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영종 기자 사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미국을 너무 모르는 김정은과 참모들…멘토가 필요하다

북한의 대미인식 한계와 대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부전선 대연합부대 포사격을 참관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부전선 대연합부대 포사격을 참관했다. [뉴스1]

북한은 미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북·미 정상회담 국면은 물론 핵·미사일 대치, 워싱턴을 향해 거친 ‘말 폭탄’을 쏴대는 상황에 늘 갖는 궁금증이다. 혹자는 북한에 후한 점수를 준다. 북한의 완승으로 끝난 미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AGER-2) 피랍(1968년)까지 연원을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1990년대부터 벌어진 북핵 문제 등 현안이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왔다는 측면에서다. 미국은 뭔가 어리숙한 데 반해 북한은 갖은 지략으로 핵 보유와 체제 유지를 이뤘다는 주장도 있다. 마치 북한이 칠종칠금(七縱七擒)하며 미국을 요리해 온 듯한 관점이다.
 

유학 않고 ‘김일성대’ 택한 김정일
자녀들은 10대 때 스위스에서 공부
“미국 잘안다” 는 평양 대미라인에
트럼프 속내 알려줄 과외교사 필요

하지만 본질을 파고들면 미국의 힘 앞에 좌절하는 북한 당국과 최고지도자의 고뇌가 드러난다. 70년 세월을 넘어 말 그대로 ‘백년숙적’으로 치닫는 북·미 관계의 출로를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이탈해 반미 선전·선동으로 버텨온 피로감도 감지된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핵심 참모들이 쏟아낸 대미 메시지를 짚어보면 그 한계는 더 또렷해진다.
  
“나는 해외의 이름난 대학으로 가지 않겠소. 우리 공화국에는 수령님의 존함을 모신 훌륭한 대학이 있지 않소. 난 이곳에서 공부하고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소.”
 
평양 남산고급중학교를 다니던 김정일은 노동당 간부로부터 해외 유학을 권유받았다. 내각 수상인 김일성의 후계자가 될지도 모를(결국 1974년 후계자로 결정) 이에 대한 배려다. 김정일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고 1960년 9월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 스토리는 ‘주체 조선을 위해 공부하고 애쓴 장군님의 혁명 일화’로 각색돼 당 간부에게 회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자녀교육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유명 여배우 성혜림과의 사이에 낳은 장남 김정남(2017년 2월 북한의 독극물 테러로 피살)은 물론 고용희와의 슬하에 있던 차남 김정철, 막내 김정은, 딸 김여정을 모두 스위스로 보냈다. 자신의 ‘김대 졸업장’에 때늦은 후회를 했거나, 자식들만큼은 서방 유학을 경험토록 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물론 조기유학인데다 성인이 되기 전 평양으로 귀환시켰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당시 스위스 대사관의 철저한 경호·의전을 받았고, 전설적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흠모해 유니폼과 신발을 수집하는 게 취미였다는 뒷얘기가 동창생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 코로나 진단키트를 꺼내 살펴보는 모습.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이목이 코로나19에 쏠려있는 가운데 최근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김정은의 북·미 관계 셈법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 코로나 진단키트를 꺼내 살펴보는 모습.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이목이 코로나19에 쏠려있는 가운데 최근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김정은의 북·미 관계 셈법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으로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 위원장은 적잖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서방 유학을 통해 넓은 세상을 본 젊은 리더십(당시 27세)은 뭔가 다를 것이란 생각에서다. 부인 이설주와 함께 미국 문화의 상징인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공연을 보고, 패스트푸드를 파는 식당에서 팝콘을 나눠 먹는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평양의 청년 지도자가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대두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김정은 집권 성적표는 퇴행적이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대북제재를 자초했고, 고통은 고스란히 2500만 주민의 몫이 됐다.  
 
