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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빅피처] 모든 정치적 승리는 ‘집단 행동’에 달렸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집단행동(集團行動)은 “한 집단이 같은 목표와 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동”이다. 여기서 집단은 다양하다. 씨족도 노조도 국가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도 미래통합당 지지자도 세계 전체도 하나의 집단이다.
 

‘막말’은 보수·우파 승리에 필요한
집단 행동에 치명적 손상 입혀
바이러스 전쟁도 기후변화 전쟁도
집단 행동 없이 승리할 수 없어

집단행동은 어감이 썩 좋은 단어는 아니다. 그런데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은 ‘가치중립적’인 학술용어이기도 하다. 멘슈어 올슨은 『집단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1965)에서 이기적인 조직체의 일원들이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는지 다뤘다.
 
사람의 뇌는 이기적이다. 본능은 이기적이지만 곧잘 이타적인 집단행동도 잘한다. 특히 이타적인 목표와 이기적인 목표가 일치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선거 때 투표하는 것보다는 놀러 가는 것이 내게 더 이익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임승차(free-riding)하지 않고 투표라는 유임 승차를 한다. 집단행동 이론가들에 따르면, 나라가 국난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집단행동이 잘된다. 무임승차자가 확 줄어든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 2006)은 이렇게 말했다. “자유인은 나라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에게 나와 나라는 밀착 관계다.
 
‘하늘의 뜻’이 우리 정부와 여당과 함께 하는 것 같다. 우리는 ‘한·일 전쟁’에 이어 ‘바이러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개인적인 욕망을 억누르고 일본 제품 구매와 일본 방문을 자제했다. 상당수 국민·유권자가 ‘비록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이번 대일(對日) 항쟁은 한다’고 다짐했다. 또 국가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기 때문에 개별 욕망과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그런 배경에서 이번 총선은 여당이 ‘국난 프리미엄’ ‘전쟁 프리미엄’을 누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빅피처 4/18

빅피처 4/18

이번 총선에서 보수진영은 ‘한·일전’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중전’이라는 대응 논리를 내세웠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공산화 내러티브’나 ‘베네수엘라 내러티브’도 설득력이 약했다. 좌파·진보와 상당수 중도 유권자들이 ‘우리를 바보로 아는가’라고 반응했다. 정부의 각종 정책은 유럽 각국 정책에 비춰보면 사회주의가 아니다. 또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책 또한 알게 모르게 사회주의적 요소가 침투해 있다. 베네수엘라와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대미관계 측면에서 전혀 다른 나라다.
 
그런데 우리 보수당은 은근히 그런 내러티브를 즐겼다. 강경 지지자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도 보수 지도자들은 일정한 선을 그었어야 한다. 일부 보수 지도자들은 그런 의견을 말리지 않고 동참했다. 대북 ‘퍼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공격만 할 게 아니라, 보수 일각에서는 ‘더 퍼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면, 중도파를 넘어 진보·좌파 유권자들까지 우리 보수를 다시 봤을 것이다. 북한에 퍼주면 우리를 겨냥한 총포로 돌아오는 측면도 있지만, 퍼주기는 ‘투자’이기도 하다.
 
전쟁 중이건 아니건 집단행동을 잘하는 조직체가 이긴다. 그 조직체가 국가이건 좌파·우파건 진보·보수건 말이다. 국민으로 표현하건, 시민으로 표현하건, 흩어질 때 흩어지고 뭉칠 때 뭉치는 국민·시민의 나라가 선진국이다. 시시때때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집단행동 선진국’이다. ‘촛불’이나 ‘태극기’ 시위 때에 세계가 보기에 놀랍고도 이상할 정도로 질서정연했다. 이번 세계적 유행병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칭송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 선진 대한민국에서 ‘사재기’는 없다. 우리의 집단행동이 세계를 감동하게 했다.
 
‘집단 무행동(collective inaction)’이나 ‘집단 침묵’도 집단행동의 한 형태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가 패한 이유 중 하나로 ‘막말’을 꼽는다. 이번에 ‘막말 정치인’들은 대부분 떨어졌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막말’ 덕분에 보수층이 더 결집됐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막말’이 없었더라면 미래통합당이 130~140석을 얻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막말이 보수파 지지자들의 집단행동을 저해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보수·진보, 좌파·우파에 비해 중도는 상대적으로 침묵하는 편이다. 그들은 하지만 조용히 지켜본다. ‘막말’ 대행진은 여당에 실망한 중도를 보수 야당에 절망하게 한 것은 아닐까.
 
이번 총선의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과 분석이 가능하다. ‘황금분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국민·유권자는 항상 옳다. 국민·유권자는 여당에도 야당에도 소중한 기회를 줬다. ‘야당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없게 됐다.
 
여권과 야권은 국민·유권자를 같은 목표와 같은 의식으로 무장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게 할 새로운 내러티브를 개발해야 한다. 불과 며칠 전인 4월 15일도 역사가 됐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역사를 새로 쓰지 못하면 정말 희망이 없다.
 
이번 바이러스 전쟁은 어쩌면 ‘제1차 세계 바이러스 전쟁’이다. 제2차, 3차, 4차 바이러스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 또한 집단행동 없이 이길 수 없다. 국내 문제건 국제 문제건 앞으로 집단행동 없이 승리할 수 없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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