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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재앙은 어떻게 권력을 바꾸나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재앙은 모든 것을 바꾼다. 권력도 피할 수 없다. 변화는 재앙의 크기에 비례한다. 코로나19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앙이다. 권력의 변화도 그만큼 클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재앙에 잘못 대처한 리더들 얘기를 다뤘는데(Who Will Win the Fight for a Post-Coronavirus America?) 두 가지 사례가 눈에 띈다.
 

코로나가 정부의 실정을
잠시 가릴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덮을 수는 없을 것

하나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다. 그에게 첫 번째 재앙, 9·11은 기회였다. 그는 9·11 테러를 기회 삼아 2개의 중동전쟁을 치렀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으며 권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4년 뒤 두 번째 재앙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댐의 붕괴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때, 그 사망자 대부분이 가난한 흑인들이었을 때 부시는 “누구도 댐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댐 붕괴 하루 전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부시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다. 그 후폭풍은 몇 년 뒤 흑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체르노빌은 한참 뒤 결과가 나타났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야말로 5년 뒤 옛소련 해체를 불러온 진짜 원인이었다”고 했다. 당장이 아니라도 재앙은 언젠가, 기필코 판을 바꾸고 만다.
 
한국은 어땠나. 이명박 정부는 ‘가짜 재앙’에 혹독히 당했다. 정권 초 터진 ‘광우병 파동’은 정권의 힘을 꺾고 방향을 틀었다. MB는 광화문 인파에 놀라 “청와대 뒷산에서 들은 아침이슬”을 담화문에 담았다. 겁먹은 권력을 누가 두려워하랴. MB는 대선 구호였던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폐기해야 했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은 엄두도 못 냈다. 그나마 가짜 재앙이었으니 5년 집권은 마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7시간’에 속수무책, 침몰했다. 한국에서 재앙은 그것이 가짜든 진짜든, 크든 작든 진영 논리와 결합하면 구권력과 질서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괴력을 발휘해 왔다.
 
코로나19는 어떨까. 4·15 총선이 첫 가늠자다. 현재 여론은 정부·여당에 나쁘지 않다. 권력 교체는커녕 강화를 예상하는 쪽이 많을 정도다.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뛰어난 민간 의료와 기업, 시민의식 덕분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남들이 못해서다. 심리학의 논리적 오류 중 ‘상대적 궁핍(relative privation)’이 있다. ‘B에 비하면 A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의 오류다. 예컨대 코로나 확진·사망자 수를 놓고 “미국이나 이탈리아에 비하면 한국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확진·사망자 9887명과 165명이 없던 게 되지는 않는다. 눈을 돌려 서구 선진국 대신 주변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 보라. 반대로 우리가 크게 초라해진다. 세계의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홍콩·대만뿐이 아니다. 중국발 입국을 초기에 차단했던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과도 비교가 안 된다.
 
코로나가 바꿀 미래 권력의 모습을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4·15 총선 후 모습은 대충 짐작이 간다. 여당이 이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다. ‘내로남불’의 상징 조국이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오를 것이다. 코로나20, 코로나21 재앙이 다시 닥쳐도 중국발 입국자는 여전히 대한민국 도심을 활보할 것이다. 몰려든 중국인 환자를 한국인이 병수발할 것이다. 마스크 배급제가 뉴노멀이 되고 언제는 꽃다운 청춘이라던 60대의 ‘기저질환 사망’이 이어질 것이다. 몰락한 경제, 사라진 일자리를 나랏빚으로 떠받치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적폐청산·탈원전·소득주도성장·친노조·퍼주기에 공수처법과 선거법까지 입맛대로 다 했던 정권의 폭주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 놓고도 뭔가 불리한 일이 터지면 탓할 깜냥도 안 되는 야당 탓만 계속할 것이다.
 
9·11이 부시의 실정을 가렸듯이 코로나가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잠시 덮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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