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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의 온라인 개학, 에듀테크로 이겨내자

9일 학교가 문을 연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다.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매우 크다. 정부 역시 처음 겪는 일이라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세 번이나 개학을 연기하면서도 교육부가 뭘 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디지털기기 현황조차 파악 못해
묶여있는 무상급식·누리과정 예산 7조
미국 학교, 민간 교육콘텐트 적극 활용

우리보다 늦게 코로나19가 확산된 미국과 유럽 등 국가들은 이미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일본도 원격으로 학생들의 건강 및 학습 상태를 체크하고, 그룹웨어로 학생들의 생활을 관리한다. 지난달 19일 이스라엘에선 온라인 수업(중학교) 5일 만에 시스템 미비로 중단된 반면교사도 있다.
 
교육부의 의지만 있었다면 각국이 실시한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발표 당일인 지난달 31일까지도 각 가정의 디지털기기 현황 조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집에서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는지, 1대의 컴퓨터로 여러 자녀가 써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할머니 댁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버지 사무실로 함께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아예 디지털기기가 없어 어디서든 빌려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른다.
 
갑자기 콘텐트를 만들어야 하는 교사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대학처럼 개별 학교가 예산을 투입해 녹화장비를 갖추거나 서버를 구축할 수도 없다. 교육부는 기존에 만든 온라인 학습 콘텐트 사용을 권하지만, 지난달 라이브 특강을 시작한 EBS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것과 같은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모든 것을 정부가 틀어쥐고 관습에 얽매여 유연한 대응을 못하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인 만큼 대처도 남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연간 무상급식 예산이 3조원인데 학교가 문을 닫아 돈이 남는다. 교육청별로 예산 항목을 긴급 변경하고, 학교가 필요한 데 쓸 수 있게 자율성을 주면 어떤가. 저소득층에 디지털기기라도 지원할 수 있게 말이다. 연간 4조원이 넘는 누리과정 예산도 마찬가지다.
 
학습 콘텐트와 이를 활용할 플랫폼, 서버 역시 정부·학교가 꼭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세계적 온라인 공개강좌(MOOK) 사이트인 코세라나 에덱스는 모두 민간에서 만든다. 반면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 정부가 구축한 K-MOOK의 활용도는 어떤가. 유명 학원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의 조회 수가 이보다 훨씬 많다.
 
학생 수가 36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온라인 학습을 한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발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민간의 자원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원격 학습 콘텐트를 제공하는 시소(Seesaw), 그룹웨어 시스템인 클래스룸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학교에 접목했다.
 
그러나 유독 한국만 에듀테크에 부정적이다. ‘교육 사업은 모두 사교육’이라는 관료들의 부정적 편견 탓이다. 그러나 에듀테크는 2025년까지 시장 규모가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미래 산업이다. 한국은 뛰어난 IT 기술과 우수한 교육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담임과 학생·학부모 의사소통이 가능한 클래스팅, 다양한 그래픽·동영상으로 게임하듯 학습하는 아이스크림홈런 같은 콘텐트가 있고 다른 나라로도 수출된다. 각 학교에 예산을 주고 각자 적절한 에듀테크 상품을 골라 쓸 수 있게 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칠판에 적는 방식으로 수업할 텐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이 활개치는 세상에 학교만 여전히 19세기다.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민간의 훌륭한 자원을 공교육과 결합하는 것이다. 그 어떤 잘 짜인 국가 계획도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을 넘어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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