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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위거의 ‘오버 더 레인보우’ 갈랜드를 불러내다

‘주디’에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가수 주디 갈랜드로 주연한 르네 젤위거. 이 영화로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사진 퍼스트런]

‘주디’에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가수 주디 갈랜드로 주연한 르네 젤위거. 이 영화로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사진 퍼스트런]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훨씬 높은 곳에).”
 

1939년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역
요절한 할리우드 전설 주디 갈랜드
전기영화 ‘주디’ 주연 르네 젤위거
노래 직접 불러 16년 만에 오스카상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 주제가 ‘오버 더 레인보우’다. 당시 17세 주연 배우 주디 갈랜드가 직접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그가 맡은 캔자스 시골소녀 도로시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비의 나라 오즈에 갔다가 모험 끝에 귀가한다. 그러나 주디 갈랜드의 운명은 도로시와 달랐다.
 
‘오즈의 마법사’ 를 시작으로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로 할리우드 정상급 아이돌이 됐지만, 어른들의 탐욕은 그를 망가뜨렸다. 돈에 눈 먼 영화사(MGM)는 식욕과 잠을 억제하는 각성제를 먹이고, 수면제로 쪽잠을 재우며 하루 18시간씩 촬영을 강행시켰다. 1969년 47세에 약물과다로 사망한 순간에도 그에겐 돌아갈 집이 없었다.
 
25일 개봉한 영화 ‘주디’(감독 루퍼트 굴드)는 1969년 런던에서 열린 주디 갈랜드의 생애 마지막 콘서트를 담는다. 연극 ‘무지개 끝에서’가 토대다. 그 해 태어난 배우 르네 젤위거가 주연을 맡아 올해 아카데미·골든글로브·미국배우조합상 등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주디에겐 스타로서의 명성이 자신을 할퀴는 흉기가 됐던 시기다. 노래는 삶에 마지막 남은 온기이자, 영혼의 언어였다.
 
영화에는 네 차례 결혼으로 얻은 아이들을 사랑한 어머니로서의 주디도 묘사된다. [사진 퍼스트런]

영화에는 네 차례 결혼으로 얻은 아이들을 사랑한 어머니로서의 주디도 묘사된다. [사진 퍼스트런]

“젤위거는 쉽게 희화화되곤 했던 이 배우(주디)의 그림자까지 표현해낸다. 그리고 노래도 한다.” 미국 타임지의 호평이다. ‘주디’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노래와 연기 모두 가능한 배우는 르네 젤위거 외에 없었다”고 했다.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싱글맘 도로시 역으로 스타가 된 그는 체중을 20파운드(9kg) 늘려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주연을 맡았고, 뮤지컬 영화 ‘시카고’(2002)에선 록시 하트 역으로 가창력을 자랑했다. 영화 ‘너스 베티’로는 2001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콜드마운틴’으론 2004년 아카데미·골든글로브·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17살 주디 갈랜드. [사진 워너홈비디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17살 주디 갈랜드. [사진 워너홈비디오]

주디 갈랜드는 두 살 때 무대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고, 세 살부터 두 언니와 ‘검 시스터즈’(갈랜드의 본명은 ‘프란시스 검’)로 활동했다. 1935년 MGM 오디션에 합격 후엔 ‘오즈의 마법사’로 아카데미 아역상, 영화 ‘스타탄생’(1954)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무대로 돌아간 1961년 뉴욕 카네기홀 공연 실황을 담은 ‘주디 앳 카네기홀’로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앨범상, 최우수 여자 보컬상을 안았다.
 
굴드 감독은 젤위거에게 영화 속 노래들을 촬영장에서 라이브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주디가 당시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달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든 젤위거 뒤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 곽신애 대표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달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든 젤위거 뒤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 곽신애 대표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젤위거는 촬영 1년 전부터 아리아나 그란데, 션 멘데스 등 할리우드 스타의 보컬 코치로 유명한 에릭 베트로에게 성대 훈련을 받았다. 목소리 톤이 높은 편인 그는 주디 갈랜드의 저음에 다다르기 위해 특히 애썼다. 연습 때문에 후두염, 성대 긴장, 염증에 시달렸다. 주디가 컨디션 난조로 망친 공연도 연기해야 했다.
 
여기에 특수 분장을 더했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 ‘설국열차’(2013) 등에 참여한 메이크업·헤어 디자이너 제레미 우드헤드가 주디 갈랜드의 사진을 조사해 젤위거의 코에 보형물을 붙이고 헤어스타일과 화장법을 완성했다.
 
“너보다 예쁜 애들은 널렸어.” “네 이름은 프란시스 검이야. 넌 그랜드래피즈 출신의 뚱뚱한 촌뜨기고 네 아빠는 게이, 엄만 돈에 눈먼 여자지. 이제 니가 누군지 기억나니 주디?”
 
MGM의 설립자 루이 B 메이어가 어린 주디를 ‘가스라이팅’(상황 조작을 통해 상대를 황폐화 시켜 지배하는 것)하며 자존감을 바닥나게 만든 폭언들이다. 주디는 네 번의 결혼 모두 실패했다. 각본을 맡은 톰 엣지는 그러나 비극적인 인물로 알려진 주디가 결코 “피해자로만 느껴지지 않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주디는 할리우드의 생존자였고 어떤 순간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영화 ‘주디’엔 배우로서 르네 젤위거의 삶의 무게도 실렸다.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리다 최근 10여 년 동안엔 인정받은 작품이 드물었지만, 이번 영화로 연기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그는 루퍼트 굴드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의 기다림이 아니었다면 ‘주디’의 외로움, 소외,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즘은 서둘러서 빨리 결론에 도달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는 감정들이 머물 시간, 내가 주디 갈랜드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했다.
 
영화의 절정은 주디가 30년 전 자신의 인생을 바꾼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는 장면. “새들은 무지개를 넘어가는데 왜 나는 그럴 수 없을까.” 한때 한탄 같았던 노랫말이 다르게 다가온다.
 
“할리우드의 전설 주디 갈랜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어야 했고 악의와 풍자의 시선에서 보호 받았어야 할 아름다운 여성을 포옹하는 마음으로 제작진 모두 참여했다. 수백명이 그를 감싸고 응원하는 듯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50년 뒤 이 현장에 존재 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었다.” 주디의 노래에 숨결을 불어넣은 젤위거의 말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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