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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두고 불륜···마냥 밉지않은 '부부의 세계' 이남자, 뭐지?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준. [사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준. [사진 JTBC]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첫 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5회 만에 14.7%를 기록했다.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등 불륜 드라마 불패 신화를 자랑해온 배우 김희애와 ‘미스티’(2018)로 고품격 치정 멜로의 새로운 장을 연 모완일 PD가 만나 남다른 시너지를 낸 것.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선우(김희애)와 영화감독이자 엔터 사업가인 이태오(박해준) 부부가 불륜으로 인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는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본디 선망의 대상이란 부러움과 시기ㆍ질투를 한몸에 받는 법이니 말이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잘나가는 의사 부인과 회장님 딸 오가는
불륜남 박해준, 미워할 수 없는 매력 뽐내
소년 같은 순수함과 묘한 지질함 뒤섞여
‘독전’ 등 악역으로 주목, 연기 변신 성공

한데 놀라운 것은 불륜남 이태오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아내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은 물론 아들의 보험금까지 손댄 그의 행태에 천인공노할 법도 한데 분노는 여러 갈래로 튄다. 불륜 사실을 알고도 숨겨준 친구들이 더 나쁘다는 둥, 여자에게 손찌검하는 남자가 제일 화난다는 둥 그 대상도 여럿이다. 잘나가는 의사 아내에 빌붙어 사는 것도 모자라 지역 유지 회장의 딸과 눈이 맞아 투자까지 받아낸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함 때문일까. 아니면 아무리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려 애써도 실상은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는 지질함 때문일까. 우는 아내를 보고 뒷걸음질 칠 만큼 한심하기 그지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묘한 힘을 지녔다.  
 
극 중 지선우 역의 김희애와 동갑내기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 JTBC]

극 중 지선우 역의 김희애와 동갑내기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 JTBC]

여다경(한소희)과는 2년간 불륜을 이어왔다. [사진 JTBC]

여다경(한소희)과는 2년간 불륜을 이어왔다. [사진 JTBC]

이는 박해준(44) 배우 개인이 지닌 매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해 불륜에 빠지는 파격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희애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더욱 극에 몰입하게 한 것처럼 박해준 역시 연기로 이해시킨다. 부인과 함께 있을 때는 세상 다정한 남편이요, 아들(전진서)에게는 함께 게임도 하고 야구도 하는 친구 같은 아빠다. 애인 여다경(한소희)에게도 마찬가지. 부인과 애인, 둘 중 한 명을 선택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만 빼면 2년간 한결같이 믿음을 준 사람으로 묘사된다. 원래 바람 피우는 남자들이 더 헌신적이라 해도 “둘 다 너무 사랑한다”는 그의 말이 진짜인가 싶을 정도다.  
 
9살 연상인 김희애 옆에서도, 18살 차이 나는 한소희와 있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놀라운 부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재학 시절 ‘한예종 장동건’으로 불렸다는 그는 훤칠한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로 호감을 산다. 극 중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 지선우가 불륜 상대로 여러 사람을 의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모두에게 다정한 이태오가 미인대회 출신인 여다경의 엄마 엄효정(김선경)과 만난다거나, 그의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다 비서로 돌아온 이혼녀 장미연(조아라)과 만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니 말이다. 누구와 붙여놔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장점이다.
 
극 중 여다경의 아버지인 여병규 회장(이경영)과 부인 엄효정(김선경)에도 깍듯하다. [사진 JTBC]

극 중 여다경의 아버지인 여병규 회장(이경영)과 부인 엄효정(김선경)에도 깍듯하다. [사진 JTBC]

김희애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모완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사회 특성상 남자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아저씨가 된다. 그런데 박해준에게서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착하거나 어려 보이는 게 아닌 ‘순수함’이 있다는 것이다. 체면이나 예의,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해 직진하는 모습, 그것이 박해준과 이태오의 공통점인 셈이다. 김희애는 “컷 하고 나서도 감정이 멈추지 않아 박해준은 오죽할까 싶어 보면 편하게 장난치는 등 전환이 심해서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며 “더 희한한 것은 본인은 대충하는 느낌이다. 괴물 같다”고 표현했다. 
 
영화 ‘4등’(2016)에서는 수영 코치 광수 역할로 호평받았다. [사진 프레인글로벌]

영화 ‘4등’(2016)에서는 수영 코치 광수 역할로 호평받았다. [사진 프레인글로벌]

어디서 이런 배우가 튀어나왔을까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뜯어보면 여러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서서히 하나로 포개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화차’(2012)의 악랄한 사채업자부터 시작해 TV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미생’(2014)의 냉철한 천 과장 등 지금 모습과 쉽게 매치되지 않는 다양한 표정이 떠오르는 탓이다. 특히 ‘4등’(2016)이나 ‘독전’(2018)을 본 관객이라면 그를 잊지 못할 터다. 수영 코치 광수나 중간보스 박선창 등 냉혹하긴 매한가진데 그 속에 연민과 두려움 등 복잡다단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있다. 덕분에 폭발하는 장면보다 가만히 있을 때 더 많은 감정이 읽힌다.  
 
영화 ‘독전’(2018)에서는 중간보스 박선창 역할로 선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 NEW]

영화 ‘독전’(2018)에서는 중간보스 박선창 역할로 선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 NEW]

2007년 연극 ‘그때, 별이 쏟아지다’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데뷔가 늦은 이유에 대해 그동안 “연기를 더럽게 못했다”라거나 “모든 게 쑥스러웠다” “별로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등 의외의 대답을 내놓곤 했다. 본인은 “연기에 큰 욕심이 없었다”고 했지만, 실제는 엄청난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 나이테마다 각기 다른 감정이 꽉꽉 들어차도록 무르익느라 시간은 다소 걸렸을지 몰라도, 선보이는 작품마다 누구에게서도 보지 못한 낯선 얼굴을 꺼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4등’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캐릭터든 배우가 인물에 연민을 느끼면 그 감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 이태오에게 품은 감정 역시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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