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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다”…'코로나 전선'에 투입된 5인의 국군

 
지난 10일 신임 간호장교 75명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 지원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은 지난달 3일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식과 임관식을 치른 당일 곧바로 국군대구병원으로 내려가 5주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국가와 국민 지키는 군인의 사명’
메르스·군 작전 경험 큰 도움 돼
“늘 예방수칙 지켜달라” 당부

 
지난달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현장에 투입된 신임 간호장교들이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경북 경산시 국군대구병원으로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지난달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현장에 투입된 신임 간호장교들이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경북 경산시 국군대구병원으로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국군 장병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확진자 진료를 비롯해 검역·방역·상담·마스크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 임무를 맡았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위기대응에 전문화한 군이 코로나 위기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민 지원에 나섰다”며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 5명의 무명의 헌신을 소개한다.
 
간호장교 박은경 대위는 지난달 2일 국군양주병원에서 국군대구병원으로 파견돼 코로나19 대응 임무에 투입됐다. 박 대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경험 덕분에 코로나19 파견이 두렵지 않았다”며 “임관 직후 달려온 후배 간호 장교들에게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2009년 간호장교로 임관한 뒤 2013년 남수단재건지원단으로 파병돼 내전 중 발생한 총상 등 외상환자 수술에도 투입됐다. 이어 2014년 세월호 의료진 파견, 2015년 메르스 의료진 파견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군대구병원 박은경 대위(왼쪽)가 출입이 통제된 병실 내부에서 함께 근무중인 간호장교와 함께 본지 독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군대구병원 박은경 대위(왼쪽)가 출입이 통제된 병실 내부에서 함께 근무중인 간호장교와 함께 본지 독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금은 중증환자 인공호흡기 병실에서 입원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각종 처치를 한다. 병동에는 환자 가족도 들어갈 수 없고 지정 의료인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입원 환자 식사 제공과 주변 환경 청소까지도 간호 장교가 도맡아야 한다. 박 대위는 격리병동 선임 간호장교로서 간호 근무자의 건강을 확인하고 교육 및 응급상황 대처방안 마련 등 관리 업무까지도 맡고 있다.
 
전염병은 잔인하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배우자가 사망했지만, 본인도 감염돼 장례에 가지 못한 환자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무거운 고통에서도 의료진을 먼저 걱정했다. 박 대위는 “코로나19 환자가 후송 가는 구급차에서 ‘나 때문에 밥도 못 먹고 미안합니다’라고 말할 때 가슴이 매우 아팠다”며 “부디 치료 잘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셨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박은지 소위(왼쪽)와 신나은 소위가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박은지 소위(왼쪽)와 신나은 소위가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박 대위는 “12시간 이상 근무하면 힘에 부친다”면서도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이 나와 실망한 환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 더 어렵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간호장교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늘 방심하지 말고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군의관 정찬영 대위는 임관 직후 지난달 2일 국군대구병원에 파견됐다. 정 대위는 지난 2월까지도 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련하던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의료 업무를 했다. 의심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방호복을 입고 격리실에 들어가 검체를 채취했다.
 
지난달 5일 오후 신종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임무를 맡은 119구급차가 확진자를 태우고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국군대구병원은 이날 진료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뉴스1]

지난달 5일 오후 신종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임무를 맡은 119구급차가 확진자를 태우고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국군대구병원은 이날 진료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뉴스1]

 
국군대구병원에선 ‘음압 격리 병상’ 치료의 모든 과정을 주관하는 주치의로 복무하고 있다. 정 대위는 “지난달 5일 국군대구병원에 음압 병상을 긴급히 설치해 입원환자를 받기 시작했다”며 “당시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약 2000명의 확진 환자가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던 상황”이라며 급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정 대위는 “폐렴이 급격히 악화하는 환자도 있어 항바이러스제 투약과 산소치료 등을 통해 환자 치료에 나섰다”며 “경련·저혈압·실신 환자가 나와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완치해 퇴원하는 날까지 조금만 힘을 더 내시라”며 환자에게 응원을 전했다. 또한 “다른 병원의 의료진들에게도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방역 작전 투입…부친 임종 지켜보지 못해

 
2작전사령부 화생방대대 소속 김보슬 중사는 지난 2월 27일부터 방역작전에 출동하고 있다. 제독 차량에서 도로와 외부 시설에 소독액을 살포하고 등짐 펌프를 메고 시설 내부에 들어가 방역 활동을 했다.
 
