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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하·김제동은 나타났는데…'별' 볼일 없는 유세장 왜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한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배우자 심은하씨가 7일 서울 약수시장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한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배우자 심은하씨가 7일 서울 약수시장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배우 이영애씨가 공주 산성시장 유세를 함께 돌아 화제가 됐던 정진석 미래통합당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유세장에서 올해는 이씨를 볼 수 없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화ㆍ드라마에서 비중있는 ‘감초’ 역할로 인지도가 높은 안내상ㆍ우현씨 등이 지난 총선 때 유세를 도왔는데, 이번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연예인들의 선거 유세 지원을 받은 후보 18명 중 11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연예인 지원군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때 유세장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던 연예인들이 이번 선거에선 자취를 감췄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의 북콘서트 '우상호의 감성 에세이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면'에 참석한 배우 우현씨(오른쪽).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의 북콘서트 '우상호의 감성 에세이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면'에 참석한 배우 우현씨(오른쪽). [뉴스1]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출연자 등 연예인 10여명이 오는 21일 오후 서울 면목동 면동국교에서 열리는 정당연설회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재)씨를 돕기 위해 ‘대발이 팀’이 유세장에 나오는 셈인데 극중 부자지간인 탤런트 최민수씨를 비롯, 하희라ㆍ윤여정ㆍ김세윤ㆍ사미자씨 등이 얼굴을 비친다는 것…이(덕화)씨의 경우 주현미ㆍ태진아씨 등 가수들이 이씨의 당선을 물밑에서 밀어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1992년 제14대 총선에 출마한 이순재 민주자유당 후보의 선거 포스터. [중앙포토]

1992년 제14대 총선에 출마한 이순재 민주자유당 후보의 선거 포스터. [중앙포토]

중앙일보 1992년 3월 18일자 14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이순재ㆍ강부자ㆍ최불암ㆍ이덕화ㆍ이주일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1992년 14대 총선은 ‘별들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연예인들의 화력 지원이 화제가 됐다. 연예인 후보와 맞붙은 일부 정치인들이 ‘불공정 선거’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출마한 이순재 후보는 야당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울 중랑갑에서 이상수 당시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치러진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ㆍ김대중ㆍ정주영 후보 모두 연예인 유세단을 대거 꾸리고 전국을 돌았다.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씨 [중앙포토]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씨 [중앙포토]

연예인 지원유세의 위력이 확인되자 1996년 15대 총선에선 더욱 조직적으로 체계화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연예인 봉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수 주현미ㆍ태진아ㆍ현철씨, 개그우먼 김미화씨 등 인기 연예인과 전문 연사로 구성된 특별지원팀을 만들었다. 이후 연예인 유세는 총선의 한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각 진영은 우호적이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기 배우나 가수들을 동원했다.  
 
이런 흐름은 4년 전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이영애ㆍ안내상ㆍ우현씨 외에도 연예인들의 유세지원 러시가 이어졌다. 가수 이은미ㆍ윤형주씨는 당시 손혜원ㆍ안민석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각각 도왔고 탤런트 이영범ㆍ김영철씨는 이상일 새누리당 후보(용인병)를, 탤런트 선우용여씨와 개그맨 김수용씨는 김상민 새누리당 후보(수원을)를, 탤런트 전원주씨는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인천 서갑)를 지원했다. 또 가수 남진씨는 박주선 국민의당 후보 유세장에 나타났다.
 
2016년 4월 11일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망원시장에서 가수 이은미씨와 함께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2016년 4월 11일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망원시장에서 가수 이은미씨와 함께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중-성동을) 배우자인 심은하씨, 유상범 미래통합당 후보(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동생인 유오성씨, 이재영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강동을) 배우자 박정숙씨 등 후보의 직계 가족만 모습을 드러낼 뿐 연예인들의 유세 지원이 극히 드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방송인 김제동씨가 11일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태양 미래당 후보를 지원 사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에서 열린 오태양 미래당 광진을 후보 선거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방송인 김제동씨가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에서 열린 오태양 미래당 광진을 후보 선거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연예인들의 선거 유세가 드물어진 이유는 코로나19 여파가 우선 꼽힌다. 시끌벅적한 현장유세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때 연예인의 지원을 받았던 한 후보 측은 “요즘 분위기가 연예인을 동원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갈수록 양극화하는 정치 문화도 한 몫 하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한 이사는 “친한 정치인 캠프 관계자로부터 코로나19 전부터 총선 유세를 지원해줄 수 없겠냐는 요청을 받았는데 ‘요즘 잘못 찍히면 방송이 끊기니 도와줄 수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예능PD도 "요즘은 정치 이슈가 워낙 민감해 정치 패러디물 하나 하면 반대 진영 공세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장동건ㆍ이선균씨 등 인기 연예인과 동기인 오신환 미래통합당 후보도 “예전엔 동기 연예인들이 선거를 도와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어렵다. 설령 도와준다고 해도 걱정이 돼서 내가 말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16년 4월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대 총선 홍보대사인 아이돌그룹 A.O.A 멤버 설현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16년 4월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대 총선 홍보대사인 아이돌그룹 A.O.A 멤버 설현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는 중앙선관위의 연예인 동원 총선 홍보도 예년에 비해 가라앉은 분위기다. 20대 총선에선 중앙선관위가 걸그룹을 대거 기용해 총선 참여를 독려했다. 인기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씨가 홍보대사로 선정돼 3편의 홍보 영상을 찍었고, 사전투표도 역시 걸그룹 에이핑크를 섭외해 촬영했다. 20대 총선 투표율은 58.0%로 19대 총선(54.2%)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총선의 홍보 영상은 방송인 유재석씨, 김구라씨, 만화가 기안84 등 여러 명의 다양한 유명인사들이 등장해 짧은 메시지만 남기는 형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축제 같은 분위기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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