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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신참이 뚝딱 만든 34쪽 '코로나 격파기'…세계서 호평

기획재정부 개발금융총괄과 박준석ㆍ이현지 수습 사무관(왼쪽부터)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손에 든 건 세계은행(WB)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보낸 신종 코로나 국내 대응 소개 자료다. [기재부]

기획재정부 개발금융총괄과 박준석ㆍ이현지 수습 사무관(왼쪽부터)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손에 든 건 세계은행(WB)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보낸 신종 코로나 국내 대응 소개 자료다. [기재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의 페이스북은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즐겨 찾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다. 정부 거시경제 정책을 최종 감수하고 청와대와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김 차관의 평소 소신을 엿볼 수 있어서다. ‘학구파’로 유명한 그가 구하기 어려운 각종 국내외 참고 자료를 올리기도 한다. 그가 글을 올릴 때마다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공유가 이어진다.

 
김 차관의 페북에 지난달 28일 미담 하나가 올라왔다. ‘베스트 셀러 영문 팸플릿 탄생 이야기’란 제목이었다. 미담의 주인공은 기재부 개발금융총괄과 박준석(28)ㆍ이현지(25) 수습 사무관. 국제 사회에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 방식을 소개한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김 차관이 까마득한 ‘새내기’ 후배 공무원의 공로를 공개 칭찬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사무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제 공무원’ 꿈나무

수습 사무관은 입사 1년 미만 신참 공무원이다. 정식 배치받기 전까지 부서에서 실제 일하며 업무를 익힌다.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한 두 사무관은 지난해 5월 입사했다. 교육을 마친 뒤 올 1월 기재부 개발금융총괄과에 배치됐다.

 
“한국을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알리고 싶었다.”(박준석 사무관)

“민간에서,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국제무대에서 해 보고 싶었다.”(이현지 사무관)

 
각종 보고서를 읽으며 업무에 적응하는 날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로는 자료 분석 업무에 투입됐다.

 

기재부에 도착한 SOS 편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박준석, 이현지 수습 사무관을 공개 칭찬한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박준석, 이현지 수습 사무관을 공개 칭찬한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25일 허장 기재부 국제차관보 앞으로 e-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세계은행(WB) 막타디옵 부총재가 “봉쇄 조치 없이도 (신종 코로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경험을 전염병 대응에 취약한 개도국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이대중 개발금융총괄과장이 두 사무관을 소집했다.

 

“해외에 우리의 신종 코로나 대응을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준비됐다, 하루 만에 뚝딱

데드라인은 하루, 자료는 영문, 분량 제한은 없었다. 처음 만드는 자료였지만 두 사무관은 당황하지 않았다. 평소 이 과장 지시에 따라 기재부ㆍ한국은행ㆍ보건복지부ㆍ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했기 때문이다. 이 사무관은 보건ㆍ방역 조치를, 박 사무관은 경제 대응 부분을 맡았다. 여러 부처에 전화를 돌려 핵심 내용이 맞는지, 전문 용어에 틀린 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초안을 완성한 시간은 이날 밤 10시. 제목은 ‘Tackling COVID-19(코로나19 격파하기)’였다.

 

칼 같은 선배의 감수

고시 공부를 하며 글로 서술하는 데 익숙했던 새내기 사무관에게 자료를 보기 좋게 요약하는 건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이 과장이 밤새 초안 곳곳을 손봤다. “공무원이 만드는 자료는 내용만큼이나 효과적인 전달이 중요하다”는 게 조언의 핵심이었다. 두 사무관은 조언에 따라 각종 경제 대책을 글 대신 표로 정리하고, 해외에서 관심이 많은 ‘자가진단 앱’의 경우 앱 사진을 그대로 넣는 식으로 수정했다. 자료는 ‘독자’인 개도국에서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세계의 호평

기재부가 세계은행(WB)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보낸 신종 코로나 국내 대응 소개 자료 표지. [기재부]

기재부가 세계은행(WB)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보낸 신종 코로나 국내 대응 소개 자료 표지. [기재부]

다음 날 아침 34쪽 분량 최종 완성본을 WB에 회신했다.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 특징을 ①신속성(speedy and swift action), ②3T 조치(widespread Testing, contact Tracing and rigorous Treating), ③민관협력과 시민의식(public-private cooperation and civic awareness)으로 요약한 자료였다. 발송 직후부터 각국에서 호평이 도착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쓸 만한 좋은 참고자료”란 반응이 많았다. 최근엔 업데이트 요청에 호응해 최신 수치를 반영한 자료도 다시 보냈다.

 

‘경제 컨트롤타워’의 미래

두 사무관은 “선배들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에 손발이 된 것뿐인데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일이 장차 정부부처, 그중에서도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 공무원으로서 일하는 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최전방 부서가 아니다 보니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 와 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자료를 만들며 곳곳의 노력을 실감했습니다.”(박 사무관)

“신종 코로나를 확실히 종식해 해외에서 주목하는 정식 사례 보고서로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위기에 대처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저력을 믿어주세요.”(이 사무관)

김기환의 나공
[나공]은 “나는 공무원이다”의 준말입니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헌신하는 이들의 고충과 애환, 보람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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