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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손학규의 비례대표 신청···김정화 "너무했다" 배신감 토로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제21대 총선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제21대 총선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2번으로 내정되어 노욕(老慾)으로 비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바른미래당 전 대표를 지낸 손학규 민생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비례대표 2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 끼쳐 드린 것 마음 깊이 죄송하다. 노욕보다는 국회의원이 되어서 다당제 개헌을 해야겠다는 야심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면서다.
 
민생당 공천관리위원회(당시 안병원 위원장)는 지난 26일 손 위원장을 비례대표 2번 후보로 결정했지만 다음날 민생당 지도부가 공관위원장을 교체한 뒤 손 위원장은 14번 후보로 밀려났다.이 과정에서 손 위원장의 추천으로 임명된 김정화 공동대표도 '손학규 밀어내기'에 동참했다. 안철수계로 바른미래당에 합류했던 김 공동대표는 손 위원장의 지명으로 바른미래당 대변인을 맡은 뒤 안 대표의 탈당 행렬을 따르지 않았다.
 
손 위원장이 이날 국회를 찾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위원장과 관계가 멀어졌다는 외부시각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손학규의 비례 '기습신청'이 발단

손 위원장은 지난 25일 밤 9시께 민생당 비례대표 후보에 신청했다. 23일 정식 공모 마감까지도 "신청하지 않겠다"고 지도부에 뜻을 전달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손 위원장에게 '비례 2번'을 약속하고 공모를 독려했다는 얘기가 당에서 나왔다. 같은 날 밤 늦게 손 위원장에게서 전화로 비례대표 신청 사실을 전달받은 김 공동대표는 주변에 "미래세대가 앞 순번을 받아야 하는데 손 위원장이 너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생당 관계자는 "손 위원장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바른미래당계 인사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임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임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김 공동대표가 손 위원장과 갈라서는 데는 현재 1~2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민생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둘러싼 셈이 달랐기 때문이다. 민생당 관계자는 "손 위원장이 2번을 받으면서 바른미래당계는 1번을 호남계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1번을 바랐던 김 공동대표가 가장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나왔던 잠정안에선 대안신당계 영입인재인 정혜선 가톨릭대 교수가 1번, 손 위원장이 2번, 김 공동대표가 3번이었다. 
 

손학규에 등돌린 김정화

손 위원장을 비롯해 바른미래당계가 1번 외에 당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위 순번을 대거 차지하자 대안신당·평화당계는 반발했고 일부 인사는 탈당했다. '노욕' 논란에 여론도 급속하게 나빠지자 김 공동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26일 오후부터 비례 순번 수정을 위한 재심의를 공관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손 위원장과 가까운 안병원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27일 오전 최고위는 안 위원장을 해임하고 평화당계인 김명삼 공관위원장을 임명해 비례명단을 대폭 수정했다. 
안병원 민생당 전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생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해임을 의결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병원 민생당 전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생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해임을 의결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계 인사들이 공관위 재심과정에 불참했고 손 위원장은 당선권 밖인 14번으로 밀렸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행자 전 바른미래당 사무부총장은 5번에서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최도자 수석대변인(9→7번), 장정숙 원내대표(12→5번), 황한웅 사무총장(10→8번) 등 현직 지도부는 앞 순번으로 이동했다. 김 공동대표는 그대로 3번이었다. 손학규계 인사들은 "김 공동대표가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익을 못 챙긴 것"이라고 했지만 김 공동대표 측은 "비례 2번을 바로잡기 위해 재심의에 찬성했지 김 공동대표 순번을 올리려던 게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고소전으로 번진 내홍…봉합될까 

비례대표 순번을 둘러싼 이전투구는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해임된 안 전 공관위원장과 이 전 사무부총장이 지난 30일 서울남부지법에 비례대표 후보명단 확정 취소 가처분신청을 내면서다. 이들은 김 공동대표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해임에 근거가 없다. 김 공동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걸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손 위원장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게 김 공동대표 측의 시각이다. 그러나 손 위원장의 핵심 측근은 "손 위원장은 김 공동대표에 대한 고소를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 민생당 인사는 "옛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선거용 합당을 하다보니 앞으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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