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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N번방 괴물을 키워낸 비뚤어진 교육

2015년 3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작년에는 같은 이름의 서적이 서점가를 강타했고, 스마트폰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교육계에서도 자주 회자하였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디지털 기술, 스토리텔링 악용한 N번방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 중독이 무서워 게임을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그보다는 게임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 성공한 게임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잘 즐기기 위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토론해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요즘 시대 흐름상 책에 담긴 이런 내용에 대체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고민하던 부모들은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첫째, 아이들을 보았을 때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의해 ‘활용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실제로 스마트폰을 ‘즐기는’ 시간이 길 뿐이지, 미디어 기기를 활용해서 생산적인 아웃풋을 내는 데는 기성세대보다 서툰 경우도 많다.
 
둘째 스마트폰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고 해도, 그 특성상 말초적이고 자극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 아이들이 폰 활용을 중심으로 성장했을 때, 과연 건강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지킬 수 있을까? ‘도덕적 책임감’을 지닌 사회적 인재로 길러낼 수 있을까?
 
최근 전국을 경악하게 한 ‘N 번 방’사건은, 위의 두 번째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N 번 방 창시자로 알려진 ‘갓갓’과 ‘박사(조주빈)’ 간의 채팅을 보면 “이거 게임이야. 노예가 1년 버티면 풀어주고, 도망가면 (사진,영상을) 뿌리는 게임.”,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돈이 돼야지.” 등 디지털 특유의 비뚤어진 의식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 3초 뒤에 대화 내용 삭제 기능으로 증거 수집이 어렵다는 점을 활용했고,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여 신상 정보를 빼냈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암호 화폐로 요금을 받는 등, 기술적 측면에서 ‘포노 사피엔스 범죄’의 전형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지능형 범죄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잘못된 니즈를 자극하고, 철저한 보안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며, 피해자들을 방송계 지망생, 청소년, 가수라고 꾸며내어 구체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기법, 신고 누적으로 방이 폭파될 경우에 대비해 따로 대피소를 운영하는 리스크 관리 등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4차 혁명 시대에 적응하도록 코딩을 훈련하고, 뛰어난 전문가가 되도록 공부에 몰입시키고, 성공할 만한 그릇이 되도록 마케팅과 리더십을 훈련한 그 모든 정성이, 이런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든 교육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간과되기 쉬운, 그 ‘도덕적 책임감’이 우리 아이들의 중심에 굳건하지 않다면 말이다.
 
일찍이 조셉 솔로베이치크는 우리 안에 두 가지 자아, '아담Ⅰ'과 '아담 Ⅱ'가 공존한다고 표현했다. 아담 I은 커리어를 추구하고, 야망에 충실한 본성이다. 그는 드높은 위상과 승리를 원한다. 반면, 아담 II는 높은 도덕적 자질을 구현하고자 한다. 친밀한 사랑을 원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길 원하고, 초월적 진리에 순응하며 살길 원하고, 내적으로 단단하게 결합한 영혼을 갖기를 열망한다.
 
누구나 이 두 가지 페르소나(persona)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며 성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자가 후자를 압도하게 마련이다. 아담 I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지만, 아담 II에 대해서는 신경 쓸 새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인재’가 아담 I만을 이기적으로 극대화한다면, 다른 사람을 무자비하게 조종하는 마키아벨리적 괴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N번 방의 ‘갓갓’, ‘박사’, ‘와치맨’등도 아담 II가 무시되어온 환경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원래는 아담 II가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아담 I이 제공해야 하는데, 아담 Ⅱ의 기능이 상실되자 전혀 잘못된 방향으로 효율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도덕적 책임감과 학업성취도, 행복 지수, 회복 탄력성 간의 연관성이 깊다는 것,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의 무기가 ‘공감 능력’에 기반을 둔 창의력이라는 사실들은 EBS 다큐멘터리나 여러 서적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과 공감 능력에 기반을 둔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부모와 교사, 학원, 지역사회 등 아이를 둘러싼 생태계 모두가 도덕적 가치를 학교 성적과 동등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높게 평가하도록 가치관이 변화해야 한다. 말로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잔소리할 수 있지만, 실제로 부모가 성적을 중시한다면 그 속마음은 어쩔 수 없이 들키게 되어 있다. '박사'조주빈도 지역 보육원 등에서 231시간이나 봉사 활동을 했지만, 그 안의 도덕적 상태가 어떤지는 결국 위장할 수 없던 것 아닌가. 겉모습이 아니라 속마음, 자녀만이 아니라 부모의 가치관이 변화해야 한다. 성적이라는 결과보다 준비하는 자세에서의 미덕을 중시하는 과정 중심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자녀와 다양한 주제를 놓고 ‘가치론적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앞서 서술했던 포노 사피엔스의 입장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스마트 기술이 가져다줄 가능성과 변화에 대해 가치론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 비도덕적으로 취한 이득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아니라는 것, 5G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수년간 쌓은 정성이 비도덕적 결정으로 ‘훅 갈’ 수 있으며, 반대로 도덕적 사고가 낳는 성공, 기여, 행복감의 선순환이 있다는 사실을 가치관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N번 방‘의 진실이 드러나는 데에는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된 취재팀 ’추적단 불꽃‘ 그리고 성 착취 신고 프로젝트팀 ’리셋‘의 공헌이 있었다. 그들은 미디어 분야의 디지털 기술과 함께 사회적 역량, 그리고 도덕적 책임감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균형 잡힌 아담이 많아질 수 있도록, 우리의 자녀들이 ’바른 방향으로‘ 뛰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기성 아담들'이 먼저 가치관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 '아담'은 히브리어로 사람, 즉 인간 전체를 의미하는 집합명사입니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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