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혁신은 생존의 문제로, 정부는 이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코로나에 울고 규제에 우는 기업들 ②
20대 국회서 나온 새 규제 19대의 3배

크게 늘어난 규제법안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앞선 19대 국회의 규제법안(1355건), 규제조항(2542개)보다 약 3배나 많다. “업종과 권역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혁신은 생존의 문제(2019년 7월24일)”라며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6촌, 4촌 금융정보까지 탈탈
2018년말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위험성 높은 작업의 외주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근로자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지만, 기업의 자율성 침해는 둘째치고 도급을 받아 생계를 잇는 중소 업체들의 경영난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일명 ‘화평법’으로 불리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으로 속앓이를 하는 기업들도 많다. 이 법은 연간 1t 이상의 화학물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기업은 모든 화학물질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했는데 미국(10t 이상) 등에 비해 기준이 크게 엄격하다. 한 타이어 업체는 “신규 물질 등록에만 10~12개월이 걸려 생산이나 신제품 개발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소비자 노출이 없는 산업용 화학물질에 한해서라도 신고·등록 기간을 단축해 달라”고 호소했다.

20대 국회 기업규제 주요 법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불공정 행위로 손해나면 국민참여 재판?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도모한다며 직원 채용 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한 표준 이력서 양식을 사용하게 하고, 면접 평가 때도 업무 활동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할 수 없게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날로 다양해지는 기업별 인재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발상이란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업 아는 의원 드물어요”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성 부족이다. 이 보좌관은 “(의원 중에) 경제나 산업 분야를 직접 경험하고 온 사람이 거의 없고 본인의 논리나 기준도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시류에 탄 입법을 해놓고 보도자료 띄우고 (법안이) 통과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며 “조금만 진지하면 국회의원만큼 기업인이나 전문가들 불러 공부하기 좋은 위치가 없는데 의지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100개 규제 공약 나오면 몇 가지는 꼭 실현"
국내 10대 그룹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기업 입장에서 선거철은 자극적인 공약과 법안의 퍼레이드 기간이다. 희생양을 만들고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키는 공약들이 난무한다”며 “말도 안 되는 규제 공약이 100가지 나오면 그중에 몇개는 꼭 실현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의원들이 발의하는 규제 법안도 정부가 내는 법안처럼 사전에 그 효과를 객관적·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규제영향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각 정당에 정책 제언을 전달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규제 완화’가 기업 경쟁력
해외 주요국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법인세 등 세금을 인하하거나 관련 규제를 대폭 풀고 나선 것과 차이가 있다. 미국은 원격진료 등 헬스케어 분야 규제 완화를 비롯해 법인세 추가인하와 항공업계 등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독일과 스페인 등도 수출 기업을 포함한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고, 일본은 대기업들의 공급망 재구축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표 참조〉

주요국의 코로나19 기업 관련 지원정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별취재팀 이소아·강기헌·이수기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