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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1도 안파는 침대 매장…오프라인 매장 반격 시작됐다

오프라인 매장의 하락세는 예견된 일이었다. 백가지 상품이 있다는 백(百)화점은 수만 가지 상품을 보유한 온라인 매장을 따라가기 어렵다. 아마존과 배달의 민족,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기반의 대형 유통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그 흐름은 더 거세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내일 먹을 음식을 사러 대형 마트에 갈지, 마켓컬리의 주문 버튼을 누를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선택지마저 사라졌다. 집 밖 매장보다 '집콕' 생활이 바람직하다는데 어쩌겠나. 코로나19가 해결된 미래엔 어떨까. 소비자는 한 번 맛본 온라인 세계의 편리함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소매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다면, 인건비·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낡은 사업 모델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이 아예 없어지진 않을 터. 온라인에 주도권을 뺏긴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할까.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삶. 디지털 일상화가 가속화되고 유통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미래에 오프라인 매장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픽 신용호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삶. 디지털 일상화가 가속화되고 유통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미래에 오프라인 매장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픽 신용호

 

유통의 주도권은 온라인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살길은 강렬한 콘텐트
매출보다 브랜드 인지도 높이는 게 관건
비슷한 관심사 가진 ‘사람’을 만나게 하라

아주 크거나 아주 작거나, 콘텐트 거인들의 시대

쇼핑뿐 아니라 문화, 예술, 미식 등 다채로운 콘텐트를 제안한다는 갤러리아 광교. 사진 갤러리아

쇼핑뿐 아니라 문화, 예술, 미식 등 다채로운 콘텐트를 제안한다는 갤러리아 광교. 사진 갤러리아

지난 3월 2일 경기도 수원에 문을 연 ‘갤러리아 광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픈 초반 매일 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무엇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일단 외관부터가 압도적이다. 거대한 암석층의 단면같은 건물 전체를 반짝이는 유리 통로가 나선형으로 감싸고 있다. 이 통로를 중심으로 공간 곳곳에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아트워크부터 오브제, 디자인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소품 등이 전시된다. 현재는 네덜란드 작가 특집 ‘더치 퍼레이드’가 전시 중이다. 6m 대형 프린팅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1층엔 마르텐 바스의 대형 시계 작품 ‘스위퍼즈 클락’이 걸려있다. 연 2회 테마가 새롭게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쇼핑 공간이라기보다 체험을 위한 거대한 테마 파크같다. 물건이 아닌, 공간과 콘텐트를 파는 셈이다. 
갤러리아 광교 각 층마다 다양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지랑이를 형상화한 작품. 사진 갤러리아

갤러리아 광교 각 층마다 다양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지랑이를 형상화한 작품. 사진 갤러리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강렬한 콘텐트’에서 찾는다. 그 장소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는 콘텐트를 팔아야한다는 얘기다. 갤러리아 광교처럼 대형 자본만이 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작은 규모의 가게라도 특화된 매력이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서울 성수동의 수입치즈 소매점 ‘유어네이키드치즈’, 연희동의 양갱집 ‘금옥당’, 서촌의 친환경 편집숍 ‘서촌도감’, 강릉에서 문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포스트카드오피스’ 등은 작지만 강한 콘텐트를 지닌 가게들이다. 도시 기획자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고유한 콘텐트를 기반으로 매출을 올리는 소매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개인이 줄 수 없는 경험과 가치를 선보이는 대형 매장과 강한 매력이 있는 작은 매장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결국 크거나 작거나의 문제라기보다 없어졌을 때 아쉬운 상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희동의 양갱집 '금옥당.' 다른 곳에서 볼 수없는 특화된 매력이 있다. 사진 중앙포토

연희동의 양갱집 '금옥당.' 다른 곳에서 볼 수없는 특화된 매력이 있다. 사진 중앙포토

 

공간으로 마케팅하라

꼭 매장에서 매출이 나와야만 답일까. 온라인으로 충분히 물건을 잘 판매하는 브랜드라면 오프라인 공간은 매출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즉, 성과의 지표를 바꿔야 한다. 높은 매출보다 브랜드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여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매장이 경쟁력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로 거대한 광고판이 될 수 있다. 성수동에 문을 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팝업 매장 전경. 사진 시몬스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로 거대한 광고판이 될 수 있다. 성수동에 문을 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팝업 매장 전경. 사진 시몬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시몬스 침대의 팝업 매장 ‘하드웨어 스토어’에는 침대 관련 상품은 하나도 없다. 브랜드 1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철물점으로 안전모·작업복·목장갑은 물론 각종 공구부터 볼펜·양말·야구 모자 등의 굿즈를 판다. 크기는 약 11.5㎡(3.5평), 한 번에 2~4명만 들어올 수 있는 매장 앞에는 오픈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팀 상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통할 수 있도록 '힘을 뺀'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실질적 매출보다는 브랜드를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벌써 SNS에는 성수동의 가볼만한 매장으로 이곳을 소개하는 포스팅이 줄을 잇는다. 이 과정에서 시몬스의 1950년대 광고가 입혀진 틴 케이스, 시몬스 배송기사가 썼던 모자, 시몬스 로고가 박힌 공구와 굿즈가 함께 언급된다. 제품이 없어도 매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이 된 셈이다.  

