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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27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전염병으로 더 길어진 겨울···그래도 봄은 온다
 
오귀스탱 파주의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하데스' 조각. 페르세포네가 저승으로 내려오며 겨울이 시작됐다. [루브르박물관]

오귀스탱 파주의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하데스' 조각. 페르세포네가 저승으로 내려오며 겨울이 시작됐다. [루브르박물관]

오랜 옛날 그리스에 하데스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티탄 신족의 왕인 크로노스에게서 태어난 하데스는, ‘태어난 자식에게 권력을 빼앗긴다’라는 예언을 두려워한 아버지에게 삼켜져 버렸죠. 막내인 제우스의 도움으로 구출된 하데스는 형제·누이와 함께 티탄 신족과 싸워 승리하고, 저승과 땅속 세계를 지배하게 됩니다. 저승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지배하지만, 땅 밖으로 함부로 나올 수 없었던 하데스는 이따금 땅의 틈으로 지상을 내다보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하죠. 그러던 어느 날 하데스는 요정 님프들과 함께 꽃을 따고 있던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합니다. 바로 하늘의 신 제우스와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였던 것이죠. 빛나는 하늘 아래 꽃을 따는 여성. 그 모습에 반한 하데스는 제우스를 찾아 페르세포네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우스는 데메테르에게 묻지 않고 허락했고, 하데스는 수선화꽃으로 페르세포네를 유혹하여 납치합니다.
 
갑작스레 저승에 갇힌 페르세포네. 하데스가 그녀를 사랑한다며 청혼했지만, 갑작스레 어머니와 떨어져 지하로 내려온 페르세포네는 슬퍼할 뿐이었죠. 하데스도 어쩔 도리가 없이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지상에서는 데메테르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페르세포네를 찾고 있었습니다. 태양신으로부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데메테르는 제우스에게 따지지만, 제우스는 “지하의 왕인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의 남편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할 뿐이었죠. 분노하고 실의에 빠진 땅의 여신은 지상으로 내려와 램프를 들고 방랑하기 시작합니다. 풍요의 여신이기도 한 데메테르가 올림포스를 떠나자 지상에는 재난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대지는 말라붙고, 작물은 비틀어지고…흉작이 이어진 것이죠. 결국, 제우스는 데메테르에게 딸을 돌려주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페르세포네는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다시 저승으로 내려가야만 했어요.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심코 저승의 음식을 먹고 말았기 때문이죠. 저승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은 그곳의 손님으로 남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논의 끝에, 페르세포네는 1년의 일부 기간은 저승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내려간 시간 동안 대지에는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고 황량한 시간, 겨울이 되었다고 합니다. 겨울은 왜 오고, 봄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 물론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변을 돌고 있기 때문이지만, 이를 몰랐던 고대인들은 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거죠.
 
사실 이런 이야기는 그리스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에서 조금 떨어진 중동·메소포타미아에서도 출산과 땅의 여신인 인안나(바빌론에서 이슈타르)가 저승에 내려갔다가 그곳에 머무르게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승의 법도에 따라 모든 권위를 잃고 저승의 신과 마주했기에 죽어버렸기 때문인데요. 출산의 여신인 인안나가 죽어버리자, 땅에서는 모든 것의 생산이 멈추어버리죠. 결국, 지혜의 신인 엔키가 꾀를 내어 인안나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저승에 왔다가 살아난 존재는 없었기에, 저승에선 인안나를 대신하여 누군가가 저승에 머물러야 했죠. 인안나는 자신의 남편인 두무지(풍요의 신이자 양치기의 신)를 희생양으로 삼으라고 했고, 그로 인해 땅에선 풍요가 사라지게 됩니다. 아내를 대신해 저승에 떨어지게 된 두무지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지만, 다행히도 두무지의 착한 누나이자 포도의 신이었던 게슈티난나가 자신도 함께 내려가기로 합니다. 풍요의 신인 두무지와 게슈티난나가 번갈아 저승에 내려가면서 황량한 시기와 풍요로운 시기, 즉 겨울과 그 밖의 계절이 나뉘게 된 것이죠.
 
풍요의 신과 관련된 사람이 저승에 떨어져 겨울이 찾아온다는 신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이야기에는 ‘겨울=죽음’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그만큼 봄이 소중하고도 반가운 것이라는 마음도 함께 담겨 있죠. 그리스의 페르세포네 이야기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결국 하데스와 결혼해 저승의 여왕이 되었다는 내용이죠. 헤라클레스나 오르페우스가 저승을 찾아왔을 때, 하데스의 곁에서 여왕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은 저승에 홀로 머물러 외로운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한편으로는 저승의 왕이라는 지위와는 달리 상냥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하죠. 어딘지 ‘미녀와 야수’와도 비슷하네요. 겨울의 세계인 저승에서 외로웠기 때문에, ‘납치’라는 범죄를 저지른 하데스… 납치는 나쁜 일이지만, 그만큼 고독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를 느끼게 합니다.
 
만남의 시간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가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죠. 물론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지만, 새로운 학기, 새로운 학년의 만남은 아직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봄의 신화’를 통해 희망을 품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리 긴 겨울이라도 결국 봄은 찾아오고 만남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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