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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한 우물 팠더니 창업 30년 만에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김종현 위세아이텍 대표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누구나 창업 생각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판박이 직장생활 그만두고 멋진 회사 만들어 사장님 되고 싶은 꿈 말이다. 그런 꿈이 있다면 지금부터 이 사람의 성공 비결에 귀 기울여라. 우선 전문지식을 미리 갖추고 세상의 변화를 보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또 큰 시련을 만나도 잠시 물러날 뿐, 좌절하지 않고 거기서 교훈을 얻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요컨대 전문성·인사이트·우직함, 이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당장 창업에 나서도 좋을 것 같다. 김종현(63) 위세아이텍 대표의 성공 스토리가 그렇다.
 

두 차례 크게 실패하고도 버텼더니
4차 산업혁명시대 되면서 각광 받는
머신러닝·빅데이터 강소기업 도약
누구든 전문성 살려 창업 도전해야

김 대표는 지난 2월 코스닥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0년 10월 창업의 첫발을 뗀 지 30년 만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부모로부터 재산이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서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창업해 상장기업의 번듯한 최대 주주가 된 것은 그다지 흔한 일은 아니다. 위세아이텍은 상장을 위한 주식공개 수요예측에서 1100대 1의 흔치 않은 경쟁률을 보였을 만큼 유망한 기업이다.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대림산업에 입사한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창업을 꿈꾼 잠재적 계기는 1983년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 인물’로 컴퓨터가 선정되고, 기사 내용에 실린 스티브 잡스의 창업스토리였다. 여기서 받은 큰 감동은 훗날 김 대표의 창업 의지를 일깨웠다. 정부는 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당시 한국과학기술원(지금의 KAIST)에 경기 운영시스템 개발을 의뢰했다. KAIST는 올림픽 경기운영시스템 개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연구원을 전공 불문하고 모집했다. 당시 컴퓨터공학과를 설치한 국내 대학은 4개밖에 없었다.
 
회사 생활 중 KAIST 모집 요강을 본 김 대표는 연구원 선발에 응시해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컴퓨터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88올림픽까지 5년간 경력을 쌓은 뒤 IT 컨설팅 전문업체 딜로이트컨설팅으로 옮겨 부장까지 오르면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KAIST와 딜로이트컨설팅 동료들과 함께 창업에 나섰다. 그로부터 30년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갔다. 벚꽃이 막 휘날리던 이달 초 위세아이텍이 입주해 있는 판교테크노파크를 찾았다. 주로 두뇌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서 그런지 직원 164명이 일하는 사무실 분위기는 조용했다.
  
성장 동력은 기술 개발
 
김종현 위세아이텍 대표는 ’위기도 많았지만 열정적으로 일했던 만큼 결실을 맺었다.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김종현 위세아이텍 대표는 ’위기도 많았지만 열정적으로 일했던 만큼 결실을 맺었다.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그동안 위기가 많았을 텐데.
“첫 아이템은 3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DB)’였다. 컴퓨터 이용이 늘어날수록 인간에 친숙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활성화되리라 예상했다. 1994년부터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예상대로 크게 시장에서 퍼져 사업이 성황을 이루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가 닥치면서다. 고객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고,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됐다. 직원을 줄여야 했지만, 30명대 규모인 사업체여서 모두 뻔히 다 아는 처지라서 그러지도 못했다. 고통이 극심했다.”
 
