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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정당 득표를 더 얻고도 왜 참패했나

김진국의 퍼스펙티브 

총선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정도의 승패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천기(天機)누설’ 덕분에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왔을까. 보수 유권자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각종 여론조사에도 ‘여론 조작’이라며 불신을 표시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현실이다. 유시민 이사장의 예측처럼 더불어민주당이 정확한 판세를 읽고 치밀하게 대처했다면, 미래통합당은 자신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지는 선거였던 셈이다.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0.5%P 앞선 미래한국당
5분의 3을 넘긴 여대야소. 이게 그렇게 어려운 결과는 아니다. 정당 득표를 따져보자.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33.84%(944만1520표)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것은 33.35%(930만7112표). 미래통합당이 오히려 앞섰다.
열린민주당의 5.42%(13만4408표)를 더해도 38.77% 대 33.84%. 지긴 했어도 큰 차이가 아니다. 완전한 비례대표제 선거라면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 116석 대 미래통합당 102석이다.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차이가 크지도 않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 득표율에 가깝게 의석을 배분하는 것인 점을 감안하면 이것을 거부한 것부터 미래통합당의 착각과 오만, 실패의 시작이다.
 
#당락은 작은 표차다
16일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룬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박빙 지역이 너무 많았다. 초저녁 70여 개의 박빙 지역이 뒤집힌 결과였다면…. 그 가운데 절반만 뒤집어졌다면….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은 그런 희망으로 개표를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원래 그런 아슬아슬한 차이로 결정된다. 진영화가 강화된 양대 정당에는 견고한 지지층이 있다. 그 지지층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맞불 집회 같다. 선거 판세를 결정하는 것은 그 두 진영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는 중간층이다.
특히 수도권은 그 중간층이 조금만 움직여도 선거 결과는 크게 요동친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중간층이 움직이는 요인은 수도권 선거구가 대부분 비슷하다. 더군다나 전체 지역구의 48%인 121석이 걸려 있어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
국민의당이 빠지면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대구ㆍ경북과 부ㆍ울ㆍ경에서 미래통합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가 강화된 선거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수도권이다. 중도층이다. 그러나 박근혜식의 ‘배신자’ 프레임을 버리지 못했다.
 
#태극기의 최면에 빠졌다
보수 진영은 태극기의 최면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주말마다 계속되어온 태극기 집회가 민심이라고 착각했다. 거기에 취해 반성도, 개혁도 내팽개쳤다. 오히려 ‘배신자’ 프레임을 가동했다.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 서신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의 입김은 사라져버렸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해온 조원진 의원의우리공화당은 0.74%,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은 0.51%를 얻었다. 대구에서도 우리공화당이 얻은 표는 1.78%에 불과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만세를 부르고, 욕설을 쏟아내면서 그것이 민심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자기 확신이 강할수록 다른 세계와는 유리돼 갈라파고스에 스스로를 유폐시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우리 때는 말이야.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이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켰어. 고마운 줄 알아’라는 ‘라떼 꼰대’들의 자랑으로 들렸다.
과거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라떼 자랑을 듣고 있기엔 당장 내 일자리, 먹고 살 일이 너무 급하다. ‘배신자’라는 박근혜 프레임도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꼰대라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그런 반발이 20대에서 30대, 40대를 거쳐 50대까지 올라왔다. 이제 60대 이상에서나 먹히는 정당이 됐다.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3년 동안 태극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친 것이 자기만족에 불과했던 셈이다. 아니 보수가 새로운 모습을 갖추는 걸 가로막는 걸림돌이었을 뿐이다. 3년이 넘도록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소 앞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뒤 꽃다발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소 앞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뒤 꽃다발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질 수 없는 선거의 조건
보수 유권자들은 한 달 전만 해도 ‘질 수 없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 게 뭐냐는 거다.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최저임금, 52시간…. 탈원전은 에너지 비용을 급격히 올렸다. 일자리를 내세우고 출범했지만 일자리를 말리는 정부가 됐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성해도 대책이 없고, 한미일 공조는 위기에 빠졌다. 중국에는 계속 목줄을 잡힌 관계다. 조국 사태는 정권의 도덕성을 흔들어놨다.
그러나 아무것도 쟁점화하지 못했다. 코로나 19 탓이라고 외부에 책임을 돌리기에는 리더십이 실종됐다. 코로나 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는 국내 경제 문제를 희석했다. 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방역 실패를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미래통합당은 스스로 쟁점을 만들지 못했다. 현금 지원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오히려 더 얹어주기를 갈팡질팡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금 지원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이 만든 프레임 안에서 허우적대다 선거를 마쳤다.
 
#표만 까먹은 선거전략
리더십이 없었다. 선거 전략은 우왕좌왕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문제부터 끌려다녔다. 지더라도 전체 판세를 이끌기 위해 치고 나갔다면 희생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판단은 느렸고, 피하는 인상만 줬다. 시작하기도 전에 졌다.
지역구나 비례대표나 공천 책임자들이 모두 갈등을 빚고 사퇴했다. 공천했다 뒤집고, 발표하고 뒤집고…. 공천 책임자를 잘못 임명했건, 관리를 잘못했건, 무너진 리더십의 상처는 심각하다. 공천뿐 아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영입하는 과정도 오락가락했다.
선거 전략도 없었다. 선거법 반대에 매달린 전략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연동형을 뒤집어 꼼수를 썼지만, 더불어민주당이5분의 3을넘는 데만 기여했다. 미래한국당이 몇 석 더 얻은 게 무슨 의미가 있었나.
선거는 말이다. 선거 이후에는 실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천은 몰라도 말은 절묘하게 제시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결과가 있건 말건 선거에서 무슨 말을 제시할지는 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말조차 없다.
선거 프레임도 반대와 비난 이외에 무엇을 보여줬는지 알지 못한다. 후보 공천에서도 메시지가 없었다. 이제와 탄핵 관련 양쪽 날개를 자른 것 이상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공천관리위와의 갈등 탓에 더욱 엉망이 됐다.
막말 파동도 그렇다.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안다. 하지만 선거에서 어떤 말을 하고, 무엇을 쟁점으로 삼을지 아무 생각이 없다. 특정 후보만이 아니라 당 전체가 그랬다.
 
#소멸, 혹은 새로 태어나기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 지역주의 덕분에 살아남은 당선자들이 민심을 대표하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고립된 당을 갈라파고스로 만들면 안 된다. 모두 버려야 한다. 과거나 이념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이외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지난 3년의 국정 운영이 모두 잘한 것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공수처로 검찰부터 손볼 것이다. 교만하면 실수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그걸 이용할 줄 모르는 무능한 정당에는 기회가 없다. 더구나 상대 실수만으로 정권을 잡을 수는 없다. 더 길게 보고, 보수 정당을 새로 만들지 않으면 소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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