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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직전 푸틴에 소리친 남자, 빈 살만이 유가 쥐고흔든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 지난해 6월 방한 당시 청와대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그는 당시 재계 리더들도 두루 만났다.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 지난해 6월 방한 당시 청와대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그는 당시 재계 리더들도 두루 만났다. [연합뉴스]

 
사상 첫 마이너스 오일 쇼크 뒤엔 만 34세인 아랍 왕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있다. 영어 이니셜 MBS로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실세다. 31세에 세계 최연소 국방장관을 맡았으며 현재 부총리 및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84세인 아버지를 대신해 실질적 국왕 역할을 수행 중이다. 정보당국이 84년생으로 파악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한 살 어린 MBS가 국제 유가를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MBS는 사우디 왕가에서도 튀는 이력의 소유자다. 사우디 왕가는 대대로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의 아들들이 내리 왕위를 물려받았다. 현재 국왕으로 MBS의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역시 초대 국왕의 아들이다. 그러나 살만 국왕은 전례를 깨고 그의 아들 MBS를 2017년 왕세자로 책봉했다. 사우디 왕가 최초의 부자 상속이다. 그만큼 MBS의 권력욕이 크다는 얘기다.  
 
그는 왕세자 책봉 2년 전 31세의 나이에 국방장관으로 취임했다. MBS 시대 개막의 신호탄이다. 당시 그는 사우디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최연소 국방장관이었다. 그런 MBS를 눈여겨본 이가 있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 고문이다. 쿠슈너는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MBS의 옹호자”로 통한다. 전통적으로 인권 가치를 중시해온 미국의 기준에서 보면 MBS는 ‘가까이할 수 없는 당신’이다. 그러나 그런 MBS를 백악관 만찬에 초대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도록 주선한 게 쿠슈너다.  
 
MBS는 사우디 왕실의 금고지기 역할도 한다. 사우디 왕가 재산의 70% 이상이 그의 개인 자산이라는 보도도 있다. 사우디 왕가 재산이 1600조원으로 추정되니, 사실이라면 MBS의 개인 자산은 1250조원으로 추정된다. 사실이라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세계적 부호 만수르의 5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9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원유전쟁의 대표적 트리오로 꼽힌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원유전쟁의 대표적 트리오로 꼽힌다.

 
그런 MBS의 그림자 아래, 국제 유가는 올해 초부터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방아쇠를 당긴 건 MBS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 대결이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회의체인 OPEC+는 지난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감산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로 원유 수요가 뚝 떨어진 상황 대처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회의 직전, MBS는 푸틴과 전화 통화를 하다 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두 거물은 “목소리를 높이고 매우 감정적으로 싸웠다”고 한다.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이스턴닷컴이 21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MBS는 불같은 성격으로 악명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BS를 두고 “욱하는 성격에다,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결정을 하는 젊은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이 매체는 “MBS가 푸틴에게 최후통첩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1일 50만 배럴씩 감산하자”는 MBS, “못 한다”는 푸틴 사이 합의은 없었다. 3월6일 OPEC+회의는 결렬된다.  
 
이후 MBS는 반격을 위한 깜짝 카드를 내놓는다. 25% 증산이다. 신종 코로나로 원유 수요가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공급을 늘려 폭락을 이끌었다. MBS가 ‘최후통첩’을 실행에 옮긴 셈. 미국의 경제제재로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러시아가 유가가 떨어질 경우 더 곤란해질 것을 알고 던진 카드다. 푸틴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지난 14일, 러시아는 사우디의 본래 요구의 10배인 1일 5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그 사이 원유 공급량은 넘쳐났다. 미국의 대표적 원유 저장고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탱크는 채워져갔고, 해상 유조선의 임대료는 1년 사이에 2만9000달러에서 10만 달러로 폭등했다. 선물(先物) 거래에서 5월에 인도를 받아야 하는 분량의 만기일인 20일(미국 현지시간)이 도래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했고, 이에 5월물 WTI 유가는 사상 첫 마이너스(1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미국산 유가가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한 그래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미국산 유가가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한 그래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MBS에게도 이는 상처뿐인 승리다. 당장 푸틴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원유 폭락은 사우디에게도 좋을 게 없어서다. 사우디의 재정 적자 통계를 보면 MBS의 불안감을 가늠할 수 있다. 사우디는 저유가 흐름이 시작된 2014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회복도 기대난망이다. 신종 코로나라는 변수까지 맞은 상황에서 상황은 바닥을 넘어 지하로 추락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사우디 정부는 내년(2020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6.5%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인해 상황은 이보다 악화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재정적자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우디아라비아 재정적자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건 누구보다 MBS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가 추진해온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이 석유 의존 경제 구조 혁파다. 정보기술(IT)부터 신재생 에너지 등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6월 방한 당시 재계 리더들을 만나서도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유가 폭락 와중에도 사우디가 국부펀드(PIF)를 중심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역시 MBS가 지휘하는 PIF는 최근 유가 폭락과 함께 세계 주요 에너지기업의 주가도 동반 하락하자 지분 확보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PIF가 지난달부터 사들인 주식은 노르웨이 에퀴노르, 영국ㆍ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프랑스 토탈 등이다. PIF 관계자는 WSJ에 “2008년 세계 경제위기에서 우리가 배운 건 저가 매수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지난달 “오일 쇼크가 온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MBS를 앞으로의 국제 유가에서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국제 유가 전쟁의 길목에서 열쇠를 쥔 인물이 MBS라는 얘기다. MBS는 냉혹하면서도 다혈질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그의 리더십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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