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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치매서포터 늘리자" 초등생에게도 치매교육 하는 일본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9)

2014년에 공연된 ‘이키루’는 2006년 교토에서 50대의 아들이 치매에 걸린 80대 엄마를 살해한 실제 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아들은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간병을 위해 직장을 퇴직한다. 생활보호를 받지 못해 생계문제에 봉착한 아들은 엄마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본인은 죽지 않았다. 이른바 간병자살 미수사건이었다.
 
마지막 판결 장면에서 아들은 “나는 엄마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다시 한번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라”는 재판관의 말로 막이 내린다. 실제로 교토 지방법원은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내렸다. 과거의 판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내린 판결이었다.
 
시나리오 작가 붓치무샤는 고통스럽고 불행한 치매 간병생활보다 미래에 희망을 밝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 치매는 환자 본인도 힘들지만, 간병인의 부담도 매우 크다. 간병인의 케어도 큰 사회적 문제다. 잦은 배회로 사회에 막대한 폐를 끼치는 사례도 많다. 한 번 치매에 걸리면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간병하는 사람은 꿈이 없다. 치매환자와 간병인 두 사람만의 세계만 존재한다. 간병인의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교토의 간병자살 사건도 그렇다.
 
간병자살의 비극을 예방하려면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2015년 일본정부는 치매를 사회에서 돌보는 대책을 제시했다. 2012년 ‘치매대책추진 5개년 계획’의 후속 대책으로 ‘치매대책추진종합전략(신오렌지플랜)’을 세웠다. 치매환자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하여 치매환자가 존중받고, 안심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신오렌지 대책에서 “치매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가능한 익숙한 거주지역의 좋은 환경에서 자기답게 계속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7가지 핵심전략을 제시하였다.
 
간병자살의 비극을 예방하려면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2015년 일본정부는 치매를 사회에서 돌보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 Pixabay]

간병자살의 비극을 예방하려면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2015년 일본정부는 치매를 사회에서 돌보는 대책을 제시했다. [사진 Pixabay]

 
일본의 신오렌지 플랜은 치매환자의 돌봄 문제를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수용하는 선구적 사회모델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치매서포터와 같은 치매 돌봄인력의 육성과 치매교육은 핵심기반이 되었다. 당초 지역에서 치매환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치매서포터를 2017년 말까지 800만명을 육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의료기관과 간병서비스, 지역지원기관과 제휴, 치매환자와 그 가족에게 상담하는 치매지역지원추진원을 전 지자체에 배치하는 큰 목표도 세웠다. 두 가지 목표는 이미 달성되어 목표를 상향 수정했다. 또한 2016년부터 의사와 간병직원,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에게 치매대응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치매에 대처하는 체제를 계속 구축하고 있다. 특히 장래 초고령사회를 이끌어갈 초중고생에 대한 치매교육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6월에 신오렌지플랜의 후속정책으로 ‘치매대책추진대강’을 마련했다. 치매환자가 존엄과 희망을 갖고 치매와 함께 살아가고, 치매가 있건 없건 간에 같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공생, 치매에 걸리지 않거나 치매증상의 진행을 늦추는 예방이라는 2가지 방향에 따라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와 공생정책으로 치매서포터를 계속 늘리기로 했다. 전국 캐러반메이트연락협의회는 지자체, 기업 등과 협력해 치매서포터를 교육하는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강사는 지자체 사무국과 협력하여 치매서포터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이 이웃 또는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하고 언제든지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공생대책이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을 지원하면 결과적으로 치매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 치매카페는 간병인의 부담을 줄이고, 이웃,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로 2020년 말까지 전국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 다른 치매대책 방향으로 치매예방 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적극적인 예방대책을 통해 간병비용을 최대한 줄인다는 정책이다. 또한 인생의 마지막까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답게 사는 것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다. 젊을 때부터 적절한 운동과 생활습관을 실천하여 간병위험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게 좋다.
 
많은 지자체는 2014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통근의 장’ 제도를 새로운 종합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통근의 장이란 65세 이상으로 간병인정등급(1, 2), 자립할 수 있는 고령자가 참여하고 있다. 간병보험 외 서비스이지만 지자체의 대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적 비용으로 충당하고, 참여자는 한 번에 수백엔의 참여비만 낸다. 
 
최근 스포츠 활동과 자원봉사, 취미관련 단체 등 사회참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낙상과 치매, 우울증 위험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는 연령과 심신 상태에 관계없이 지역의 고령자는 누구나 통근의 장에 참여해 건강을 관리하고 치매를 예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치매를 배려하는 다양한 대책, 상품과 서비스는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니즈에 맞춰 만들어야 하며 민간기업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치매를 배려하는 다양한 대책, 상품과 서비스는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니즈에 맞춰 만들어야 하며 민간기업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앞으로 이 사업에 많은 고령자가 참여하는 것이 과제다. 간병예방사업은 아직 역사가 짧고,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실증근거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고령자가 즐겁고 활기차게 참여할 수 있고, 장래 간병에 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2019년 치매대책 중에서 산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동, 소비, 금융업무, 공공시설 등 모든 생활장소에서 치매에 걸려도 익숙한 거주지에서 편하게 계속 살아가기 위한 장벽을 낮추는 ‘치매 베리어프리’대책이다. 치매에 걸려도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료·간병 등 전문 서비스 체제는 물론 일상생활의 상품을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이미 국가의 대책에 앞서 각 지자체는 사업자와 제휴하여 ‘치매를 배려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마치다시는 2016년부터 치매환자와 그 가족이 모이는 장소인 치매카페를 영업 중인 스타벅스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교토시는 2019년 ‘치매에 배려하는 이업종제휴협의회’를 설립했다. 후쿠오카시는 치매친화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치매증상이 있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기법 ‘유마니튜드’의 시민강좌 개최, 건축디자인에 치매를 배려한 가이드라인 마련, 최신 통신기법으로 행방불명자 수색의 실증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를 배려하는 다양한 대책, 상품과 서비스는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니즈에 맞춰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민간기업이 치매환자의 니즈를 직접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치매환자의 니즈와 기업을 연계하도록 지원하고, 민간기업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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