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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뮤지엄 제대로 해라" 구속된 '경찰총장' 살린 한 마디

지난 1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30)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승리가 속했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 총경의 의혹이 처음 드러났다. [뉴스1]

지난 1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30)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승리가 속했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 총경의 의혹이 처음 드러났다. [뉴스1]

그들만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의외의 무죄 판결이 나온 걸까.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와 정준영의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규근(50) 총경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윤 총경 '통무죄' 판결문 분석, 檢 "납득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선일)는 지난 24일 윤 총경에게 검찰이 적용한 네 가지 혐의(알선수재·자본시장법 위반·직권남용·증거인멸)에 모두 무죄를 줬다. 법원에서 보기 어려운 이른바 '통무죄'가 나온 것이다. 윤 총경은 지난해 10월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된다"며 구속됐던 인물이라 여파는 컸다. 

28페이지짜리 윤 총경 판결문에는 "인정하기 부족"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해"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표현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지난해 10월 경찰이 놓친 혐의로 윤 총경을 구속기소하며 경찰을 당혹하게 만들었던 검찰이었다. 1심 재판부는 왜 검찰 수사에 동의하지 못한 것일까. 
 

"몽키뮤지엄 하려면 제대로 해라"

경찰과 검찰이 모두 찾아낸 윤 총경의 '몽키뮤지엄' 직권남용 혐의부터 보자. 윤 총경은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운영했던 주점 '몽키뮤지엄'의 단속 내용을 강남경찰서에 근무하던 후배 경찰관에게 확인한 뒤 유 전 대표 측에 알려준 혐의를 받았다. 유 전 대표와 윤 총경 사이에 '다리' 역할을 했던 사람은 윤 총경에게 수천만원의 주식을 제공하려한 혐의를 받는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모 전 대표다. 정 전 대표는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윤 총경이 당시 강남경찰서에 근무하던 후배 경찰관을 통해 몽키뮤지엄의 수사 상황를 확인하고 이를 정 전 대표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 총경이 수사 상황을 전해 들은 뒤 정 전 대표에게 "문제가 되니 (몽키뮤지엄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그만두라"고 말한 사실에 주목했다. 청탁을 받은 경찰관이 할 소리는 아니란 판단이다. 다만 법원은 윤 총경의 부탁을 받고 다른 실무자에게 수사상황을 물어본 후배 경찰관이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혐의들은 경찰이 아닌 검찰이 찾은 것들이다. 뇌물 등이 포함돼 형량이 세다. 윤 총경은 앞선 혐의와 달리 이 지점에선 사실관계부터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무죄는 특히나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버닝썬 사건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총경이 지난해 10월 알선수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윤 총경은 당시 구속됐다. [연합뉴스]

버닝썬 사건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총경이 지난해 10월 알선수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윤 총경은 당시 구속됐다. [연합뉴스]

윤 총경에게 주식 1만주를 주려 한 혐의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자신의 사기·횡령사건 수사 청탁을 대가로 윤 총경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자사 주식을 주려했다고 봤다. 뇌물 사건의 특성답게 정 전 대표와 윤 총경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린다. 법원은 정 전 대표가 윤 총경에게 자신의 회사 주식 1만주를 주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은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윤 총경에게 사건을 청탁하며 "향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주식을 주려했다"고 진술한 사실도 인정했다. 윤 총경은 "청탁은 없었고 공직자라 형 이름으로 정 전 대표 주식을 매수하려다 포기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정 전 대표가 윤 총경에게 주식을 주려한 혐의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정 전 대표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경찰관 2~3명으로부터 정 전 대표를 '친절하게 대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전화가 윤 총경의 부탁으로 왔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주식이 실제 전달되지 않아 무죄가 나온 것 같다"며 "두 사람 사이의 주식 이전에 대한 의사 합치 여부를 항소심에서 달리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규근 총경이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규근 총경이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 총경의 미공개정보 거래 혐의 

두 번째는 윤 총경이 정 전 대표에게 미공개 정보를 듣고 정 전 대표 회사 주식을 거래한 혐의다. 법원은 정 전 대표가 일부 호재를 공시 전 윤 총경에게 알려줬다는 진술은 인정했다. 하지만 윤 총경이 실제 주식 거래에서 손해를 봤고, 정 전 대표가 알려준 내용이 언론에 먼저 보도됐거나 허위 공시였으며, 윤 총경의 주식 거래 행태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줬다.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미공개정보 거래는 거래 질서를 해할 때 처벌하는 규정이라 윤 총경이 손해를 봤는지는 범죄인정에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판결문을 보면 윤 총경은 감자가 이뤄진 뒤 유상증자를 할 것이란 말을 듣고 주식을 매도한 뒤 바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전형적인 거래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경은 미공개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부정하고 있다. 
 

한강에 휴대폰을 버린 정 대표 

마지막은 증거인멸 혐의다. 법원은 지난해 3월 윤 총경이 경찰 수사를 받던 날 정 전 대표에게 "급히 전화주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 정 전 대표가 윤 총경으로부터 "이상한 내용이 있으면 다 지우라"는 말을 전화로 들은 사실은 인정했다. 정 전 대표는 그 말을 들은 나흘 뒤 자신의 휴대폰을 성수대교 남단에 버렸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버닝썬 의혹만 대대적으로 보도돼 "피고인이 지금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지점에 대한 갑론을박도 거세다. 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당시 윤 총경의 머릿속에 어떤 수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쉽게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클럽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김상교(왼쪽)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질의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클럽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김상교(왼쪽)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질의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판결 납득 못 하겠다는 檢

윤 총경은 24일 구치소를 나오며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시작된 검찰의 억지 기소와 먼지털기식 수사에 사법 정의가 굳건함을 보여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이 100% 결백하거나 공소사실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피고인만 알 것"이라 말했다. 윤 총경을 검찰 수사의 '희생양'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1심의 경우 유죄 증명의 정도를 매우 엄격히 판단해 윤 총경이 무죄를 받았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와 진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항소를 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란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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