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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범 칼럼니스트의 눈] 청년 의원 13명이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까

청년정치

21대 총선 전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모두 “젊은 피를 수혈해 낡은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지역구 6명, 비례대표 7명으로 모두 13명의 40세 미만 청년 당선인을 냈다.
 

청년후보 공천해도 대부분 험지
당선돼도 청년문제로만 한정해
갈등 구조로 당적 초월 연대 불가
청년 스스로 당내 경쟁력 갖춰야

이것조차 역대로 보자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탄핵 역풍으로 이른바 ‘탄돌이’들이 대거 입성한 17대 국회의 23명에 이은 두 번째다. 고작 3명에 불과했던 20대 국회에 비하면 4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그래 봐야 전체의 1%에서 4.3%로 늘어난 것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20대 국회 때는 한 명도 없던 20대 청년 당선인도 2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2030 후보들은 모두 69명이었다. 그중에서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들은 19명이다. 숫자로만 봐서 2030 후보들을 더 많이 공천한 것은 미래통합당이었다. 20대 총선(6명) 때보다 배가 많은 12명을 공천했다. 하지만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중진들이 텃밭인 대구·경북에 안주하는 사이, 청년 후보들은 대부분 ‘험지’로 내몰렸다.
 
게다가 이들 청년 후보들은 당의 번복·재번복 공천 잡음과 당내 일부 중진의 막말 파동에 등 돌린 민심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 가뜩이나 지명도가 떨어져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기 힘든 판에, 선배 정치인들의 실수를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떠안게 된 것이다. 결과는 뻔했다. 앵커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서울 송파을 배현진 후보 단 한 명만 살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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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경우 지역구에 출마한 2030 후보가 9명이었지만, 당의 간판인 심상정 대표마저 승리가 불안하던 상황에서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결과 또한 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유보한 선배 정치인들의 잘못이 컸다.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대 총선(6명)보다 1명 많은 7명의 2030 후보가 지역구에 공천됐지만, 이들 역시 험지로 내몰리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험지 중의 험지인 경주에 출마한 정다은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출마지인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한 최지은 후보는 승리가 쉽지 않았다.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오영환(경기 의정부갑), 이소영(경기 의왕 과천) 후보 또한 수도권 격전지에 공천됐지만, 선거 막바지 민심이 통합당을 떠나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대전 동구의 장철민 후보 역시 그런 바람을 타고 당선됐다고 볼 수 있다.
 
이들과 함께 더불어시민당 3명, 미래한국당 2명, 정의당 2명의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21대 국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초선 13명이 구태에 찌든 한국 정치판을 개혁하고 새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의 예를 본다면 그저 총선 이벤트의 하나로 소비돼 자릿수나 채우는 결과가 더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를 그저 ‘파워 게임’으로만 인식하던 많은 ‘올드 보이’들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21대 총선 당선인 300명의 평균 연령은 여전히 54.9세로 높은 까닭이다. 55.5세로 최고령 국회였던 20대 국회에 이어 역대 2위의 고령 국회다.
 
이런 국회에서 정당들은 대체로 청년 당선인들의 역할을 청년 문제로만 한정하려고 한다. 청년 의원들이 뭔가 개혁적인 움직임을 보일라치면, 선배 정치인들로부터 “기껏 뽑아놨더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일만 벌인다”고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청년 문제라 하더라도 세대 간 논쟁이 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청년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청년 의원들이 당적을 초월해서 연대할 수 있다면 힘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속한 당의 입장과 처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실현되기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더구나 이번 총선 결과처럼 양당 구도와 지역 구도가 확고해진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정당들이 청년 정치인을 얼굴마담으로만 소비할 뿐 실권이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청년 정치인들의 불만이 반복되는 것이 그래서다.
 
실제로 정당들은 청년들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개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만큼만 구색을 갖추면 된다. 정당들이 청년 공천을 할 때 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인생극장’을 선택하는 이유다. 그러한 목적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당선 가능성도 약한 데다 당을 위해 봉사한 경력도 짧은 청년 후보들을 굳이 공천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청년 후보들 역시 열정과 패기만 내세우면서 자신을 알아주길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건, 틈날 때마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건, 자신의 정치력을 키우고 증명해야 한다. 전업 활동가로 나서도 좋고, 직장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해도 좋다.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해서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고 인정을 받은 뒤 당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활동무대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아니다. 비례대표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청년은 전문가가 아니다. 지방의회, 그것도 가장 단위가 작은 기초의회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좋은 이유다.
 
386이 2030 정치 진입 다리 놔줘야
“위기란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이다. 이 말에 비춰보자면 한국 정치는 분명 위기 상황이다. 이른바 386세대는 제 소명을 다 했는데 그 이후의 세대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386세대는 ‘3김 시대’의 구태정치 청산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들어왔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민석 전 의원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31세로 최연소 당선됐고, 다음 총선에서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연소로 당선했다.
 
이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386 운동권이 무더기로 진입했다. 이른바 ‘탄돌이’로 불린 이들은 초선만 108명이었다. 이들이 ‘혁명 투사’에서 ‘정치 기득권’으로 옷을 갈아입고서는, 후배 세대들의 정치권 진입에 장벽이 생겼다. 40세 미만 당선자가 18대 7명, 19대 9명, 20대 3명으로 급락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들이 중심이 돼 온 지난 20여년 동안 과도한 사교육비, 부동산 투기, 가열되는 양극화 등 각종 병폐가 쏟아졌다. 물론 그것의 책임을 오롯이 386세대에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한 그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여러 사회문제 뒤에는 그들의 암묵적 방조와 가담, 미필적 고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386 정치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졌다. ‘내로남불’ ‘정의 독점’이 그들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민주화 훈장을 단 386들이 여전히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이, 오늘의 20대들은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 시험에 목메고 있다. 386들은 이들이 사회적 모순에 눈 감는다고 지적할 게 아니라, 그들이 사회 곳곳의 주요 포스트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줘야 한다.
 
정치권만 해도 2030이 진입하려면 세대별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총선에서 선거비용을 1억원 넘도록 쓸 수 있는 젊은 층이 얼마나 되겠나. 정당이, 그것을 장악하고 있는 386이 나서서 2030이 정치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육성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 신인이 유력자에게 줄을 서는 대신 정치개혁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지금이라도 만드는 것이 386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유일한 길이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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