) 공백을 뒀음에도, MC·패널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도 이 덕분 아닐까. 40주년 행사 계획을 물었을 땐 손사래를 치며 “후배들에게 민폐”라고 했다. “선배가 될수록 지갑을 열고 입은 닫아야죠. 사실 캐나다 생활하고 돌아오니 방송에서 공개코미디 하려는 PD도 별로 없고 후배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아요. 선배로서 해줄 게 없나 고민이에요.”
지난해 환갑 땐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필리핀 마닐라 어린이센터에 동료 연예인들과 3박4일 방문했다. 컴패션 후원은 2009년 가수 션을 따라 시작했다. 그의 후원 숫자 10분의 1만 하자고 한 게 어느새 41명까지 늘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이들이 ‘해피 버스데이~’ 하면서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어요. 죽기 전 한 일 중에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코로나19에 그 아이들이 무사한지 걱정돼요.”
![1980년부터 공채 개그우먼 1호로 활동하던 당시에 주병진(오른쪽)과 연기하는 모습.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4/28/1480aad1-5e6a-43c1-b290-722a58ead990.jpg)
1980년부터 공채 개그우먼 1호로 활동하던 당시에 주병진(오른쪽)과 연기하는 모습. [중앙포토]
위계가 엄격하고 ‘군기’ 세기로 유명한 개그맨들 안에서도 이성미는 ‘무서운 선배’로 소문난 편. 스스로는 “무섭다기보다 엄한 선배”라고 말했다.
“내가 그렇게 살아서였겠죠. 스스로 엄하지 않으면 해이해지기 쉬웠는데, 허투루 보낼 시간이 없었어요. 좀 떴다고 ‘먹고 놀자’ 했다가 스러진 사람들 많이 봤어요.”
암수술 등 위기를 겪고 60대가 되니 이제야 “지나온 세월이 감사하고 소중한 걸 알겠다”고 했다.
조만간 유튜브도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일없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우리 나이에도 새로운 걸 해야죠. 도전이 없는 것은 정신적으로 죽어가는 거예요. 도태되지 않도록, 건강한 경쟁을 계속해보겠습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