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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 세습정치의 명암

서승욱 도쿄총국장

서승욱 도쿄총국장

“일본 정치는 큰 문제야, 권력을 세습 받은 도련님들뿐이고, 관료들이나 지역에선 모두 떠받들기만 하니 기본적 양식이라는 게 없어.”
 
한·일 양국 사정에 밝은 일본인 교수가 이렇게 투덜거렸다. 세금이 투입된 꽃놀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역구 주민 800명이 초청받은 ‘벚꽃 보는 모임’, “나와 내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는 총리의 한 마디에 재무성 관료들이 관련 문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는 ‘모리토모(森友)사학재단 사건’,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이 코로나 회의에 불참하고 지역구 회식에 달려간 일을 지적하면서다.
 
글로벌아이 4/14

글로벌아이 4/14

일본 내에선 국민 정서와 따로 노는 궤도 이탈의 원인을 자민당 정치의 특권의식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군 ‘지방(地盤·지역구와 후원조직)’ ‘간방(看盤·지명도)’ ‘가방(선거자금)’ 등 ‘3방’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들이 정계를 쥐락펴락하며 국민들의 의식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30년간 자민당 총재를 지낸 10명 중 9명이, 2017년 중의원선거 소선거구에서 승리한 자민당 의원 218명 중 33%인 72명이 세습의원이었다. 현재 각료 20명 중에도 8명 정도가 세습 정치인 범주에 포함된다.
 
한국인은 쉽게 납득 못 할 일이지만 일본 내 분위기는 다르다. ‘어설픈 자수성가보다 잘 키운 세습이 낫다’는 기류가 있다. 자민당 내 사정에 밝은 재일민단 관계자는 “총리가 될 만큼 싹수가 있는 세습 정치인에 대해선 병아리 시절부터 자민당이 전담 교사를 붙여 다방면에 걸친 교육을 한다”고 했다. “제대로 된 세습 정치인을 길러내는 쪽이 언제 사고 칠지 모르는 근본 없는 신인을 발탁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세습이나 특권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약한 건 일본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계층 간 신분 이동 기회가 적었던 일본은 치열한 경쟁보다 신분에 따른 세습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풍토다. 명문 사립대의 부속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해당 대학 진학이 사실상 보장되는 것도, 일부 중학교 입시에 부모 면접이 실시되는 것도 일본에선 자연스럽다.
 
이런 정치·사회 시스템을 답답해하는 일본인 중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수준 이하의 행태를 보면 꼭 그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을 “충청도 출신 아버지와 전라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홍보하는 후보도 있다는데, 이런 정치가 세습보다 나은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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