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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수술할 때 보호자 돼주기…친구와 '보험' 든 까닭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37) 

비염이 심해서 수술을 결정한 친구가 수술하러 수술실로 들어간다. 가벼운 수면 마취라고 해도 큰 수술이나 작은 시술이나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은 떨리고 무서운 일이다. ‘수술 중’ 이란 불이 켜진 동안엔 긴급 상황에 대처해야 하므로 보호자는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문 앞에 앉아서 책을 보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그사이에 호출하면 어쩌나 싶어 꼼짝도 안 했다. 한 환자의 보호자는 그 잠시의 틈에 자리를 비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수술실에서 나온 환자가 보호자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도 애가 탄다.
 
죽음과 같은 시간을 이겨내고 개선 장군처럼 살아 나오는 모습은 모두 환영해줘야 할 순간이다. 그 앞에 모여 있는 보호자의 숫자로 그 환자가 어린아이인지, 노인인지, 첫 번째 수술인지, 몇 번씩이나 드나들던 수술실인지 대충 보인다. 어린아이에겐 수 명의 보호자가 서성이고, 어느 환자는 보호자도 초로의 노인이라 지키고 있기도 힘들 것 같다. 요즘은 너나없이 오래 사는 삶이라 탈도 많고 병도 많은 세상, 이곳을 거치지 않고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은 천복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기다리고 있노라니 예전 친정아버지의 동맥경화 치료 차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다섯 시간이 넘어가는 수술시간에 노심초사하며 ‘수술 중’이란 표시와 시간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때, 갑자기 간호사가 나오더니 보호자를 급하게 불렀다. 우린 무언가 잘못된 소식일까 봐 몸은 덜덜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몸도 마음도 큰다고 한다. 어른은 한 번씩 크게 아프면 살아온 삶의 회한과, 짐으로 남겨질 두려움에 더 소심해지고 작아진다. [사진 Pixabay]

아이들은 아프면서 몸도 마음도 큰다고 한다. 어른은 한 번씩 크게 아프면 살아온 삶의 회한과, 짐으로 남겨질 두려움에 더 소심해지고 작아진다. [사진 Pixabay]

 
“송ㅇㅇ님 보호자분 지금 수술 중이고요. 수술 시간이 지연되어서요. 물이랑 김밥 좀 사서 갖다 주세요.”
 
어떻게 수술 환자를 두고 긴급한 상황에 김밥을 먹을 수 있을까? 속상해했던 그때의 생각에 웃음이 난다. 하루 종일 수술실 불이 깜박이며 돌아가는 동안 끼니도 제대로 못 하고 수술에 임하던 담당 의사의 열성이 문득 생각났다. 친구는 두 시간 만에 시술을 끝내고 비몽사몽한 모습으로 실려 나온다.
 
얼마 전 혼자 사는 친구가 내게 보호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자식들이 모두 출가해 어린 자식들이 딸려있고, 또 직장을 다녀 걱정할까 봐 말을 안 했단다. 가벼운 시술이라 이틀만 입원하면 된다고 한다. 나도 그럴 일 있을 때 부탁할 거니 ‘서로 보험’ 하자며 흔쾌히 보호자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수술실에서 나온 친구가 정신이 드니 내 손을 꼭 잡는다. 십 년 전에도 같은 병으로 수술했는데, 보호자 없이 혼자 수술실에서 나온 상황을 이야기하며 고맙다고 말한다.
 
 
병실로 옮겨진 환자는 전신마취가 풀리는 세 시간 동안 물도 못 먹게 한다. 입이 바짝 마르는 것 같아 거즈에 물을 묻혀 입술에 물게 했다가 빼니 감동한다. “세 시간 후 물을 마시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라며 웃는다.
 
마취가 풀리고, 물 한잔에 감사기도가 절로 나온다. ‘세상에, 가장 맛있는 것이 물이구나. 거기에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을 먹기만 하면 살았다는 거구나’ 물 한 모금에 심오한 진리를 터득한 듯 철학자가 따로 없다. 이런 간단한 시술은 병도 아니라 말하지만 아픈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중환자다.
 
다음날 출근하여 전화하니 씩씩하게 혼자 퇴원해 집에 가는 길이란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몸도 마음도 큰다고 한다. 어른은 한 번씩 크게 아프면 살아온 삶의 회한과 짐으로 남겨질 두려움에 더 소심해지고 작아진다.
 
나의 노후 꿈은, 아니 소명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공동체 생활로 작은 텃밭을 일구며 자급자족하고, 아프거나, 행여 치매가 오더라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서로 보호자가 되어 기대고 살아가는 그런 삶이다. 퇴근길에 맛있는 먹거리를 사 들고 들러봐야겠다. 이건 ‘서로 보험’의 특약서비스다. 
 
(퇴원한 다음 날 경북 지역뉴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타나 소란스러웠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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