김정은의 대미인식도 대립과 적대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지난해 12월 말) ‘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 관계의 답보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일하는 척 흉내를 내며 속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날강도’ 등으로 미국을 몰아세우며 “충격적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란 위협을 쏟아냈다. 지난달 17일에는 3000병상 규모로 추정되는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 “적대 세력의 더러운 제재와 봉쇄를 웃음으로 짓부시자”며 반미를 내부 통치에 활용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2014년 11월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을 찾은 김 위원장은 “미제야말로 인간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이며 살인마”라고 주장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주둔하지도 않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북한은 “미제가 황해남도 신천 주민 3만5000명을 학살한 현장”이라고 왜곡 선전한다. 김정은이 잘못을 바로잡기보다는 ‘반미 사상 교양’으로 몰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구를 못 찾는 대미외교
 
미국 문제를 맡은 핵심 참모의 면면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총괄한 북측 인물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군부 강경 인사로 도발 총책인 정찰총국장을 지낸 인물을 갑자기 대미라인에 포진케 한 후유증은 컸다. 결국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파국은 북한이 미국의 패를 읽는 데 실패한 때문이다. 30년간 스위스 대사 등을 지내며 김일성 비자금 관리와 김정은 형제 유학 뒤치다꺼리를 맡은 이수용을 당 부위원장(지난해 12월 해임)에 앉혀 외교를 총괄하게 한 것도 패착에 가깝다.
 
지난달 30일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 국장이 내놓은 담화는 출구를 찾지 못한 북한 대미외교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대북제재 언급을 비난한 담화는 시종일관 북한 당국이 미국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든다. “미국의 노림수를 어항 속 물고기 들여다보듯 한다”거나 “백악관에서 기침 소리만 나도 누구 기침이며 왜 그런지 정확히 간파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미국을 설득할 논리나 새 제안 없이 “건드리면 다친다”는 말로 끝낸 담화는 맥아리가 없어 보인다. 불과 8일 전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친서 교환에 화색을 드러냈던 담화와도 궤를 맞추지 못했다. 북한 전략가들은 ‘치고 빠지기식’ 전술로 상대를 혼선에 빠트리려는 것이라 착각할지 모르지만, 외부 시선은 최근 평양발 대남·대미 메시지가 전례 없는 엇박자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김여정, 습작 수준의 저급한 ‘담화’
 
문제는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이 미국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식견을 높여준 인물이 평양 권력 내부에 없다는 점이다. 현지 유학을 거치고 미국 관련 현안을 수십 년 챙겨온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향방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물 안 개구리’ 격인 노동당과 군부 인사가 대미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최근 김정은의 최고 멘토이자 대변인으로 등장한 여동생 김여정은 습작 수준의 저급한 ‘담화’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극렬 비난해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북·미 모두 집중력을 잃고 한반도 현안도 후순위로 미뤄진 듯하다. 하지만 곧 화급한 숙제로 다가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에게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반도 정책, 대북 현안을 다루는 워싱턴의 속내와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줄 현인(賢人)이 필요한 이유다. “건드리면 다친다”는 김일성 시절의 고슴도치 전략으로 회귀한 듯한 평양의 답답한 메시지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경제의 정치화’ 극복해야 김정은 체제 정상화
정치가 지배하는 북한 경제

정치가 지배하는 북한 경제

북한 경제는 왜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한때 북한은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산업시설과 중국·소련의 원조,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에 이어 20년 넘게 만성적 경제난을 겪고 있다.
 
저자는 1970년대 초까지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3배나 높았던 북한 경제의 위기 원인을 ‘경제의 정치화(politicalization of economy)’에서 찾았다. 북한이 택한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경제의 정치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생태환경을 지녔다는 것이다. 정치가 지나치게 개입해 간섭·통제하면 경제가 위축돼 갈 길을 잃고, 위기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20년 넘게 북한을 연구한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의 신간 『정치가 지배하는 북한경제』(사진)는 북한 경제의 정치화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김일성 유일지배체제가 등장하면서 ‘경제의 정치화’ 현상이 더욱 강화된 점에 주목한다. 이 때문에 북한의 경제는 주민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독재자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가 북한 경제 곳곳에 파고들며 암적 존재가 됐고,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한 경제의 정상화는 ‘경제의 정치화’에서 벗어나 ‘경제의 경제화’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 제안한다. 또 북한 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체제 이행 전략(system transition strategy)과 산업화 전략(industrialization strategy)도 제시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