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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남편, 車밀었다" 아내 살인죄 결정적 증언, 2심 왜 뒤집었나

판결 다시보기: 혼인 3개월차 부부의 비극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여수 금오도 한 선착장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 인양 모습.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여수 금오도 한 선착장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 인양 모습.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11시쯤, 전남 여수 금오도의 한 선착장 끝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남편 A씨(52)가 잠시 차에서 내린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47)는 급히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두 사람은 혼인 3개월 차 부부였습니다.
 
우연한 사고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몇달 뒤 법정에서 살인 사건의 한 장면으로 재현됩니다. A씨는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그를 기소한 검찰은 A씨가 아내의 사망 보험금 17억원을 노리고 차를 뒤에서 밀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도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2심은 원심을 뒤집고 A씨에게 살인죄 무죄를 선고합니다. 1심 재판부는 “극악무도한 범죄”라며 A씨를 강하게 비난했었는데, 2심은 왜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걸까요.
 

왜 추락했나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추락의 원인’ 입니다. 발단은 남편이 차를 후진시키다 뒷 난간에 부딪치면서입니다. 그가 급히 내려 뒷범퍼를 확인하러 간 찰나, 승용차 바퀴가 경사면을 따라 굴러갔습니다. 당시 차량의 주차브레이크는 풀어져 있었고 기어도 중립(N)인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차가 갑자기 굴러가는 게 가능한 걸까요. 재판에서 이를 입증하기 위한 각종 실험과 보고서들이 동원됐습니다.

 
그래픽 우수진 기자.

그래픽 우수진 기자.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자동차공학 전문가는 “남편이 차를 밀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는데, 근거는 이렇습니다. 남편이 차를 경사면에 두었다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순간 차가 굴러가야 합니다. 하지만 남편이 차에서 내려 뒷범퍼를 확인하러 갈 때까지는 차가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차량이 평평한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바람이 불거나 조수석의 사람이 움직여도 차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겁니다. 남편이 뒤에서 미는 것 외에는 차량이 바다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2심에서 다른 실험 결과가 나옵니다. 차가 특정 지점에 주차되어 있었을 때, 처음에는 정지해 있다가도 조수석의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 굴러내려가는 경우가 발견된 겁니다. 이로써 남편이 차를 밀었다는 핵심 증거는 2심에서 깨져버렸습니다.
 

계획됐나

1심은 사건 전후 A씨의 ‘수상한 행적’도 유죄의 이유로 삼았습니다. 부부는 사고 일주일 전에도 이 금오도 선착장을 찾았는데, 당시 A씨는 선착장 주변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1심은 이게 범행을 위한 사전 준비였다고 봤습니다.

 
반면 2심은 남편이 살인을 계획했다기엔 너무 부실하다고 했습니다. 일주일 전 부부가 선착장에서 머무른 시간은 5분밖에 되지 않았고, 당시 찍은 사진과 영상도 아내를 담은 자연스러운 것에 가깝다고 본 겁니다. 완전 범행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CCTV의 존재를 남편이 미리 알아보지도 않았고, 남편 휴대전화나 노트북에 수상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구조 안했나

1심은 사고 현장 근처 CCTV영상에 찍힌 남편의 모습을 근거로 그가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상에서 남편이 느릿느릿 걷다가 인근 마을 쪽에 와서야 뛰기 시작했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2심은 남편이 바다에 뛰어들어갔다 나와서 지쳤다는 점과 사고 직후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CCTV 영상만으로 남편이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밖에 1심은 남편의 운전 경력이 20여년이라는 점을 들며 주차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중립으로 해놓은 채 내린 게 고의라고 했지만, 2심은 아무리 운전에 숙련된 사람도 급박한 상황에서는 기어를 혼동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보험금 노렸나

 사건 당시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A씨는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았습니다. 1심은 그가 생활고를 벗어날 수단으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봤습니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사귀어서 그 해 12월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아내는 A씨의 소개로 여러 개의 보험에 들었는데, 사망할 시 총 17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였습니다. 보험금의 수익자는 모두 남편이었습니다. 1심은 이런 점을 토대로, A씨가 아내를 만나 혼인신고를 하게 된 과정 자체가 살인을 위한 거대한 ‘연극’이라 봤습니다.

 
하지만 2심에선 ‘보험금’으로 살인죄 유죄를 묻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차량의 고의 추락 등  핵심 유죄 근거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렵긴 해도 소득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만한 동기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사건 타임라인
2018년 9월 A씨, 이 사건의 승용차 구입. 아내와 사귀기 시작
  10월 A씨의 소개로 아내가 보험 여러 개 가입.
  12월 10일~17일 A씨, 아내와 혼인신고 마친 뒤 아내의 보험 수익자 자신으로 변경.
  12월 23일 A씨 부부, 전남 여수 금오도 선착장 1차 방문
  12월 31일 A씨 부부, 선착장 2차 방문. 추락 사고 발생.
 
 
결국 2심 법원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차에서 내릴 때 기어를 중립(N)으로 해놓은 과실에 대한 책임만 물어 금고3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앞서 검찰이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만큼,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얼마나 더 증거와 법리를 보강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판결문이 보여주지 않는, 한 겨울 금오도의 차가운 바다가 삼켜버린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박사라ㆍ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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