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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2억 하락→10억 상승 추억···'코로나 집값' 폭락보다 폭등 걱정

코로나19와 여당 압승 총선 등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 급매물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와 여당 압승 총선 등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 급매물이 늘고 있다.

4400여가구 대단지이고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1979년 준공해 40여년간 주택시장 희로애락의 산증인이다. 시장을 뒤흔든 대표적 외부 충격인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도 앓았다.
 

외환위기 집값 'V'자, 금융위기 'W'자 회복
주택시장 체력, 과거 위기 때보다 좋아
초저금리·규제 완화 맞물려 가격 뛸 수도

2억원에서 2년 새 30% 넘게 2억7000만원으로 오른 은마 84㎡(이하 전용면적)가 1997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다음 해 5월까지 6개월간 1억8000만원으로 33% 급락했다(부동산뱅크). 2000년 들어서 2억7000만원으로 다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당시 고급 아파트였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84㎡는 4억5000만원에서 1억원이나 내려갔다 올라왔다. 
 
은마 84㎡는 외환위기 때의 5배 수준인 12억3000만원에서 2008년 8월 금융위기를 맞았다. 4개월 뒤 10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1년 뒤인 2009년 9월 12억6000만원으로 이전 가격을 회복했다. 2013년 2월 8억6000만원까지 긴 내리막을 내려온 뒤 다시 꿈틀대 2016년 6월 12억4000만원으로 금융위기 전 수준을 되찾았다.  

 
현재 잠실 재건축 선두주자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82㎡는 13억원에서 금융위기로 최저 10억원까지 내려가는 쓴맛을 봤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은 2015년 하반기에 이뤄졌다.  
 
이처럼 외환위기가 ‘V’자, 금융위기는 ‘W’의 집값 궤적을 남겼다.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택시장 영향은 어떨까. 떠올릴 수 있는 모양은 L, V, W, U, 욕조 모양 U 등이다. 
 

금융위기 4분의 1 수준 미분양 

 
집값 영향은 경제 충격과 주택시장 체력의 함수다. 현재로썬 경제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충격의 강도·기간·범위가 어떨지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알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주택시장도 상당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는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리는데, 비싼 집값을 유지하기 힘들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간 가격과 소득 기준으로 가구 연 소득 대비 서울 집값(PIR)이 14.5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이미 거래 급감과 집값 하락세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충격을 버텨낼 수 있는 시장 체력이 과거 위기 때보다 좀 나아 보인다는 것이다. 지역·가격·집 크기 등에 따라 충격이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전체적으로 ‘폭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 수도권 신도시 등 주택공급 ‘쓰나미’가 몰려와 시장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와중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2000년대 초·중반 집값이 너무 달려 지치고 힘이 빠지던 차에 금융위기가 왔다. 금융위기 전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40.2% 급등했다. 최근 3년간 상승률은 금융위기 때 절반 정도인 23%다.
 
먼저 주택시장 성적표인 미분양을 보면 금융위기 직전 전국 16만가구였는데 지금은 4만가구다. 금융위기 미분양 양산엔 고분양가가 큰 역할을 했다. 분양가 규제가 없던 민간택지(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 땅) 분양가가 치솟으며 미분양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가 됐다.
 
경제 위기엔 대출이 화약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635조원으로 금융위기 때(301조원)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채무자 부담은 줄었다. 금리 차이 때문이다. 금융위기 때 연 7%이던 담보대출금리가 지금은 절반 밑으로 내린 2.52%다. 한해 담보대출 이자가 2008년 21조인 반면 지금은 16조원이다. 정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낮춰 담보대출 금리는 더 내려갈 것이다. 그동안 늘어난 소득까지 고려하면 대출 이자 부담이 집을 처분해야 할 상황까지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웬만해선 버티기를 택할 것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과거 경제 위기 때 급락한 뒤 위기 후 더 큰 폭의 급등 양상을 보였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과거 경제 위기 때 급락한 뒤 위기 후 더 큰 폭의 급등 양상을 보였다.

집값 하락 저지선인 전셋값이 지금 높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3월 기준으로 54.9%다. 금융위기 때는 국민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1998년 12월 이하 지금까지 최저 수준인 39.1%였다.  
 
금융위기 때 매매가 12억3000만원이던 은마 84㎡ 전셋값이 30%도 안 되는 3억1000만원이었다. 지금은 각각 22억, 7억원이다.  
 

여전한 공급 부족 우려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초반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 대거 공급이 금융위기에 이어 2차 충격을 가져왔다. 값싼 아파트 대규모 공급 기대가 금융위기로 돌아선 수요를 더욱 위축시켰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가구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지만 심리적인 효과가 보금자리주택에 못 미칠 전망이다. 서울은 대규모 공급 계획이 없고 당장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2만3000가구)이 올해(4만2000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


물론 체력이 좋아도 충격이 훨씬 더 세면 고꾸라진다. 안심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주택시장에서 정작 우려할 것은 ‘폭락’보다 ‘폭등’이다. 외환·금융위기 모두 위기 극복 후엔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초저금리로 급증할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규제 완화까지 겹친다면 유동성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위기 전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외환위기 후 1998년 한해 14.6% 떨어진 서울 아파트값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82.9% 뛰었다. 금융위기로 9000만원 내린 은마 84㎡는 2002년 말까지 4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규제 완화에 이어 저금리가 이어지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상승률이 35%였다. 금융위기 이후 2억원 내린 은마는 이 기간 6배가 넘는 13억5000만원 올랐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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