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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코로나19 물리치려면 위험 소통에 더 힘써야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라마다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발병지를 봉쇄·차단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광범위한 검사와 격리를 채택한 한국 같은 곳도 있다. 어떤 모델이 더 효과적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 모델은 확진자는 물론 의심자까지 추적·격리·관찰한다는 점에서 더 광범위하고, 물리적 봉쇄를 넘어 개인의 인식과 행태를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다.
 

사람마다 다른 위험 인식 통제하고
공동체 흔드는 사회적 낙인 없애야

한국 모델은 인간 합리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통해 감염 확산을 막는 전략이어서 성공하려면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역학 조사와 격리 위주의 1단계에서 치료 위주의 2단계로 이행하면 소통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소통에 의존하는 모델은 불확실성이 크다. 게다가 코로나19는 특성상 상황과 인식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 코로나19 방역은 소통, 특히 위험 소통의 성패에 좌우될 것이다.
 
위험 소통은 위험을 분석하고 완화하려는 소통이라는 점에서 여느 소통과 다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대상 집단의 위험 지각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다. 개인이 위험을 느끼는 정도는 다 다르다. 이 다름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 공포·무관심·냉소 등 비합리적 반응으로 인해 위험 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 개인의 위험 지각을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위험 지각에는 다양한 인식 변수와 상황 변수가 개입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적 위험 관리 분석가 폴 슬로빅은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 배분의 공평성, 위험 통제의 가능성, 위험 감수의 자발성 등에 따라 위험 인식의 정도에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밝혔다. 위험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정보가 많을수록), 위험이 공평하게 배분될수록(마스크 배분이 공정하게 이뤄질수록), 위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수록(면역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할수록), 위험을 자발적으로 감수할수록(예배를 강행한 일부 교회처럼)  위험을 덜 느낀다.
 
정부는 국민의 인식 변수와 상황 변수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반복적 소통을 통해 인식과 상황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바이러스의 역학적 특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재난소득처럼 위험의 불균등 배분을 차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중세 교회가 어떻게 흑사병의 온상이 됐고, 과학과 신앙이 어떻게 양립하게 됐는지 목회자의 입으로 들려줄 필요도 있다. 신문과 방송, 온라인 매체가 상황을 과장하거나 축소해 불확실성을 증폭하는 도구가 아니라 합리적 위험 소통의 수단이 돼야 한다.
 
둘째,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낙인찍기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확진자가 가해자로 지목되면 미래의 확진자는 익명성을 찾아 숨어버려 방역 체계를 벗어날 수 있다. 특히 확진자의 능동적인 행위가 원인으로 지목되면 사회적 낙인 효과는 더 커진다.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는 물론 대구 폐렴, 문재인 폐렴 등 질병의 사회화는 심리적 위안부터 정치적 목적까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회적 활용의 결과다. 이런 문제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 과정에서 해소하는 것이 안전하고 생산적이다. 신천지의 악마화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신천지의 책임과 이단성 여부는 별개다. 전자는 위험 소통을 통해, 후자는 종교  논쟁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시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되, 확진자들과의 연대 캠페인도 전개해야 한다. 경계심을 유발하는 민감화 메시지와 공포를 예방하는 안정화 메시지, 두 개의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며 균형점을 찾는 게 쉽지 않지만, 방역 캠페인이 예방 수칙에만 매몰돼 공동체 가치를 충분히 강조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바이러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공동체 가치가 실종되면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을 것인가.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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