어떻게 위기를 넘겼나.
“기존 사업을 더는 진행할 수 없어서 비상대책으로 솔루션 사업을 위해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경영 분석에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기본 수요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버티던 중 1999년 닷컴 광풍이 불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거액이었던 12억원을 투자받아 다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고객 관계관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였다. 데이터분석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화 추천은 지금 일상화된 기술 아닌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완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넷플릭스와 네이버, 유튜브에서 고객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콘텐트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기반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고객의 행동 데이터만 있으면 고객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학습된 컴퓨터가 저절로 찾아준다. 한마디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크게 성과를 얻었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01년 닷컴 붐이 꺼져가면서 시장의 수요가 없어지고, 당시의 하드웨어 성능과 우리가 갖고 있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이 낮았다. 많은 고객 행동과 상품 데이터를 토대로 유사 그룹을 찾아내고, 개인별 선호 상품 예측에 필요한 알고리즘과 이를 충분히 잘 가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도 따라주지 못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중반이 돼서야 유통·콘텐트 산업에서 개인화 추천이 일상화되기 시작했으니, 너무 빨리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어떤 때는 그때의 열정이 그립기도 하다.”
  
현실이 된 머신러닝 시대
 
안정세 보이는 기업 실적

안정세 보이는 기업 실적

실패가 거듭되고도 어떻게 버텼나.
“다행히 솔루션 사업이 회사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 품질관리’라는 위세아이텍만의 고유한 사업 영역을 확보하게 됐다. 머신러닝은 2015년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머신러닝은 요컨대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사람이 하는 지적인 일을 컴퓨터에 학습시켜 컴퓨터가 대신 하게 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오토ML’이라 불리는 머신러닝 자동화까지 사업이 진전됐다.”
 
많이 실용화됐다는 것인가.
“머신러닝은 여러 산업에 실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제조와 플랜트 설비 산업에서 부품의 교체와 정비 수요를 예측해 유지보수비와 정비 시간을 줄이고 있다.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해 제조업에서는 컴퓨터가 불량품을 선별하고, 금형 산업에서는 비슷한 설계 도면을 검색할 수 있어 설계 생산성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 데이터 품질 확보를 위해 머신러닝으로 이상치를 자동 탐지하고 있다.”
 
개인화 추천 기술은 어떻게 됐나.
“거의 15년간 빛을 보지 못했지만 2000년 투자했던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2015년부터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때를 만났다. 방송된 동영상을 분해해 제작한 콘텐트를 포탈에서 볼 때마다 순간적으로 특정 콘텐트를 추천하는 기술을 우리가 제작했는데, 사용되는 수많은 영상데이터를 수천만 사용자 개개인에게 실시간으로 매칭해주고 있다. 우리 회사가 고전했던 2000년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발전이다. 이때 개발했던 개인화 추천이 당시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머신러닝 기술 활용의 밑거름이 됐다.”
 
사업의 확장성은 어떻게 보나.
“우리 제품인 머신러닝, 데이터품질,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쓰는 고객은 400곳에 달한다. 데이터베이스가 큰 공공과 금융기관이 많고 유통·제조에서도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들어 개인 데이터 활용을 본격화하는 데이터 3법까지 통과하면서 고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최근 3년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모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기술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대응해 시장의 선도적 플레이어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창업 초기의 혁신 자세를 잃지 않겠다.”
 
현실 세계로 훅 들어온 머신러닝
김종현 대표와 얘기를 나눠보니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인공지능의 세계로 훅 빨려들어 와 있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기관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AI 적용이 빨라지고 있다. 그 핵심 도구가 바로 머신러닝이다.
 
위세아이텍은 30년 경험을 토대로 국내 최고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즈프로핏(WiseProphet)이라는 제품 이름만 봐도 알만하다.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결과를 손쉽게 도출할 수 있는 머신러닝 자동화 플랫폼이다. 이를 토대로 고객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알고리즘이 제공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환경부·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한국철도공사·마사회·농협·스마트미디어랩 같은 곳이 대표적인 고객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 유사한 기업으로 미국의 데이터로봇을 꼽았다. 2012년 창업해 순식간에 기업가치 10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시장이 좁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머신러닝의 업무 적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상장까지 하게 됐으니 이제는 한국을 넘어 넓은 해외 시장에 나갈 꿈을 꾸고 있다. 회사 이름 위세아이텍은 이런 비전에 걸맞게 ‘세상을 위해(爲世)’ 지혜로운 정보기술(Wise Information Technology)을 만들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기발한 작명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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