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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의 생활건축] 옛 동네 그 냄새의 이유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서울 종로구 서촌은 봄날에 보도블록 공사(사진)가 한창이다. 서촌은 경복궁 서측동네라서, 언제부턴가 불리기 시작했다는 서울의 옛 동네다. 연말도 아닌데 필운대로를 주축으로 보도블록을 갈아엎고 있다. 그리고 다시 깐다. 친환경 보도블록이라는데 화강석이다. ‘필운대로 보행환경 개선공사’로, 공사금액이 52억원에 달한다.
 
길이 깨끗해지니 보기엔 좋다. 그런데 주민들은 “그 돈을 진짜 필요한 곳에 썼다면…”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만성 주차난을 겪는 동네다.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운영하지만, 턱없이 모자란다. 방문 차량이 주차할 곳이 없다. 잠깐 길가에 댔다 치면 번개처럼 주정차 위반 딱지가 붙는다. 더욱이 이번 보행환경 개선공사로 인도가 넓어져 가뜩이나 부족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더 줄어들었다.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일 것이다. 길은 겉으로 보기엔 사진 찍기 좋게 번듯해질 테지만 주민은 불편하다. 게다가 속은 여전히 엉망이다. 퀴퀴한 냄새가 증거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난한 기택이네를 상징하던 반지하의 냄새처럼, 옛 동네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있다. 하수관로가 원인이다.
 
필운대로 보행환경 개선공사의 모습. 한은화 기자

필운대로 보행환경 개선공사의 모습. 한은화 기자

옛 동네에는 오수관로와 우수관로가 하나로 합쳐진다. 즉 변기 물과 빗물이 한 배관으로 흘러나간다. 새집을 지어 이를 분리해 뽑아도 결과는 같다. 결국 골목길에서 하나로 합쳐져 나간다. 냄새가 역류해서 사방으로 퍼지기 좋다. 빗물이 빠지는 구멍에서 구린내가 난다. 물론 아파트 단지나 새로 조성되는 동네의 경우 오수·우수 관로가 모두 분리되도록 처음부터 토목공사를 한다.
 
옛 동네를 정말 재생하려면 삶터의 기본부터 다져줘야 한다. 퀴퀴한 냄새가 더는 나지 않도록 배관 공사를 하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전선을 땅속으로 묻어 주는 지중화 사업을 하고, 차를 댈 수 있게 주차장을 만들어 주고, 불 나도 안심할 수 있게 소방도로를 확보해 준다면 옛 동네를 더는 기피할 이유가 없다.
 
보도블록 공사부터 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 도시재생하면 꼭 나오는 앵커시설(주민 이용시설) 설치도 글쎄올시다. 동네 사는 게 불편한데 주민 시설을 지어 커뮤니티를 활성한다는 것은 관료들의 낭만일 뿐이다.
 
심지어 서울 한복판 서촌에서 도시가스가 공급 안 되는 곳도 있다. 옥인동 47번지 일대다. 도시가스 없이 어떻게 살까. 기름탱크를 쓴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서울시가 2017년 역사문화환경보전을 이유로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인왕산 자락 바로 아래 아파트를 짓다니,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지금도 기름탱크 쓰는 동네에 폐가가 수두룩하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이제서야 주거환경개선작업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 밖의 삶은 이렇게 투쟁의 연속이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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