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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향이 집안에 가득…굳이 4월에 딸기를 먹는 이유

기자
강하라 사진 강하라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25)

똑똑, 현관문 밖에 인기척이 나자 낮잠을 자던 리트리버의 귀가 쫑긋해진다. 발소리를 구분하는 우리 집 개들은 처음 오는 사람과 항상 오는 택배 기사를 구분한다. 오늘은 좋은 냄새를 맡았는지 현관문을 서성인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리고 있던 딸기와 채소 박스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집의 현관 앞까지 가져다주는 택배 기사들께 더욱 감사한 요즘이다. 이들의 수고가 없었더라면 아마 우리나라도 두루마리 휴지를 사재기하는 나라들처럼 힘든 일을 더 많이 겪었을 것이다.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향긋하고 달콤한 향기에 집안의 공기마저 달콤해지는 것 같다. 개들이 먼저 냄새를 맡고 꼬리를 흔들며 차례를 기다린다. 흐르는 물에 먼지만 씻어 딸기를 먹는다. 아이들은 먹는 동안 여러 번 맛있다는 말을 한다. 마트에서 12월이면 벌써 딸기가 나오지만 우리는 조금 더 기다린다. 3월이 넘어가면 농부들로부터 맛있는 딸기를 받을 수 있는데 춥고 긴 겨울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과일과 채소의 소비가 많은 우리 가족을 위해 아내는 부지런히 직거래가 가능한 농부를 찾는다. 딸기는 그중 손꼽히는 보상이었다.

 
농부님께 채소를 받으면 이맘때는 자연재배 딸기도 함께오곤 한다. 우리 집 개도 이 딸기가 무척 맛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사진 강하라]

농부님께 채소를 받으면 이맘때는 자연재배 딸기도 함께오곤 한다. 우리 집 개도 이 딸기가 무척 맛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사진 강하라]

 
비닐하우스 재배를 한다고 해도 한겨울에 딸기를 맛보기 위해서는 자연을 거스르는 장치가 필요하다. 생장 촉진제는 그중 가장 흔하게 쓰이는데 딸기의 출하를 조금이나마 앞당기기 위한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딸기의 크기는 부쩍 커졌고 향과 맛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재배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에서 저자는 훌륭하게 잘 키운 채소와 과일은 알이 여물고 속이 꽉 차 있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키우지 않고 철에 맞게 자란 채소와 과일은 열매가 크지 않아도 속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진하다. 우리가 기존에 먹어 오던 것과는 다른 맛임을 알 수 있었다.
 
박스를 열고 딸기를 씻으면 집안에 퍼지는 딸기 향에 어린 시절로 타임머신 여행을 하게 된다. 어머니가 사 오신 빨간 소쿠리에 담긴 알이 작은 딸기는 골목에 꽃잎이 흩날리던 봄에 먹었다. 먹는 것과 추억, 맛과 향은 뇌 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기억의 저편에서 딸기의 향이 살아났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어릴 때 맛보았던 딸기 맛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아이들이 자라서 딸기를 먹다가 이런 추억이 떠오르면 좋겠다. 맛을 떠나서 몸에 좋고 자연에도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값진 일이다. 평생을 먹고 살아가야 함에도 그동안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해서 천천히 다시 공부하는 중이다. 자연의 힘으로 길러낸 것은 인위적인 노력보다 앞선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작은 텃밭에서 겨울을 견디고 남은 민트 잎과 코코넛 밀크를 곁들인 딸기 디저트, 살짝 얼린 딸기를 코코넛 밀크와 갈아 만든 즉석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사진 강하라]

작은 텃밭에서 겨울을 견디고 남은 민트 잎과 코코넛 밀크를 곁들인 딸기 디저트, 살짝 얼린 딸기를 코코넛 밀크와 갈아 만든 즉석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사진 강하라]

 
식사 후 서양식 디저트를 먹는 문화가 어느덧 한국에서도 자리 잡았다. 식사만으로 이미 충분하지만 디저트를 먹는다면 제철 과일을 추천한다. 과일은 때에 맞는 계절에 맛보는 것이 가장 맛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조금 맛이 덜한 과일이라면 걸쭉한 코코넛 밀크를 곁들여 먹어도 훌륭하다. 스테비아 잎을 말려 곱게 빻은 스테비아 가루를 활용하면 단맛을 더할 수도 있다.
 
딸기는 허브의 종류인 민트나 딜을 소량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봄철의 제철 나물과 딸기는 지금 이 계절에 필요한 영양을 담고 있다. 자연이 주는 과학적이고 경이로운 서비스다. 사람들이 ‘제철’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쓰지만 ‘제철’의 식재료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 지금 맛이 무르익은 딸기를 먹으며 우리 주변에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리며 힘을 내보자.
 
작가·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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