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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공교육 현실 보일것"···코로나가 부른 '온라인 개학' 역설

VC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왼쪽)와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VC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왼쪽)와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현실이 됐다. 코로나19에 떠밀리듯 시작된 변화에 학부모도 교사도 불안하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나 교사들의 경험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교육과의 줄다리기에만 급급했지, 세상의 변화를 교실로 끌어오는 데는 소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험대에 오른 학교의 '에듀테크'(Edu-Tech·교육과 기술의 융합) 역량,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인터뷰] 초등교사 출신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
임팩트투자자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이 주제로 글로벌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래스팅'의 조현구 대표와 임팩트 벤처캐피털(VC)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가 2시간 넘게 토론했다. 지난 27일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가 이들을 만났다. 클래스팅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는 교육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전 세계 550만명 이상이 쓴다. 조 대표는 클래스팅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영 글로벌리더로 선정됐다. 옐로우독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VC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왼쪽)와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VC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왼쪽)와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온라인 개학이 현실이 됐다. 준비가 돼 있을까. 
조현구 대표(이하 조 대표)="정부가 온라인 개학을 말하며 언급하는 솔루션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다. 모두 해외 사업자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내 교육 시장은 20조원 이상으로 크다지만 대부분이 사교육이다. 세계의 공교육이 최근 수년간 에듀테크를 통해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데, 국내에선 아무도 이런 도전을 안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학교 교육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 문제가 드러났다."

 
제현주 대표(이하 제 대표)="많은 학교가 갑자기 원격교육으로 떠밀려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준비가 안 됐다. 공교육에 쓰는 예산은 많은데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다. 사회 시스템과 산업계가 모두 공교육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원격교육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그제서야 현실이 보일 것이다."

 
한국의 IT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교육은 왜?
조 대표="국내 에듀테크 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30개 정도다. 이중 공교육에 집중하는 곳은 클래스팅 뿐이다. 학교를 대상으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 수가 없다. 일선 학교들은 에듀테크 솔루션을 구입하고 싶어도 예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외주 업체를 선정해 만든 교육서비스를 일선 학교에 '이걸 사용하라'고 일괄 지침을 내리는 식이다. 시장 자체가 없다보니 유능한 창업자가 공교육에 뛰어들 수가 없다."
 
제 대표 = "공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도전하는 회사가 없다. 사교육에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도는 많지만, 그런 기술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확산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혁신적인 교육(수월성)이라는 세로 축과 보편성이라는 가로 축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데 교육 시장이 사교육 중심으로만 발전했다. 공교육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사회와 산업이 외면한 공교육 시장에 왜 도전했나.
조 대표="2012년 창업하기 전까지 초등학교 교사였다. 학교의 문제점이 보였고 해결하고 싶었다. 세상이 바뀌고 필요한 인재상도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늘 제자리였다. 고민 끝에 창업했다. 교육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기 때문에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교육부 장관이 이런 문제 안 풀고 뭐하나' 싶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하며 교육부 장관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바꾸기 힘든 현실이 보이더라."  
 
장관도 바꿀 수 없는 문제가 뭔가.
조 대표="역량 중심으로 해결력을 키우는 교육을 시도하자고 하면, 학부모들이 먼저 반대한다. '평가는 지식 중심인데 학교에서 역량을 가르쳐서 어떻게 하냐?' ,'시험은 어떻게 보라는 거냐'는 항의가 들어온다. 그럼 입시제도 같은 평가를 바꿔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한국에선 입시의 '공정성'이 워낙 오랫동안 강조돼서 그 누구도 다른 가치를 말하기 어렵게 됐다."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래서 어떻게 공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건가.
조 대표= "첫 번째 목표는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학생 관리나 학부모와 소통, 각종 행정업무에 쓰는 시간이 너무 많다. 수업 콘텐트도 혼자 만들 수가 없다. 우리같은 기업은 이런 업무를 돕고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해 준다. 또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을 알 수 있도록 해서 가정과 학교의 신뢰를 구축한다. 궁극적으로는 학생 평가를 개선하는 게 목표다. 학업성취도나 학습패턴 같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학생의 역량과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공교육 전반을 바꾸고 싶다."

