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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재앙 기후변화 막고, 코로나발 경기 침체 ‘치료제’로…그린뉴딜이 뜬다

“탄소 제로(zero)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뉴딜(Green New Deal) 기본법을 제정하고 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 4·15 총선 서울 노원구병에 출마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이원영·정우식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린뉴딜 정책 시행을 공동으로 공약했다. 미래통합당 등과도 연합체를 만들어 미래형 자동차와 녹색건축 등 탈(脫)탄소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8일 울산 북구를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당 후보 지원 유세에서 “2030년 전기차 1000만대 시대를 만들기 위해 그린뉴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전기·수소차 등 관심 집중
친환경 산업 키워 경제·환경 해결
민주·정의당 “그린뉴딜 시행” 공약

일자리 늘리고 국가 경쟁력도 제고
“기후위기 방치 땐 158조 달러 손실”
EU, 관련 법 만들고 투자 계획 내놔

#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각종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그린뉴딜 정책도 주목 받고 있다. 그린뉴딜은 국가가 친환경 산업을 지원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 경제·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댐이나 수문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자하는 뉴딜 정책을 펼쳤던 것에 빗댄 용어다.  
 
미국의 언론인 겸 작가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7년 저서 『코드 그린』에서 처음 언급했고, 이듬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널리 알려졌다. 에너지 생산의 중심축을 화석연료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 옮기면서 여러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려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는 그린뉴딜로 뜨겁다. 지난해 미국에서 그린뉴딜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비슷한 개념의 ‘유럽 그린딜’ 구상을 발표, 올 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최근 수년간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심각해진 가운데 각국의 노력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낮아졌다”며 “그린뉴딜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세계가 기후위기를 방치하면 2050년까지 158조 달러(약 19경원)가 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등 경제·환경을 포괄한 개념의 정책을 내세웠다. 다만 당시에는 토목 위주의 4대강 정비를 녹색성장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그린뉴딜보다는 원조 뉴딜에 더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또 그린뉴딜이 경제·환경의 전환뿐 아니라 사회·문화 변혁까지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녹색연합에서 14년간 활동한 이유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전체 전력의 40% 이상을 석탄발전으로 얻는 한국은 이대로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길이 없다”며 “석탄발전 비중을 낮춰 적어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0% 넘게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장기적인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면 국민 공감대 형성은 필수라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린뉴딜의 주요 산업 분야로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2차전지와 전기차, 수소차 등이 있다.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8년 384억 달러에서 2025년 448억 달러(약 5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다만 한국은 중국산 제품의 저가·물량 공세에 고전 중이다. OCI와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발전 기본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접었다. 이와 달리 올해 1010억 달러(약 123조원) 규모로 글로벌 시장 형성이 예상되는 2차전지에선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이 점유율 40%대로 선전하고 있다. 전기·수소차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술·자본력을 갖추고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정부로서는 그린뉴딜과 인프라 확충으로 이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기후위기 자체의 개선에도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EU가 국경탄소세(온실가스 감축 이행이 부진한 EU 이외 나라에 부과하는 세금) 도입을 검토하면서 반도체 등 국내 10대 수출 분야 악영향 우려까지 나왔다. 변수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세계 경기 침체다. 각국이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10년 앞을 내다본 그린뉴딜 추진보다는 기존 산업 보호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달 31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2026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연비의 기준을 기존 54.5마일에서 40.4마일(리터당 17.2㎞)로 완화했다. 프랭크 쉬보페 북독일연방은행 연구원은 외신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제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며 “탄소 배출 규제가 완화 또는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대국적인 관점에서 그린뉴딜을 전략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스페셜리스트는 “인간이 대응하기 힘든 변화를 가져오는 기후위기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현 시점에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하고 일자리를 늘려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린뉴딜은 필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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