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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의 퍼스펙티브] 전 세계가 봉쇄만 고집하면 파국으로 치닫는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로나19로 폐쇄된 미국·캐나다 국경, 오스트리아 접경 도로를 봉쇄하는 독일 경찰, 프랑스에서 들어오는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는 스페인 경찰. [AFP·AP·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로나19로 폐쇄된 미국·캐나다 국경, 오스트리아 접경 도로를 봉쇄하는 독일 경찰, 프랑스에서 들어오는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는 스페인 경찰. [AFP·AP·로이터=연합뉴스]

1940년에서 2004년 사이 등장했던 신종 감염병은 무려 335개나 되고, 그중 1980년 이후에 등장한 것만도 200개가 넘는다(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 자료). 신종 감염병의 출현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인류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자주 등장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신종 감염병 대응은 앞으로 일상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국가의 책무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각국이 겁에 질려 봉쇄 몰두하면 대가는 대공황 능가
인류는 분열의 길 아닌 글로벌 연대의 길 선택해야
코로나19 진단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 주목받듯
우리의 대응 따라 앞으로 세계 경제 내 위상 달라져

지금까지 한국은 코로나19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해온 나라이다. 2020년 4월 1일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이 미국 5일, 일본 11일, 전 세계 평균 7일인 반면 한국은 28일이다. 사망자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는 미국 4일, 일본 13일, 전 세계 평균 6일인데, 한국은 14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의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했다고 해서 앞으로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다가올 신종 감염병 위기에 잘 대응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코로나19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의료 자원 혹사하지 않는 적정 관리
 
첫째, 신종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최대한 감염 속도를 늦추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이 점에서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대응은 영웅적이었다.
 
코로나19의 국내 재생산지수(Reproduction Number, R0)는 초창기 약 7을 넘나들었고 그 뒤로 꾸준히 낮아져서 지금은 1 이하로 낮아진 상태이다. 재생산지수가 7이라면 한 사람의 확진자가 7명에게, 이 7명은 다시 49명에게, 이 49명은 다시 343명에게 옮긴다는 뜻이 된다. 첫 단계의 확진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끝장이다. 의료진의 건강과 영혼을 갈아 넣은 적극 검진이 기적을 만들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가용한 자원을 혹사하지 않는 적정 관리가, 장기적으로는 의료 인력과 시설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증거 기반 정책의 중요성이다. 뉴욕타임스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역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피스먼 교수 연구팀의 자문을 받아 보건당국의 적극적 개입 시기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결과는 드라마틱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에 했던 것처럼 두 손 놓고 있다면 누적 확진자 1억명 이상, 1일 최대 확진자 940만명, 사망자 100만명이다. 한국이 하는 것과 같은 적극 개입을 4월 초에 한다면 미국 내 사망자는 약 30만 명으로 예측된다. 미국 백악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팀이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10만~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증거 기반 정책은 이번에 한국에서도 적용돼 큰 힘을 발휘했다. 전영일 통계개발원장과 피스먼 교수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이미 3월 한 달 동안에만도 세 차례에 걸쳐 국내 코로나19 감염 주기 모델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감염의 확산이 언제쯤 진정될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대책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재생산지수는 얼마인지를 예측하고 증거 기반 정책을 펴는데 크게 기여했다.
 
셋째, 고립이냐 연대냐의 선택이다. 봉쇄가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우한을 봉쇄했다면 효과를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약 2개월에 걸쳐 코로나19 발생을 은폐했고, 마침 춘절(중국의 설 연휴)까지 겹쳐 엄청난 인구가 우한에서 빠져나갔다. 봉쇄가 가져다줄지 모르는 효과는 이미 사라진 다음에 코로나19 발생이 공식화됐고, 그 후 고립의 대가만 남았을 뿐이다.
  
규제 완화 등 속도감 있는 지원 절실
 
국내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봉쇄하기보다는 국제적 협조를 통해 보내는 쪽에서 발열 감시하고 들여오는 쪽에서 증상자를 감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루살렘대학의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도 인류가 분열의 길을 갈 것인지 글로벌 연대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고, 후자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코로나19뿐 아니라 21세기 모든 감염병에 대해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가 겁에 질려 봉쇄만을 유지한다면 그 경제적 대가는 1930년대 대공황을 능가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역의존도를 가진 나라이다. 봉쇄가 세계적 기준이 되면 우리는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넷째, 위기의 심연으로 갈수록 기회 요인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리더십을 상실했고, 중국은 체제의 민낯을 보였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붕괴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요구한다. 마침 한국의 방역 성과가 글로벌스탠더드가 되어가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V자가 되었든 U자가 되었든 세계 경제는 결국 회복될 텐데, 한국의 방역·진단·치료 능력이 세계적 상품이 되도록 규제 완화를 비롯해 속도감 있게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떠오를 산업들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빠른 속도로 일상이 되고 빅테크는 독점을 가속화 할 것이다.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경제에서 우리의 위치는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선제적 방역의 효과
거리두기 효과

거리두기 효과

그림1은 전영일 통계개발원장과 토론토대 데이비드 피즈먼 교수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른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산 주기 예측 결과이다. 3월 초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강하기 시작해서 4월 중순쯤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모델은 대구·경북 의 누적 확진자는 7800~8300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5일 기준 이 지역의 실제 확진자는 8006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는 이러한 조치가 없을 때에 비해 20배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모델링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한국 전체와 17개 시도별로 주기적으로 시행됐다. 물론 이 예측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규모 집단 감염에 대한 선제적 방역 등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타당성을 가진다.
 
그림2는 같은 연구에 따른 코로나19 재생산지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재생산지수는 1월 말 7을 넘었다. 한 명의 확진자가 7명의 확진자를, 그 7명의 확진자가 49명의 확진자를 만들어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2월 18일 재생산지수는 3.3이었다.  2월 23일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과 함께 개인·사회·정부 종합 방역이 한층 강화됐다. 덕분에 열흘 후인 3월 3일 재생산지수는 1.3으로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 3월 중순 이후에는 1 이하로 떨어져 한 명의 확진자가 한 명 미만에게 감염시키는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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