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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상담사는 마스크도 못쓴다···말대신 손짓 '침묵의 콜센터'

수화기로 오가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안녕하세요’란 인사도 두 주먹을 가슴 앞에서 아래로 내린 손짓이 대신한다.
 

삼성화재 콜센터 김성애·김재령씨
하루 5~7명 농인들과 화상 상담

삼성화재 수어상담사인 김재령씨가 수어상담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 수어상담사인 김재령씨가 수어상담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17일 삼성화재 합정콜센터 내 수화(수어)상담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어상담 모습이다. 이곳에는 수어상담 경력 8년 차인 김성애(43)씨와 3년 차인 김재령(24)씨가 근무하고 있다. 다른 부스에서는 연신 ‘고객’, ‘계약’ 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수어상담실에서만큼은 침묵이 흘렀다.
 
성애씨와 재령씨의 앞에는 화상 전화가 지원되는 유선전화기와 스마트폰이 놓여있다. 두 사람은 이 전화로 하루 평균 5~7명의 농인(聾人)에게 도움을 준다. 농인은 청각장애인 중 수어를 언어로 쓰는 이들이다. 국내 농인의 수는 약 35만명이다.
 
농인들과의 상담은 쉽지 않다. 한 번 상담할 때마다 보통 30분은 걸린다. 순차 통역사처럼 다른 부서와 연결해 농인들의 요청 사항을 중계해줄 때는 1시간 이상 걸린다. 보험 분야에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 용어가 많다. ‘제자리암(상피내암)’의 경우 ‘아직 다른 데 옮기지 않은 0기암’처럼 용어의 뜻을 수어로 풀어 설명해야 한다. 재령씨는 “보험 용어를 설명해주면 ‘아 그런 내용이었냐’며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간혹 교통사고가 나 도움을 청하는 전화도 온다. 성애씨는 “농인들은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보니 과실 여부를 따질 때 불리한 점이 많다”며 “수어로 전달받은 사고 경위를 보상팀에게 충실히 전달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농인들이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았다’고 말해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어에도 농인들만 쓰는 속어가 있다. 대출의 경우 표준 수어는 손을 안으로 끌어들이며 손끝을 맞대 동그라미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농인들은 손으로 ‘K’를 만들어 대출을 표현한다. 재령씨는 “농인들만 쓰는 속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농인들이 먼저 설명해주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가 수어를 잘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 수준에 맞춰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다른 상담사들은 마스크를 쓰지만, 성애씨와 재령씨는 상담 때 마스크를 쓸 수 없다. 재령씨는 “수어는 손동작만큼 표정, 입술 모양 등의 ‘비수지(非手指)’ 표현이 중요해 마스크를 쓰면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수어 상담사를 하기 위해선 국가 공인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국내 수어 통역사 자격증 취득자는 지난해 말 기준 1800여명 정도다. 지자체별로 수어 통역센터를 두고 있다. 보험 분야는 아직 삼성화재만 수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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