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개학 연기되자 우유도 운다···"우유 짜자마자 폐기처분할 판"

코로나 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 우유 판로가 막혔다. 사진은 한 학교의 우유급식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 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 우유 판로가 막혔다. 사진은 한 학교의 우유급식 모습. 연합뉴스

#. 경북 경주에서 낙농 목장을 운영하는 오용관 경북대구낙농협동조합 조합장은 최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면서 우유 판로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래하는 우유 업체에선 낙농가에 생산량을 줄여달라는 요청이 이어진다고 했다. 
 
100여 마리의 소를 키우며 매일 2t 정도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는 오 조합장은 “1982년 목장을 시작해 외환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요즘이 가장 힘들다”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폭락한 미국에서 농장주가 갓 짜낸 우유를 폐기 처분하는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로 유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대형 식당과 학교, 호텔 등이 문을 닫으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는 유제품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우유 폐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오 조합장은 이어 "국내 낙농가와 유업체의 경우도 학교 우유 급식이 상반기 내에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같은 우유 폐기 처분 사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우유코너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우유코너 모습. 연합뉴스

#.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 우유 판매대에는 ‘행사상품’, ‘특별기획’이란 문구가 다른 제품 판매대보다 유달리 많이 붙어 있었다. 한 업체가 판매하는 우유 900mL 2개 가격은 3980원이었다. 100mL당 220원 남짓인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우유 소비가 줄어들어 우유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우유 할인 행사를 통해 우유 소비를 활성화해 업체들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급식이 중단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빵과 우유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급식이 중단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빵과 우유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뉴스1

연 1600억원 급식 우유시장…개학 연기 직격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로 급식용 우유 판매가 끊기면서 낙농가와 우유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저출산 등으로 우유 소비가 줄었는데 올해 들어 3차례 개학 연기로 학교 우유 급식마저 완전히 중단됐기 때문이다.
 
우유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급식 우유 시장은 한달 200억원, 연간으로 치면 약 1600억원 규모다. 방학 기간인 1~2월과 7~8월을 제외하고 8개월 동안 하루 평균 50만~60만팩(200mL 기준)이 전국 초등학교에 공급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거나 온라인 개학으로 변경되면서 급식 우유 2개월분(3~4월) 매출 대부분이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3월은 연중 우유 소비량이 많은 달이어서 타격이 더욱 크다. 학기 초 우유 신청 인원이 많고, 현장학습 등의 외부 행사가 적어서다.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3~4월 우유 재고 1만t 추정…전체 8%  

 
3월과 4월 두달간 국내 우유업계가 급식 시장에 납품하지 못해 재고로 쌓은 우유는 1만t으로 추정된다. 전체 우유 판매량의 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가장 손실이 큰 업체는 학교 급식 우유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다. 서울우유의 급식 우유 한달 매출액은 80억~100억원 규모다. 급식 우유 시장의 25~30%를 담당하는 남양유업도 3~4월 급식중단 여파로 5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우유는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신선식품이다. 우유업계는 남는 원유를 버리는 일을 피하기 위해 ▶멸균 우유 생산 ▶탈지분유 가공 ▶유통점 할인 판매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멸균우유나 탈지분유를 만들 때 추가 공정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해 손실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젖소의 우유를 담을 수유통. 중앙포토

젖소의 우유를 담을 수유통. 중앙포토

멸균유·탈지분유로 재가공…"재고 부담 커져"

서울우유 관계자는 “멸균우유의 경우 가공 원가가 비싼 데 반해, 소비자 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지분유의 경우 유통 기한이 길어지는 만큼 보관비용 등 재고 부담이 크다. 또 수입산에 비해 값도 턱없이 비싸다. 지금 당장은 낙농가에 생산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면서 버티고는 있는데 급식 우유 납품 중단이 더 길어지면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달 개학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우유 급식 납품 중단은 그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최근 개학 이후에도 온라인 원격수업 대체나 등교 수업과 병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유는 개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고 각자 신청하기 때문에 우유 급식은 오프라인 등교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당장 전교생이 한날한시에 등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언제 우유 급식을 시작할 수 있을지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의 한 젖소농가에서 젖소가 사료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하동군 옥종면의 한 젖소농가에서 젖소가 사료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우유 납품 중단 장기화 조짐…"잉여유 처리 대책 마련해야"

우유업계에선 급식 우유 중단이 전체 우유업계와 낙농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급식 우유라는 고정 판매처가 사라지면서 잉여유가 늘어나고, 재고 물량이 마트로 넘어오면 가격 할인 출혈 경쟁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우유 업체들은 잉여유를 버릴 수 없어 멸균우유로 생산해 버티고 있다. 이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 가격 폭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신선한 우유가 시장에 나와도 멸균 우유와 경쟁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낙농업계 관계자는 “남은 우유 처리를 위해 정부가 원유 수매와 같은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