지난달 11일 김보슬 중사가 제독차를 이용해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육군 제공]

지난달 11일 김보슬 중사가 제독차를 이용해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육군 제공]

 
김 중사는 “화생방 제독분대장·정찰분대장 역할을 맡아봤다”며 “생물학전 발생 시 대응하는 절차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6년 12사단 복무 중 인제지역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 방역작전에 나섰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작전이 더 까다로운 부분도 있었다고 한다. 김 중사는 소독액을 묻힌 수건으로 출입문 손잡이·사물함·책상 등 사람 손이 접촉하는 곳도 꼼꼼하게 소독했다. 코로나19는 감염자의 기침과 재채기 또는 말을 할 때 튀어나온 작은 침방울(비말)로 전파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중사는 지난 2월 29일 부친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부친이 입원한 요양병원에도 코로나19가 발생해 출입이 제한됐고, 김 중사도 이틀 전부터 방역 작전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그는 “국민이 어려울 때 힘을 더하는 게 군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방역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 모두 코로나 확진, 정서적 지지 역할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에 파견된 6사단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주성희 주무관은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 대상으로 심리 안정을 위한 전화 상담을 했다.
 
전화 상담을 통해 증상이 나타난 자가 격리자의 입원 방법을 안내하고, 자가 격리 수칙을 어기고 활동한 확진자는 센터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자살 위험이나 심각한 불안과 우울은 정신과 약물 처방 등 적절한 치료와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에 파견된 6사단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주성희 주무관이 심리안정을 위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에 파견된 6사단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주성희 주무관이 심리안정을 위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코로나19 감염으로 심리적 위기를 겪는 사례가 많다. 주 주무관은 “80대 부모가 모두 코로나19 감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임종을 앞둔 아들과 통화했다”며 “가족 모두가 확진자로 격리된 상황이기도 해 불안감과 억울함, 분노 등의 혼재된 감정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정동청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감염된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 우울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필요한 경우 상담이나 치료로 연결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 내내 상담관도 아픔을 같이 느낀다. 주 주무관은 “80대 내담자들과 통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음에 전화를 걸었을 때 보호자가 대신 받아 사망 소식을 전해 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우리 모두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평정심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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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교민 철수 자원, 새벽에도 휴대폰 놓지 못해  

 
국군양주병원 진료부장 김정길 중령은 지난 2월 군의관 20명, 간호장교 10명, 행정장교 1명과 함께 인천공항 검역소에 파견돼 군의료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군의료지원팀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는 승객의 선별 진료 업무를 맡아 유증상자 역학조사 및 검체채취를 한다. 김 중령은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국군의무사령부 군 의료 상황실에서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했다”며 “그때 경험 덕분에 빨리 선별 진료소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검역소 군의료지원팀장인 국군양주병원 진료부장 김정길 중령이 한국에 입국하는 유증상자 선별진료 업무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인천공항 검역소 군의료지원팀장인 국군양주병원 진료부장 김정길 중령이 한국에 입국하는 유증상자 선별진료 업무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인천공항 검역소에는 음압격리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호흡기 증상이 심한 승객들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과 소아는 여기에 머물게 된다. 이들의 진료와 간호 역시 군의료지원팀이 맡고 있다. 김 중령은 “방호복을 입고 휴일도 없이 매일 근무하고, 새벽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항에 들어오는 승객의 칭찬을 들으면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고 소개했다.
 
김 중령은 지난달 19일 이란 교민 이송에도 참여했다. 자원하는 의료 인력이 많지 않아 철수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였다. 그는 “군인으로서,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달 18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교민과 그 가족, 주재원 80명이 테헤란 이맘호메이니국제공항에서 주이란 한국 대사관의 안내에 따라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교민과 그 가족, 주재원 80명이 테헤란 이맘호메이니국제공항에서 주이란 한국 대사관의 안내에 따라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출발을 앞두고 기내를 병원처럼 오염구역, 준오염구역, 청결구역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장기간의 비행인 만큼 화장실 감염 관리에도 관심을 쏟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입국했던 이란 교민 80명 중 확진자는 한 명이었고, 다행히 2주 지난 뒤에도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김 중령은 “철저한 준비 덕분에 기내에서 교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보람을 느낀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겨주고 이해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제주에서 현역 군인 중 첫 확인자가 나왔다. 10일 기준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던 군인(군무원)은 39명인데 이 중 37명은 완치됐고 2명은 치료 중이다. 격리자는 이제 2명뿐이다. 부형욱 책임연구위원은 “대민 지원과 군내 확산을 막아내는 데 모두 성공했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전염병 확산과 같은 비전통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더욱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인터뷰는 코로나19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비대면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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