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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이 낸 휴대폰, 영장 없어도 증거 인정" 2심 뒤집은 대법

[뉴스1]

[뉴스1]

“이 해석이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영장주의 원칙에는 오히려 충실하다” (2심 판결문 일부)

 
현행범 체포된 불법 촬영 혐의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이후 경찰은 따로 영장을 받지는 않았다. 이 휴대 전화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 
 
한 하급심 재판부가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른 ‘영장 없는 압수’는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형소법 218조는 피의자 등이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재판부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는 다른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해석이 영장주의 원칙에 오히려 충실하다”고 썼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불법 촬영 현행범 체포…경찰에 휴대전화 제출

A씨는 2018년 5월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서 있는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했다.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았고, 다음날 새벽 A씨는 돌려보냈지만 휴대전화는 압수한 채 사후 영장은 발부받지 않았다. 이후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체포 직전 촬영한 사진 외에도 다른 불법 촬영 의심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총 7차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양형만 재판부에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범죄 전과가 두 차례나 있지만, 현재 반성하고 있고 4명의 어린 자녀를 기르고 있다는 사정을 양형에 참작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하지 않았고, 검사만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했다. 그렇게 열린 2심 재판은 단 두 차례 진행됐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징역 1년 2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압수된 A씨의 휴대전화는 위법하게 압수된 증거이고, 이 휴대전화에서 나온 모든 증거는 유죄의 근거로 쓰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법정에서 자백했고 피해자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A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A씨 휴대전화에서 나온 불법 촬영물들은 전혀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불법 촬영물 없는 유죄 판결’이 된 셈이다.

 

2심 “현행범 체포 시 임의 제출 인정 안 돼” 

지난해 이 2심을 선고한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오원찬)는 형소법 조항을 판결문에 싣고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는 검사나 경찰이 현행범 체포를 할 때 형소법 218조에 따라 피의자 등이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일선에서 피의자 임의제출에 대한 압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데도 긴급 압수수색절차 및 압수물에 대한 사후영장 절차는 거의 없는 것이 통례이다”라는 형소법 책 내용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2심은 “수사기관은 현행범 체포 피의자에게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져서 임의제출을 거절하는 피의자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게다가 체포된 피의자에게서는 ‘임의 제출 의사’를 기대할 수도 없다고 봤다. 자수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 스스로 죄를 증명하는 물건을 낸다는 것은 정서상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만약 현행범 체포 때 임의 제출 의사를 진술받아 추후 수사기관이 제출하더라도 이는 ‘우월적 지위의 수사기관 영향’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2심은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사후 압수 수색영장 없이 임의 제출 형식으로 이뤄지는 압수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 “현행범이 제출한 물건 영장 없이 압수 가능”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법리를 잘못 이해했을 뿐 아니라 선고가 나기까지 심리가 미진했다며 절차상 문제도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와 마찬가지로 “현행범 체포 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소지자가 임의로 내는 물건을 형소법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검사나 경찰은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2심이 이 사건에서 휴대전화 제출에 임의성이 있었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했다고 짚었다. A씨는 1심 때부터 줄곧 휴대전화 임의 제출 여부는 단 한 차례도 주장한 적이 없었다. 재판부도 이에 대해 따져보라고 검사에 촉구한 적도 없었으면서 선고 때 직권으로 이런 판단을 내린 건 잘못이라는 뜻이다.
 
대법원은 “2심은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던 휴대전화 제출 임의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전에 추가 증거조사를 하거나 임의성에 대해 더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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