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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니스트의 눈] 훨씬 무섭고 센 놈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 경제 고질병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덮쳐

국제적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뉴욕 증시의 상징 인물이자 백발에 흰 수염의 피터 터크만씨(왼쪽 첫째)도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월가의 증권투자회사인 제프리스 그룹의 페그 브로드벤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그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왼쪽 둘째). 유명인사인 영국의 찰스 왕세자(왼쪽 셋째), 보리스 존슨 총리(오른쪽 위)와 미국 배우인 톰 행크스(오른쪽 아래)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P, 로이터=연합뉴스·제프리스 그룹]

국제적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뉴욕 증시의 상징 인물이자 백발에 흰 수염의 피터 터크만씨(왼쪽 첫째)도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월가의 증권투자회사인 제프리스 그룹의 페그 브로드벤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그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왼쪽 둘째). 유명인사인 영국의 찰스 왕세자(왼쪽 셋째), 보리스 존슨 총리(오른쪽 위)와 미국 배우인 톰 행크스(오른쪽 아래)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P, 로이터=연합뉴스·제프리스 그룹]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항상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올 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애덤 투즈(Tooze) 교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석한 『붕괴』에서 내린 결론이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땜질만 했을 뿐 근본적 불안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투즈 교수는 지난 1월 “가까운 미래에 그런 파괴력이 있는 충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심장마비’급 충격이 다시 온다면 중국발(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그림자 금융(비제도권 금융)을 불안의 진앙으로 지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투즈 교수의 예언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상 틀렸다. 중국발 위기만 맞췄을 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얼굴’일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그리고 그 충격은 이미 2008년 위기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위기는 항상 다른 얼굴로 찾아와
금융 발작 이후 실물경제 쓰나미
소주성 실패로 기저질환 앓는데
기업·가계대출 부실 막을 수 있나

당장은 돈 퍼붓기로 발작은 가라앉혔지만
 
전 세계가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는 빅컷이 대세다. 무제한 양적 완화도 빼놓지 않는다. 미국은 2조2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사상 최대 규모다. 궁지에 몰린 기업을 구제하는 것은 물론 실업보험(2500억 달러)도 늘이고 개인들에게 2500억 달러의 현금까지 쏟아붓는다. 전방위 재정 살포다.
 
이에 힘입어 주가와 환율이 급반등했다. 지난 2월 사상 최고치(2만9568.57) 대비 39% 폭락했던 다우지수는 18% 넘게 반등했다. 앞다투어 달러를 확보하느라 지난 20일 102.99까지 치솟았던 달러화 지수는 99.3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중앙은행이 전면에 나서면서 공포는 잦아들고 바닥을 확인했다”는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 반면 “더 깊은 장기적 하락 직전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되돌림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술적 반등이라는 비관론이다. 연일 뉴욕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면서 서울 금융시장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코로나에 전염돼 실물 경제도 마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기면서 실물경제도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라는 가공할 BGU-43급 폭탄이 터졌다. 바로 실업이다. 미국의 2월15~21일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328만건으로 1982년 오일쇼크(69만건)보다 4배 이상 치솟았다. 역대 최고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반 동안 늘어난 750만개 일자리의 절반이 일주일 만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 교수는 “V자형 경기회복은커녕 I자형으로 급전직하하는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도 2분기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25% 곤두박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런 예측이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4월 10일쯤에 절정에 이를 것이란 가정하에 나온 것.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누구도 모른다.
  
뇌관은 기업 줄도산과 부동산 폭락
 
가장 심각한 파급경로는 기업의 줄도산이다. 코로나19로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 GM과 포드의 신용등급도 ‘투자부적격’으로 추락했다. 현재 미국 회사채의 51%가 간신히 투자적격인 BBB인 상황. 한꺼번에 무더기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지 모를 위기다.   문제는 회사채를 사들이는 미 연준의 극약처방에 투기등급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금리 덕분에 겨우 생존해온 수많은 ‘추락한 천사(투기등급으로 내려앉은 한때의 우량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이 망가지게 된다.
 
또 하나의 파급경로는 자산시장의 위축이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쪼그라들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산의 74%가 묶여있는 부동산이 흔들리면 16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 전체가 위험해진다. 정부와 통화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대목이다. 금융기관의 기업대출·가계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시스템이 흔들리고 경제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장점과 약점
 
대형 쓰나미가 몰려올 때는 배의 복원력부터 따져봐야 한다. 우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4월 반도체 쇼크와 외국인 배당으로 잠시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빼고는 2012년 이후 지속돼온 경상수지 흑자도 대외지급 능력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외화보유액도 4091억 달러다.
 
문제는 구조적 약점이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3년간 소득주도 성장 등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경제의 기초체력이 바닥나 버렸다. 주 52시간제와 탈원전까지 겹쳐 경제의 면역력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기저 질환자”라며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비현실적 정책으로 경제가 부서졌고 자영업자는 출혈이 너무 심해 회생 불능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당장은 과감한 재정 투입과 적극적인 금융·통화정책으로 심리적 공포와 경제 발작을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 정책 목표를 실업대란과 기업의 대량 파산, 자영업 붕괴를 막는 데 맞춰야 할 것이다. 재난지원금 등도 절도있게 진행돼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지나치게 훼손돼 자칫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머지않아 금융 쇼크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실물경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코로나19는 각국의 경제 스트레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복원력을 가지려면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제, 탈원전 등의 잘못된 정책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잘못된 썩은 부위부터 도려내야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며 위기에 맞설 수 있다.  
 
혼란스런 황교안, 돋보이는 김종인의 경제 논리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경제 메시지는 스텝이 자주 꼬인다. “기-승-전-문재인 대통령 잘못”이라는 단조로운 비난이 태반이다. 그제 진중권 전 교수조차 “(황 대표가) 메시지를 잘못 내고 있다”며 “(통합)당에 브레인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제부터 그냥 김종인씨한테 맡겨라. 그나마 이분은 감각은 있다”고 비판했다.
 
그제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중에서는 이미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한다. 무슨 대책이라고 계속 발표하는데 혜택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진단이다. 또 “고위공무원들이 이제 마스크 공장 그만 돌아다니고 신용보증재단 지점에 가서 대출은커녕 상담 예약도 못 하고 돌아가는 자영업자들을 만나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서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의료체계를 구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이라는 거친 논리를 펼쳤다. 반면 김 위원장은 “1977년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 당사자로서 또 지난 89년 보건사회부 장관으로서 이번 보건위기를 보는 감회가 특별하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처는 지난 70년간 우리가 같이 쌓아온 국가 역량의 덕분”이라는 세련된 논리를 펼쳤다. “지금 정부가 자화자찬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또 그럴 때도 아니다”라는 대목에선 경륜과 무게감이 묻어난다.
 
김 위원장은 ‘붕괴 직전의 자영업과 기업을 유지시키는 게 급선무고 신용보증기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은행들이 더 많은 회사채를 인수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는 처방과 일치한다.
 
어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범여권 인사들이 일제히 김 위원장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게 됐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권도 더 이상 야당 복을 누리기는 쉽지 않게 됐다.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서야 여야 간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국가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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