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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 사회적 대화 활발해지자 치료 효과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 〈6〉 정신건강 위한 ‘Get Loud’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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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사회적 편견을 허물자”
 

정신질환 적극적 치료 권장하고
각자의 경험 대화 통해 예방 나서
사회적 낙인 없애는 것에도 중점

한국 20대 5.7%도 “자살 충동”
고민 함께 외칠수록 안전한 사회

지난해 캐나다 정신건강 주간에 트뤼도 총리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한마디로 정신건강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자는 것인데 이는 캐나다 정신건강협회(CMHA)가 제안한 ‘겟 라우드(Get Loud)’ 캠페인의 주장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외치자’는 의미의 겟 라우드는 CMHA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부가 캠페인 메시지를 사회적 연결망에 적합한 형태로 바꿔 2018년부터 정신건강 행사 주간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멘탈헬스아메리카(MHA)가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일상 속 대화 방식을 바꾸자는 차원에서 전개하던 비포스테이지포(b4Stage4)캠페인과 같은 맥락의 활동이다.
 
정신질환을 네 단계로 구분해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되 그 이전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정신건강을 지키는 예방 활동 차원에서 각자의 경험 등을 주제로 대화에 나서자는 캠페인이다. 예방, 조기 식별과 개입에 중점을 둠으로써 정신건강에 관한 사회적 낙인(stigma)을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둔 인식개선 활동이다. 2017년 캐나다 연방 총선 당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정신건강에 관한 각 정당의 관심을 이끌고 공약에 반영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당시 1만5000명 이상이 캠페인 서명에 동참했고 정파를 떠나 모든 정치 주체들을 설득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끈 초당적인 캠페인으로 평가받았다.
 
1946년 설립된 영국의 자선단체 마인드도 정신건강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타임 투 체인지’(time to change)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올 2월 6일에도 대화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자는 캠페인을 했다. 영국 내에서 25% 이상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부끄러움을 버리고 공개적인 대화로 서로 경험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2007년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에 참여한 체인지 메이커가 10만 명(2019년 기준)에 달한다.
 
통신기업 벨(Bell)의 캐나다 법인은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촉진 캠페인 ‘렛츠 톡(Let’s Talk)’을 2010년부터 전개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100억 건 이상의 대화가 공유되었다. 또한 1160억 원 이상의 기금이 조성돼 청소년, 지역주민, 군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대화 촉진 캠페인에 투입되었다.  
 
그 결과 정신건강을 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사회적 대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2019년 닐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정신건강과 관련해 주변 동료들과 편하게 대화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2년 조사 결과인 42%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개선된 결과다.
  
정신건강 문제 75%가 24세 이전 시작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신건강 인식개선 캠페인이 소셜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소통에 주력하는 이유는 주요 대상이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질환 중 우울증이 젊은이들이 겪는 주요한 질병이며 이는 음주, 흡연, 약물사용, 청소년 임신, 학업 중단, 반사회적 행동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캐나다에서도 24세 이하 젊은이 사망원인의 20%가 자살이다. 통계청의 자살에 대한 충동 및 이유조사에 따르면 한국도 2018년 자살 충동이 있었다고 응답한 20대의 비율이 5.7%로 다른 나잇대와 비교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의 청년 모임 글로벌 셰이퍼 커뮤니티는 2020년을 정신건강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기라고 호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40초에 한 명이 자살하는 현실 속에서 정신건강 문제의 75%가 24세 이전에 시작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speak your mind’ 캠페인을 주도하는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셰이퍼 커뮤니티. [사진 CMHA, WEF]

‘speak your mind’ 캠페인을 주도하는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셰이퍼 커뮤니티. [사진 CMHA, WEF]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의 산타 오노 총장은 취임 이후 줄곧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14세와 20대 때 조울증을 겪고 두 번의 자살을 시도했다는 경험을 고백했다. 단순히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인이 아니라 지역사회 리더들의 이러한 경험 공유는 정신건강에 관한 사회적 대화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모자 회사 워스(wirth)는 친구를 자살로 잃은 후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과 치료를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창업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수익금을 정신건강 상담 활동에 지원하면서 패션,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력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머리를 안아주자’는 이 회사의 관념은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열린 대화를 장려하고자 하는 이들의 작은 외침이다. 정치권, 시민사회, 글로벌 기업과 사회적 기업까지 정신건강에 대해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외치자(get loud)고 호소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유명인들도 정신건강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고 대화의 장을 열어가자는 사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대비해야
 
비포스테이지포(b4Stage4) 캠페인 참여자. [사진 CMHA, WEF]

비포스테이지포(b4Stage4) 캠페인 참여자. [사진 CMHA, WEF]

영국 윌리엄 왕자도 과거 가족의 죽음 후 겪은 우울증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정신건강 인식개선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2016년 영국에서 시작된 정신건강에 관한 대화 촉진 캠페인 ‘헤드 투게더’(Heads Together)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도덕적, 경제적 측면 모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 국가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가장 우선시되는 해결과제라고 했다.
 
정신건강을 위한 대화촉진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체들은 단순히 계도가 아닌 ‘나도 당신과 같은 아픔이 있다’는 공감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를 해체된 공동체 복원캠페인이라고도 한다. 궁극적으로 정신건강에 관한 인식개선 캠페인이 지향하는 공통의 사회적 가치는 안전한 사회다. 왜 겟라우드 즉, 더 많이 외쳐야 하는가에 대한 명분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9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은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직장, 학교, 가정 등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가정폭력에서부터 우리를 경악시키는 범죄, 사회 내 갈등까지 공공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정신건강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get loud’ 캠페인 홍보물. [사진 CMHA, WEF]

‘get loud’ 캠페인 홍보물. [사진 CMHA, WEF]

지난 반세기 이상 정신건강 캠페인을 전개해 온 3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 수준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자살률이 두 배 이상이다. 2003년 이후 한 해(2017년)만 빼고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줄곧 1위였다. 그나마 2011년 31.7명(인구 10만 명당)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던 자살률이 2018년 전년도 대비 10% 가까이 급증(인구 10만 명당 26.6명)했다. 2014년 OECD는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자살과 정신질환자 숫자 증가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자살률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자살자 숫자가 당시 기준으로 10년간(2000~2011년) 100%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근거로 국가 차원에서 정신건강 프로그램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라고 제언했다. 그리고 정신건강 관련 사회적 논의가 좀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대화 촉진과 복원을 통해 정신건강 인식개선 캠페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종혁 광운대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며 공공소통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2015~16년 중앙SUNDAY 및 중앙일보와 진행했던 공공프로젝트 ‘작은 외침 LOUD’를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 기반의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찾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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