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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어 철강·타이어도 ‘코로나 보릿고개’

지난달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 이 차들이 팔려야 수많은 협력업체도 산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 이 차들이 팔려야 수많은 협력업체도 산다. [연합뉴스]

“잘 버티면 3개월, 그 이후는 어렵습니다.”
 

국내 차 산업 생태계 줄줄이 타격
해외공장 셧다운, 부품공급 못해
협력사 “잘 버텨야 석달” 부도 위기
현대제철, 사옥 매각 등 비상경영
타이어 3사, 이달 해외공장 올스톱

현대자동차그룹 2차 협력업체인 A사는 중앙일보에 13일 이렇게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납품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수출용 자동차 부품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출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1차 협력업체가 A사로부터 부품을 받아 조립한 뒤 다시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데, 이 협력사의 물량이 감소하면서 A사까지 연쇄 타격을 입은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매출 감소가 4월 수준으로 3개월 이상 지속하면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지고 어음 결제가 불가능해진다. 사실상 부도 수순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판매 네트워크가 ‘셧다운’(가동중단) 상태에 들어가면서 국내 생태계가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른바 ‘티어1(Tier1)’이라 불리는 대형 1차 협력업체가 우선 타격을 입고, 충격은 고스란히 2·3차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구조다.
 
4월이 더 두려운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4월이 더 두려운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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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판매 비중은 전체 생산의 83%를 차지한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고 내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국내 생산 능력(320만 대)은 내수(150만 대)의 2배가 넘는다. 해외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선 생산하더라도 팔 곳이 없는 셈이다.
 
현대차는 울산5공장 투싼·넥쏘 생산라인 가동을 13~17일 중단하고, 기아차도 수출 물량이 많은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1·2공장, 전남 광주 2공장 등의 휴업을 노조와 협의 중이다. 중국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제외한 전체 해외 생산시설도 휴업 상태여서 이들 공장에 납품하던 국내 협력업체 부품 공급은 이미 거의 중단된 상태다.
 
자동차 발(發) ‘보릿고개’가 시작되면서 철강·타이어 등 필수 자동차 부품업체도 심각해졌다.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의 올해 생산 목표를 기존보다 대폭 낮춰 재조정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당진제철소 전기로의 가동도 줄일 예정이다. 서울 잠원동 사옥과 강관사업부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포스코 역시 세계 철강 수요 감소와 시황 악화에 맞춰 감산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생산이 정상화했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저가 철강 제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크다”며 “자동차 산업 수요까지 감소하면 국내 철강 업체들의 생산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멈춰선 해외 현대·기아차 공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멈춰선 해외 현대·기아차 공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타이어 업계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착수했다. 한국·금호·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4월 한 달간 해외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 넥센은 체코에 각각 생산시설이 있다.
 
한국 생산 시설도 재고 조정을 위해 일부 가동을 중단한다. 자산 매각과 유동화 등으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오래 버틸 상황은 못 된다. 한국타이어는 상반기 서울 역삼동 사옥을 임대로 내주고 경기도 판교로 이사할 예정이다. 역시 비용 절감 목적이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 9일 “수요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32조8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지면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며 “(코로나19) 초기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이 중요하지만, 이후엔 주력 수출업종에 대한 안전망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버텨야 수출이 늘고 임금·배당·세금 등을 부담하는 국가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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