 
옐로우독은 클래스팅에 왜 투자했나. 
제 대표= "클래스팅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교사의 역량을 높이고, 학교 수업이나 교우관계 등을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기업이다. 시장도 크다. 공교육 혁신은 옳은 일, 가치 있는 일이면서 동시에 비지니스 측면에서도 큰 기회가 있다. 비지니스의 성장과 소셜 임팩트가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춰지는 공진성(共振性)을 갖췄다고 봤다."
 
사회적 가치가 '듣기 좋은 명분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제 대표="창업자는 이것은 명분이고 저것은 돈버는 비지니스라는 구분을 하지 않는다. 보통 대기업은 촘촘한 분업을 통해 마케팅을 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사업을 위한 명분으로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서 출발해 비지니스를 '만들어' 나간다." 
 
조 대표="학교를 바꾸고 싶어 창업을 했고, 그 변화를 공교육 전체로 확산하고 싶어서 사업을 확장하고 기술과 서비스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끌어내기 어려운 변화는 비지니스적으로도 역량을 탄탄히 갖춰야 시도할 수 있다."
 
돈도 벌고 가치도 추구해야 하는 임팩트투자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조 대표="그동안 투자 받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회사의 철학보다는 수익을 내는 데 더 집중하라고 요구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엔 투자를 유치할 때 '임팩트투자만으로 한 라운드를 구성하겠다'고 결심했다. 공교육 혁신이라는 목표에 공감하고 장기적으로 함께 해 줄 투자자가 필요했다."

 
클래스팅은 지난해 11월 옐로우독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 손태장 회장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탈 미슬토(Mistletoe)로부터 60억원 규모의 임팩트투자를 유치했다. 국제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미슬토는 지난해 9월에도 클래스팅에 40억을 투자했었다. 국내 기업투자로는 최초였다.
 
코로나19 온라인 개학이 변화의 시작점이 될까. 
조 대표="예전에 클래스팅을 만들고 소개할 때는 '온라인 클래스가 왜 필요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교육부, 교사, 학부모 등이 먼저 자문을 구한다. 온라인 클래스가 공교육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경험하고 나면 향후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공교육의 에듀테크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대표="교육 분야엔 아직 숙제가 많이 있다. 사회적 난제는 어느 순간 급격한 변화를 계기로 해결된다. 지금 같은 코로나19 위기는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변화의 시작점)를 만들 것이다. 2020년은 대한민국 공교육 역사에 변곡점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공교육 시스템의 개선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VC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VC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조 대표 ="공교육 분야에서 경쟁할 창업자들이 늘면 좋겠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가 에듀테크 솔루션을 자체 구입할 수만 있어도 공교육 시장이 생기고 스타트업들이 뛰어들 것이다. 시장이 생겨야 공교육 혁신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제 대표="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 가치'를 목표로 언급했다. 김 의장이 갑자기 착한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 창업할 때 마음에 둔 가치를 '임팩트'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언어로 발견한 것이라 생각한다. '인류의 문제를 풀겠다'고 하면 오글거리는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 투자를 받고, 비지니스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클래스팅 같은 임팩트 잠재력을 갖춘 곳을 꾸준히 발굴해 투자하면서 사회와 시장에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옐로우독 '임팩트리포트 2020'
2016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굴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2017년 4월 첫 투자를 시작으로 약 22개 기업에 500억원의 임팩트 투자가 집행됐다. 4월 1일 발간된 '임팩트리포트 2020'은 옐로우독이 지난 4년간 던져온 '진정으로 좋은 투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간 결산 보고서다. 리포트는 옐로우독이 투자해온 클래스팅, 에누마, 째깍악어, 지구인컴퍼니, 렌딧 등 14개 회사의 비전과 임팩트 요소, 비지니스 모델, 투자의 이유 등을 담았다. 임팩트리포트 2020은 옐로우독 홈페이지(yellowdog.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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