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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하는데…중국이 현금 살포 안 하는 이유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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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격에 맞서 전 세계가 나라 곳간을 열고 있다. 대대적인 현금 살포를 위해서다. 국민 손에 진짜 ‘현찰’을 쥐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뉴스]

행동에 나선 국가가 한둘이 아니다. 경제 강국이 주도한다. 미국은 이번 달부터 연 소득 9만 9000달러(약 1억2172만원) 미만 성인과 미성년자에게 각각 1200달러(약 147만원), 500달러를 통장에 꽂아준다. 일본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 약 30만엔(약 341만원)을 준다. 호주도 직장이 없는 연금수령자, 실직자에게 750호주달러(약 58만원)를 지급한다. 캐나다도 코로나19 피해를 본 개인에 매달 최대 2000 캐나다 달러(172만원)를 주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싱가포르달러(약 26만원)를 준다.

전 세계 현금지급 계획 쏟아내
코로나발 충격 대비 극약처방
중국은 이 행렬에 동참 않아
지급시 실효성 여부 의문 때문
고용 위한 기업 지원에 집중해
현금보다 소비쿠폰이 더 유용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규모별 지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규모별 지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도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코로나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이 행렬에 중국은 빠져 있다.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겪었고, 감염 차단을 위해 파격적인 ‘봉쇄령’까지 내려 경제 충격도 크다. 어느 나라보다 경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소비 쿠폰(바우처) 제공에 나설 뿐 현금을 주는 것만큼은 주저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 현금 지급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주정푸 전국변호사협회 부회장은 최근 "14억 중국인에게 2000위안(약 35만원)씩, 총 2조8000억 위안(약 443조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주류 의견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중국의 태도에 주목했다. NYT는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면서도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은 주저한다”며 “반면 '미국이 공산 국가화되고 있다'고 비판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금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왜 현금 살포를 하지 않을까?

①해보니 큰 효과 없더라

지난 2월 중국 쓰촨성 쑤닝시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중국 인민폐를 소독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쓰촨성 쑤닝시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중국 인민폐를 소독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은 현금을 지급해본 경험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지난 2009년 춘제(春節)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약 90억 위안(약 1조5500억원)을 들여 저소득층에 일회성 생활보조금을 줬다. 중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지방정부도 했다. 광둥성 둥관시는 저소득층에게 100~600위안씩 지급했다. 장쑤성과 광시좡족자치구는 저소득층 1인당 현금 100위안을 각각 전달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시 정책이 소비를 진작하는데 큰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차오(劉俏)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쓴 기고문에서 “(현금성 쿠폰) 사용의 용도를 정하지 않고 지급하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쥔 모건스탠리 화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저축을 선호하기 때문에 현금 보조는 소비 진작 효과를 크게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현금 보조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쉬홍차이 중국 정책과학연구원 부디렉터 역시 같은 의견이다. 그는 "현금지원이 소비를 개선하기보다 인플레이션 압박만 키울 것"이라고 봤다. 

②산업구조의 문제다

지난 10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고속철도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고속철도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산업구조는 미국 등 서방국과 다르다. 지금은 소비의 중요성이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투자가 성장을 견인한다. 경제를 부양하는데 투자가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중국은 위기가 오면 철도를 건설하고, 비행장을 짓고, 도로를 깐다.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살아난 것도 현금 지급 때문이 아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덕이다. NYT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한 5860억달러(약 713조원)의 대규모 투자는 고속철도, 고속도로, 교량 등에 집중됐다”며 “이를 통해 철강, 유리, 시멘트 산업 등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해 경기를 부양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이번에도 5G, AI,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SOC' 건설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소위 말하는 신(新)SOC 투자다.
지난 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한 여성이 여행가방을 끌고 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한 여성이 여행가방을 끌고 가고 있다.[AP=연합뉴스]

③고용이 우선. 정부 돈도 기업이 줘라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고용구조에서 고학력 노동자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NYT는 “중국은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공장 블루칼라 노동자 못지 않게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노동자 비율이 높아졌다”며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 나타난 이들 세대는 실업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분석한다. 현금을 받더라도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그것이 중국 사회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5.2%였으나 1~2월에 6.2%까지 뛰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도 대규모 실업이 미칠 파장을 걱정한다. 지난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코로나19 방역 현장을 처음 방문해 "특히 일자리 문제를 주시해야 하며 대규모 감원 사태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고용’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천명한 것이다.
 
NYT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는 기업이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돕는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며 “국책은행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기업 대출용으로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돈을 주기보다는 기업 대출을 늘려 이들이 망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좋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 돈이라도 임금 형태로 기업이 나눠주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SCMP도 "중국 당국은 현금 보조성 정책보다는 은행이나 시장에 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시베이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마스크와 1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시베이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마스크와 1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내 유명 음식 체인점 시베이(西貝)의 직원 2만 2000명이 해고 위기에 처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2억 달러 규모의 긴급 대출을 시베이에 해줬다. 하지만 용도는 한정했다. 지아궈롱(贾国龙) 시베이 대표는 NYT에 “대출금은 오직 직원 급여와 원자재 업체 비용 상환에만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쉬홍차이 디렉터는 SCMP에 "(정부 재원은)제한된 자원이라 이를 분배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을 것" 이라며 "근본 문제는 고용"이라고 말했다. 

④굳이 나눠준다면 현금보다 소비쿠폰

지난달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그럼에도 소비는 중국 경제 회복의 필수 요소다. NYT는 “과거보다 서비스 분야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해졌다”며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호텔, 관광, 교통, 영화 산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봤다. 즈위 인민대 교수는 “인프라 투자로는 (서비스업 등)코로나19에 충격을 받은 산업 종사자들의 충격을 흡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 자금을 대출해 줘 기업 생명을 억지로 연장할 순 없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치엔먼 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의 모습.[EPA=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치엔먼 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의 모습.[EPA=연합뉴스]

중국에선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해 현금 대신 소비쿠폰에 주목한다. 저장성 항저우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항저우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16억8000만 위안(약 2908억원)을 들여 소비 쿠폰을 1인당 5장 발급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로 쿠폰을 내려받는다. 쿠폰은 일종의 할인권이다. 지정된 소비 장소에서 40위안을 소비하면 10위안을 할인해 주는 식이다. 대신 각종 식당, 주유소를 비롯해 오프라인 상점과 치료를 목적으로 한 병원 진료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NYT는 “이 쿠폰의 사용 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해 빠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며 “저축 가능성으로 인해 소비 진작 효과가 낮은 미국의 현금 지급 방식과 다르다”고 전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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