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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사라지며 일감 바닥…대출도 막혀 집 팔아야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홀로’ 활황을 누리는 분야가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이다. 연일 청약 1순위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생존기]

그런데 활황을 맞아 한창 바빠야 하는데 한숨 쉬는 사람이 있다. 분양 상담사인 박모 씨다. 40대인 박씨는 분양 업무만 20년째인 베테랑이다. 그런 박씨가 분양 성수기인 3월 집에만 있었다. 7개월째 수익은 ‘0원’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분양을 마지막으로 겨울 비수기를 보내고 2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분양을 진행했어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분양 상담사 박씨가 9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빈 견본주택을 지키고 있다. 최정동 기자

분양 상담사 박씨가 9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빈 견본주택을 지키고 있다. 최정동 기자

분양 상담사는 계약을 성사시킨 만큼 수익을 얻는 개인사업자다. 분양업계는 계절적인 영향이 커서 박 씨 같은 분양상담사는 2~5월, 9~10월에 일년치 수익을 얻는다. 박씨는 지난해 3월만 연수익의 30%인 1500만원을 벌었다. 박씨는 “2~5월에 연수익의 70%는 벌었어야 했는데 걱정이 크다”며 “남편도 분양 상담사라 사정이 같아 6개월 넘게 가계 소득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 알바도 못 구해

 
박씨는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박씨를 받아주는 음식점이 없었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였다. 박씨의 남편은 대리운전을 했지만, 일감이 없어 허탕치는 날이 많았다. 박씨는 “음식점도 손님이 없어 기존 직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며 “남편도 버스운전을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경험이 없어서 취직이 안됐다”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행은 소득이 들쭉날쭉한 개인사업자인 박씨 부부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만지작거리는 카드는 살고 있는 집을 파는 것이다.
 
박씨는 “대학생인 첫째 애는 휴학하고 군대에 가기로 했는데 재수를 결정한 둘째 애가 기숙학원에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부담스럽고 대입은 아이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인데 학원비는 꼭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을 팔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아파트를 팔아도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면 주변에 전셋집을 얻기에 부족하다. 결국 월세를 살거나 전세대출을 받아야 한다. 지출이 별반 줄지 않는다.
 

빈 견본주택으로 출근

 
박씨는 2주 전부터 화성에 있는 견본주택으로 출근한다. 다 지었지만, 문을 열지 못하고 비어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며 온라인 홍보도 하고 잠재 고객에게 전화도 한다. 박씨는 “2월 말 분양 연기 결정이 나고 한달 넘게 집에만 있었다”며 “우울증이 올 것 같아서 빈 견본주택이라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현장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봤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아예 출입문에 ‘분양 영업자 사절한다’는 쪽지를 붙인 곳도 있다. 박씨는 “중개업소도 거래가 끊겨서 예민한 데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낯선 사람을 꺼리는 것”이라며 “이해는 하지만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분양 관계자의 방문을 거절하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분양 관계자의 방문을 거절하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다.

박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사이버 견본주택이 확대되면서 분양 상담사가 필요한 대면 홍보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아예 견본주택을 짓지 않거나 지어도 고용 인원을 절반으로 줄인다. 박씨는 “대면 홍보 대신 사이버 홍보로 치중하게 되면서 아예 일감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씨는 요즘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관된 상품인 아파트와 달리 수익형 부동산은 개별 현장마다 특징이 달라 대면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분양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이 일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막막하다"며 "온라인 홍보에 대한 공부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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