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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시선] "경기 거지같다"던 반찬가게 여사장 "최근에도 누군가 위협"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같아요"라고 현장 상황을 여과 없이 전했다는 이유로 충남 온양온천 시장 반찬 가게 여사장은 친문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에게 욕한 게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진에서 보듯 그날 여사장은 대통령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예의를 갖췄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같아요"라고 현장 상황을 여과 없이 전했다는 이유로 충남 온양온천 시장 반찬 가게 여사장은 친문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에게 욕한 게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진에서 보듯 그날 여사장은 대통령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예의를 갖췄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9일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살피기 위해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 시장에 들렀다. 전통시장에서 조그마한 반찬 가게를 운영하던 여사장에게 대통령이 "요즘 (경기가) 어떠세요"라고 묻자 여사장은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답했다. 순간 당황한 대통령이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안 좋아진 겁니까"라고 되물었으나, 여사장은 "아니에요. 점점 더 심각해졌어요"라고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다소 거칠지만 압축된 시장통 언어로 민생 경제 최일선에서 체험한 '진실을 전달한 죄' 때문에 여사장은 속칭 '문빠' 세력들에 의해 신상이 털리고 집단 괴롭힘까지 당했다. 그날 이후 약 두달이 된 지금 반찬 가게 여사장님은 안녕하실까. 근황이 궁금해 수소문 끝에 전화로 인터뷰했다.

대통령에 민심 그대로 전달하자
친문들, 신상 털고 몰려가 괴롭혀
"욕한 게 아니라 경기 실상 말해"
"살기 더 어려워 목숨 걸고 투표"

 -장사를 언제부터 시작했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주경야독하며 중·고교를 마쳤다. 8년 전부터 야채 장사하면서 된장·고추장 만드는 '전통 장류 제조사' 자격증을 땄다. 먹고 살려고 지난해 10월 반찬 가게를 열었다."   
 -당시 '거지 같다'는 말의 의미는.
 "나는 정치인도 경제 전문가도 아닌 시장 상인이다. 진짜 현장 경기가 안 좋으니 안 좋다고 말한 것뿐이다. 너무 솔직해서 돌려 말하지 못해서 그런 표현이 나왔다. 대통령에게 욕한 게 절대 아니란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그날 이후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다.
 "누군가 내 자격증을 찍어 인터넷에 신상을 공개했고 악플이 줄줄이 달려 괴로웠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이후 낮에는 안정제, 밤에는 수면제를 먹는다. 생트집 잡으며 욕하는 사람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나를 괴롭히면 책임을 물을 거다."
 -괴롭힘 당한다는 보도 이후 청와대에서 위로나 사과가 있었나.
 "없었다. 최근에도 퇴근길에 어떤 남자가 다가와 '왜 대통령에게 욕했냐'고 따지며 위협했다. 대한민국에서 서민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이런 일이 없게 막아 줘야 할 텐데 서민을 밟아 놓고 아무 연락도 없다. 그래도 해병대 출신들이 거의 매주 오셔서 반찬을 사 가신다. 참 의리 있는 분들이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 시장 반찬 가게(채움 먹거리) 여사장은 코로나19로 찾는 사람이 더 줄어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3월 중순부터 통신판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 시장 반찬 가게(채움 먹거리) 여사장은 코로나19로 찾는 사람이 더 줄어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3월 중순부터 통신판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몹시 힘들어하던데.
 "코로나 때문에 외지에서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하루 12시간 가게를 지키는데 장사가 너무 안된다. 월세도 못 낼 처지다. 두 아이 학비에다 입원 중인 친정아버지 병원비도 대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그 사람들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더라. 굶어 죽을 수 없어 3월 중순부터 택배 주문을 받고 있다. 김치·간장게장·홍어무침을 잘 만든다. 정치는 잘 몰라도 반찬 솜씨는 자신 있다."
 -영업 손실이 클 텐데 정부 지원금은 받았나.
 "아직 못 받았다. 급전 대출을 해준다지만 장사가 돼야 그 빚을 갚지 않겠나. 이 와중에 마스크 사려고 줄까지 서야 한다."
 -투표는 할 건가.
 "생업 때문에 한두 번 빠진 적이 있다. 이번엔 무조건 목숨 걸고 투표할 거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특정 정당 지지자인가.
 "아니다. 그때그때 지지 정당이 다르다. 후보를 보고 저 사람 괜찮다 싶으면 찍어준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이 시장에 와서 '경기 어떠냐'고 또 묻는다면.
 "이젠 대답 안 할 것이다. 나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진심을 꼭 전해달라. 정치하는 사람들 때문에 서민이 다치지 않도록 해주면 좋겠다."  
 세 차례 통화 내내 여사장은 진솔하고 당당했다. 하지만 가족 얘기를 하는 대목에서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발버둥 치는 서민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정말 요원한 꿈일까.
 물론 여사장만 힘든 건 아니다. 1만명이 넘는 국민이 코로나19에 걸려 200명에 가까운 국민이 희생됐다. 자식이 부모 곁에서 임종(臨終)하지 못하고 장례식에도 못 가는 비통한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도 공무원도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두루 감염시키더니 돌고 돌아 확진자가 국내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2주간 격리 조치 외에는 나라 대문을 열어두고 있다.  
 사태 초기에 중국발 유입 차단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지역사회 감염으로 코로나19가 방방곡곡 창궐 중이다. 이 와중에 죽어 나가는 것은 국민이고 무너지는 것은 나라 경제다. 
 국민은 집에 갇히고 직장을 잃고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다. 대통령과 여당, 어용 매체들은 "세계적 모범"이라고 자화자찬을 쏟아낸다. 봄이라지만 '진짜 봄'은 아니다. 악몽이 따로 없다.
코로나19로 국민 생활과 경제가 마비됐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를 위해 격리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우왕좌왕한 정부가 아니라 희생한 의료진이 진짜 영웅이다. 뉴스1

코로나19로 국민 생활과 경제가 마비됐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를 위해 격리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우왕좌왕한 정부가 아니라 희생한 의료진이 진짜 영웅이다. 뉴스1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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