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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거론하며···'성창호 무죄' 대놓고 비판한 인권법 판사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현직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판사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사건의 무죄 판결을 현직 판사가 언론에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2019년 간사)의 서울중앙지법 최창석(52) 부장판사는 2일자 법률신문에 이런 내용의 판례평석을 기고했다.

최창석 부장판사 '국민법감정' 언급하며 언론 기고

 

인권법 소속 판사의 실명 비판 

최창석 부장판사가 주장한 요지는 "'정운호 게이트' 영장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데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였다. 피고인 중 한명인 성창호 부장판사는 드루킹 관련 사건 1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다. 
 
법관 비리 의혹을 은폐하기려 정운호 게이트 수사 관련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들이 지난 2월13일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뉴스1]

법관 비리 의혹을 은폐하기려 정운호 게이트 수사 관련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들이 지난 2월13일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뉴스1]

당시 세 판사의 재판장이었던 유영근 부장판사는 이들이 수사 관련 영장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수사 정보는 실질적 보호 가치가 있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행정상 내부 보고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 부장판사는 현재 최 부장판사와 같은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최 부장판사는 비평에서 세 명의 판사들을 피고인이라 지칭하며 "(사법행정과 무관한 수사 보고를 한) 피고인들은 직무 행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길 희망한다"고도 썼다. 현직 판사가 판례 비평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정의''법감정'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의 유죄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결은 법리적으로 논의와 비판의 대상"이라면서도 "정의와 법감정 등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비판으로 비칠 소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판사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에 현직 판사가 뛰어들어 언론에 실명 비판을 한 사례는 처음 본다. 검찰의 항소 이유서 같다"고도 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천을 받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전 대법관, 박병대 전 대법관이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전 대법관, 박병대 전 대법관이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무죄 납득할 수 없다" 

최 부장판사가 비판한 판결은 검찰이 기소한 양승태 의혹 사건 중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피고인 중 한 명인 성 부장판사가 지난해 김경수 지사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권에선 양승태(72) 전 대법원장 비서실 출신인 그의 이력을 언급하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김 지사 실형 선고 뒤 성 부장판사가 기소되자 야권에선 '보복 기소'라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은 최 부장판사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을 유출한 세 판사의 무죄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행정처에 보고된 내용은 이미 언론에 보도돼 비밀의 가치가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수사기록에 담긴 내용은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라고 반박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의 영장 내용이 행정처에 보고되는 것이 죄가 안 된다면 법관 관련 수사 기밀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의 판결 비판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뒤 비판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1·2심 판결에 대한 비판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에 재판 독립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현직 판사가 '국민 법감정'을 언급하며 동료 법관을 저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해당 비평에 대해 "별도의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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