침대 브랜드지만 침대 관련 상품은 없고, 시몬스 로고가 박힌 각종 물품을 판매한다. 사진 시몬스

침대 브랜드지만 침대 관련 상품은 없고, 시몬스 로고가 박힌 각종 물품을 판매한다. 사진 시몬스

임대형 팝업 매장인 성수동 ‘프로젝트 렌트’ 역시 오프라인 매장의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 공간이다. 약 19.8㎡(6평) 남짓의 작은 매장은 월 단위 혹은 주 단위로 주인이 바뀐다. ‘작은 브랜드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콘셉트로 한시적 매장을 열고 싶은 작은 브랜드들이 이곳을 대여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침구 브랜드 ‘그림 호텔’의 팝업 매장이 열리고 있었다. 침구와 함께 린넨 돗자리와 플라스틱 바구니, 수첩과 포스터 등 브랜드 로고를 입힌 굿즈들이 눈길을 끈다. 낯선 온라인 전용 브랜드였지만 공간을 보고나니 브랜드를 이해하기 쉬워졌다. 실제로 이곳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한 문구숍 ‘프렐류드’는 SNS 팔로워가 200% 이상 증가했다. 서점 ‘오키로북스’는 온라인 판매가 300% 급증했다. 렌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잘 만들어진 공간이라면 기꺼이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브랜드를 알리고 콘텐트를 보여주는 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공간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브랜드들에 공간을 대여해 소비자가 제품과 콘셉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성수동 '프로젝트 렌트.'

작은 브랜드들에 공간을 대여해 소비자가 제품과 콘셉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성수동 '프로젝트 렌트.'

 

그럼에도 사람이 만나고 싶다

매끈한 온라인 세계에선 충족될 수 없는 복잡한 아날로그의 맛. 오프라인 매장이 겨냥할 것은 멋진 공간 콘텐트, 체험거리뿐만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온라인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는 무의미할 때가 많다. 숫자는 적어도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살롱 문화’를 즐기고 커뮤니티 기능을 확장시키는 오프라인 매장이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은 커뮤니티 전략을 잘 구사하는 브랜드다. 요가복과 운동 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룰루레몬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요가를 배우고 명상을 하며 맥주를 마신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온라인 모임을 갖고 있지만, 이전만 해도 매장을 중심으로 한 활동은 활발했다. 서울 연희동의 철물점 ‘정음철물’ 역시 철물 편집 매장인 동시에 동네 커뮤니티다. 건축이나 공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은 강의를 듣는다. 오는 22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여는 ‘공간 와디즈’도 온라인의 한계를 오프라인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물건을 만드는 메이커(생산자)가 온라인을 통해 펀딩했던 물건을 실제로 보여주고, 서포터(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연희동에 있는 철물공구 편집숍 '정음철물.' 집수리는 물론 인테리어 상담 및 공사 진행까지 할 수 있는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축 및 공간 관련 각종 클래스를 여는 신개념 철물점이다. 사진 정음철물

연희동에 있는 철물공구 편집숍 '정음철물.' 집수리는 물론 인테리어 상담 및 공사 진행까지 할 수 있는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축 및 공간 관련 각종 클래스를 여는 신개념 철물점이다. 사진 정음철물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온라인 세계에서 한계를 느낀 젊은 세대는 손으로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 '꺼리'를 원하고 있다”며 “비효율적이고 귀찮아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직접 만난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데서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오프라인 매장은 기업의 소비자 행태 관련 데이터 수집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어차피 모든 소비가 온라인에서 일어난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교한 소비자 행동 분석은 오프라인 공간에 모인 실제 소비자들로부터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남성을 위한 편집숍인 광교 앨리웨이의 '스트롤.' 추후 멤버쉽으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스펜서룸과 리큐어숍. 남자들의 아지트 공간으로 이웃과 편안하게 소통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사진 스트롤

남성을 위한 편집숍인 광교 앨리웨이의 '스트롤.' 추후 멤버쉽으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스펜서룸과 리큐어숍. 남자들의 아지트 공간으로 이웃과 편안하게 소통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사진 스트롤

 
책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우리가 직면한 선택은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가 아니다. 실제 세상은 흑도 백도 아니고, 심지어 회색도 아니다. 현실은 다양한 색상과 수많은 질감과 켜켜이 쌓인 감정들로 이루어진다. 현실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희한한 맛이 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과 온라인 일상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보다 인간 중심적인 오프라인 경험을 여전히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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