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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한 강경화·비켜난 추미애···두 여성장관 '코로나 행보'

 올 상반기 국정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정부 부처 장관들의 희비를 갈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두 여성 장관이 대표적이었다. 
 

코로나 출입국 제한 논란 한복판 선 외교부
정작 주무 부서인 법무부는 전면에 안 나서
'방역' 보다는 '외교'와 '정치'를 앞세운 정부
조국 이미지 연상 추미애 장관은 2선 후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부터)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위해 합동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부터)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위해 합동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장관은 경력도, 캐릭터도 딱히 접점이 없다. 오히려 반대다.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 경력의 추 장관이 불같은 추진력의 공격수형 장관이라면, 영어에 능통한 국제기구 출신의 강 장관은 소방수 내지는 수비수에 가까웠다.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명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역할을 맡았다면, 강 장관은 헝가리 유람선 참사, 코로나 사태 등 국제적으로 터지는 사고마다 수습을 위해 긴급 투입됐다. 
 
지난해까지 국회 외통위 위원과 장관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이제 국무회의 석상에 나란히 앉게 됐지만, 두사람의 행보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들의 엇갈린 행보와 원인을 분석했다. 
 

‘오경화’ 최대 위기 벗어나 기사회생?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17년 6월 문 정부 1기 내각으로 합류한 강 장관에게는 ‘오경화’, ‘K5’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임기 5년을 함께할 것이란 의미에서다.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얼굴이란 평도 나온다. 그랬던 강 장관이 부임 3년 차 코로나 사태를 맞아 말 그대로 ‘퍼펙트 스톰’에 휘말렸다.
 
2월 18일 31번 확진자를 계기로 국내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났다. 이스라엘, 베트남,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거부에 이어 강제 격리가 이어졌다. 강 장관은 매일같이 영국, 미국, 인도, 베트남 등 외교 수장들에게 “과도한 입국제한 조치를 말아달라”는 전화를 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보름 만인 3월 초 한국에 국경을 닫은 곳이 100곳을 돌파했지만, 외교부는 속수무책이었다. 
 
무엇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등 한·중 관계에 치중한 정부가 초기 출입국 제한을 제때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청와대는 물론 강 장관과 외교부에 쏟아졌다. 일부 시민단체는 강 장관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고, 비슷한 시기 정세균 국무총리도 강 장관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월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월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상황은 3월 중순 달라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 이슈는 후순위로 밀렸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국내 상황도 호전됐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이달 들어선 거꾸로 해외에서 국산 진단키트 수출 요청 등 ‘방역 SOS’ 전화를 받게 됐다. 외교부는 한국이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를 서두르지 않은 것을 '개방성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 주재 각국 외교관들에게 홍보했다. 
 
강 장관 개인으로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역 상황을 차분하게 알린 것이 도움이 됐다. 영어에 능숙한 본인의 장점을 살려 기사회생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코로나 무풍지대(?) 법무부와 추미애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뒤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뒷줄 왼쪽부터)의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뒤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뒷줄 왼쪽부터)의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올해 1월 문재인 정부 내각에 합류한 추 장관은 적어도 신종 코로나 이슈에서만큼은 한 발 비켜난 모양새였다. 
 
법률상(정부조직법 제32조)으로 보면 국경 관리는 엄밀히 말하면 법무부 소관이지만, 출입국 제한 문제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건 주로 강 장관이었다. 출입국 사무를 총괄하는 추 장관은 외견상 무풍지대에 머무르는 모양새였다
 
추 장관은 굵직한 출입국 관련 현안을 발표할 때도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는데, 2월 초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대표적이었다. 
 
브리핑 현장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 장관이 참석해 설명했다. 추 장관은 코로나와 관련해선 '간헐적 등판'을 하곤 했는데, 두 가지 장면으로 압축될 수 있다.
 
추 장관은 2월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추 장관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와 면담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미국 같으면 중국 사람들을 완전히 차단하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상당히 정치적인 분위기로 끌고 가지 않습니까”라고 발언했다. 이어 “우리는 아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실효적인 차단을 하니까 이 부분에 대해 (중국이) 감사해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추 장관의 발언을 놓고 외교가에서는 “외교적으로 큰 파장이 있을 만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출입국 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의 인식이 이러니 호미로 막을 것을 포클레인으로도 못 막게 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지난 2월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지난 2월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 장관은 2월 28일에는 대구 신천지 교회에 대해 "압수 수색 등으로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대검찰청에 지시하며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다. 추 장관의 신천지 수사 지시를 두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검찰의 대대적인 구원파 수사 전례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추 장관은 이와 관련, 국회에서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 긴급 사태가 전국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가 기관이 모두 다 합심해서 대응해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 장관의 지시가 있은 지 얼마 안 가 대구지검은 대구지방경찰청의 압수 수색 영장을 반려했고, 코로나 대응보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긴장 관계가 재차 부각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 강 장관과 추 장관의 행보는 이처럼 엇갈렸다. 이를 두고 전직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은 임명 단계부터 검찰 개혁에 집중한 인사여서 코로나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출입국 정책이 법무부 고유 업무인데 외교부가 주도하는 듯한 모양새는 아쉽다”고 말했다. 
 
물론 출입국ㆍ이민 정책 파트가 법무부 안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관행이 이번에도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전직 출입국본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 업무의 90%는 검찰 사무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마이너한 이유로 보인다.  
 

출입국 이슈를 '외교'와 '정치'로 접근한 정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국제회의장에서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국제회의장에서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출입국 제한 정책은 주로 정세균 총리가 발표하고, 복지부와 외교부가 상세한 후속 설명을 해왔다. 외교부는 장·차관급이 총출동해 언론 인터뷰와 일일 브리핑을 도맡았는데, 이는 정부가 출입국 이슈를 '방역'보다는 '외교'로 접근했다는 얘기도 된다. 
 
특히 8일 정 총리가 사증 면제 및 무사증 입국 잠정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 두 달 만에 국경 차단을 결정한 근거로 상대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출입국 조치를 했느냐 여부로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해 무사증 입국을 차단하겠다고 했을 때도 정부는 유사한 접근을 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이같은 조치에 즉각 보복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때 강 장관은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직접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이례적인 장면까지 연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에선 최근 추 장관이 안 보이는 이유를 4.15 총선 국면에서 찾는 의견이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검찰 개혁 이슈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선거 악재가 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추 장관은 신종 코로나 전선에서 전략적으로 '2선 후퇴'를 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0일 "'조국을 살릴 거냐, 경제를 살릴 거냐'라는 야당의 총선 구호에서 볼 수 있듯 총선을 앞두고 조국 이슈의 재점화는 여당엔 악재 중의 악재"라며 "추미애 장관이 자주 모습을 보일수록 결국 조국 전 장관의 이미지가 다시 떠오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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