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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전쟁터 휩쓴 전염병···코로나, 대량살상무기될 가능성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우한(武漢)에 있는 중국군 산하 연구소에서 생물무기로 개발하다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퍼뜨린 바이러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염병 WMD 무기로 가능해
북한, 천연두 백신 접종해 대비
김정남 암살 VX 신경가스 사용
코로나19 무기는 백신 필요해

지난 2013년 경기도 파주시 인근 훈련장에서 미 제1-38포병대대와 제23화학대대가 제독훈련을 실시했다. 생물무기를 비롯한 적의 화생방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된 훈련에는 한국군 9사단 병력도 참여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3년 경기도 파주시 인근 훈련장에서 미 제1-38포병대대와 제23화학대대가 제독훈련을 실시했다. 생물무기를 비롯한 적의 화생방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된 훈련에는 한국군 9사단 병력도 참여했다. [중앙포토]

 
생물무기는 핵무기와 방사성 물질 그리고 화학무기와 함께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WMD)로 꼽힌다. 군에선 화학ㆍ생물ㆍ방사능 위협을 묶어 화생방 위협으로 말한다. 코로나19도 생물무기로 쓰일 수 있는지, 생물무기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살펴봤다.
 
대표적 생물무기인 탄저균은 미국에서 몇차례 발견돼 소동이 일었다. 흰색가루와 같은 포자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편물에 담겨 쉽게 전달된다. 폭발물과 달리 걸러내는 게 쉽지 않다. 호흡하면서 체내로 들어오면 발열ㆍ호흡 곤란ㆍ설사 증상이 나온다. 폐와 위장으로 감염될 경우 사망률은 80% 수준까지 올라가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생물학 무기로 쓰이는 천연두 바이러스(왼쪽)과 탄저균. [사진 History of Vaccines, Scottish Drugs Forum]

생물학 무기로 쓰이는 천연두 바이러스(왼쪽)과 탄저균. [사진 History of Vaccines, Scottish Drugs Forum]

 
생물무기가 만들어 내는 전염병의 위험성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전쟁사에서도 확인된다. 총탄과 포화에 쓰러진 병사보다 전염병에 희생된 경우가 더 많았다. 생물무기의 목적은 이처럼 전염병을 상대 진영에 퍼뜨려 전쟁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선 천연두(두창)가 창궐해 아테네 진영에선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병력의 25%가 사망했다. 십자군 전쟁에선 장티푸스가 번져 사망자가 속출하자 전염병이 무서워 탈영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나폴레옹의 세계 정복도 전염병 앞에 무너졌다. 이집트 원정에 나선 군대는 페스트에 걸려 병력의 50%가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군은 청일전쟁에서 발진티푸스로 1만 1500명이 사망했는데 이때 전투 중 전사자는 1500명 수준에 그쳤다.
 
전염병에 감염돼 참화를 겪는 십자군을 표현한 판화 '나일강의 십자군'은 프랑스 출신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의 작품이다.

전염병에 감염돼 참화를 겪는 십자군을 표현한 판화 '나일강의 십자군'은 프랑스 출신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의 작품이다.

 
‘마마’로도 불리는 천연두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평가된다. 나당 연합군으로 참전한 당나라 군대를 통해 한반도에도 전파됐다. 하지만 인류가 극복한 몇 안 되는 질병이기도 하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전염병이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에선 지금도 주민들에게 천연두 예방접종을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천연두 생물무기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생물무기를 미사일과 야포에 실어 공격하는 기술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북한은 다양한 생물무기 능력과 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밝혀져 있다.
 
화생방 방호복과 가스 마스크 차림의 한국군과 미군이 방패에 몸을 가리고 있다. 이들은 유사시 북한 지역에 들어가 대량살상무기 제거 작전에 돌입한다. 여기에는 핵무기 뿐 아니라 생물 및 화학무기도 포함된다. [사진 미 제2 보병사단]

화생방 방호복과 가스 마스크 차림의 한국군과 미군이 방패에 몸을 가리고 있다. 이들은 유사시 북한 지역에 들어가 대량살상무기 제거 작전에 돌입한다. 여기에는 핵무기 뿐 아니라 생물 및 화학무기도 포함된다. [사진 미 제2 보병사단]

 
2016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이 ▶세균 작용제(탄저균ㆍ브루셀라ㆍ야토균ㆍ장티푸스)▶리케차(발진티푸스)▶바이러스(천연두ㆍ 황열병ㆍ유행성출혈열)▶독소(보툴리눔ㆍ황우) 등 생물무기용 병원체 총 13종을 보유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200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생화학 무기 시설 21곳에서 생물무기를 생산한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북한은 1954년 미생물연구소를 만들어 생물무기 개발을 시작했고 국방과학원 산하 세균화학연구소ㆍ의학연구소 등에서 무기화 연구를 진행한다. ‘화학연합기업소’와 같은 위장 명칭으로 존재를 감춘 시설에서 생물무기 물질을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9일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장병들이 코호트 격리 주거시설인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에서 코로나19 실내방역을 나서고 있다. 이 부대는 전시에 북한 지역 대량살상무기 제거 임무와 대테러 임무를 전담하는 국내 유일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장병들이 코호트 격리 주거시설인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에서 코로나19 실내방역을 나서고 있다. 이 부대는 전시에 북한 지역 대량살상무기 제거 임무와 대테러 임무를 전담하는 국내 유일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연두에 걸리면 발진ㆍ고열ㆍ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 사망에 이른다. 피부 분비물로 전염되며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한국에선 현재 천연두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아 생물무기로 사용되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백신을 비축하고 있어 필요할 경우 접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천연두 백신은 전염병에 걸린 직후에도 빠르게 접종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생물무기보다 무기화가 더 빨리 이뤄진건 화학무기로 제1차 세계대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시리아 정부군은 내전을 진압하면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당시 희생된 민간인 58명에 어린이 11명도 포함됐다. 김지진 변호사는 “제네바 협약에서 민간인(비전투원) 살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심각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됐다.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민간인 여성들은 독성물질과 촉매제를 김정남 얼굴에 묻혔다. 김정남은 20분만에 공항에서 사망했다. [사진=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캡처]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됐다.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민간인 여성들은 독성물질과 촉매제를 김정남 얼굴에 묻혔다. 김정남은 20분만에 공항에서 사망했다. [사진=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캡처]

 
화학무기는 테러에도 등장했다. 같은 해 김정남 암살에도 신경작용제 VX가 쓰였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으로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민간인이 얼굴에 묻힌 독성물질에 중독돼 현장에서 바로 사망했다. 무기로 쓰이는 화학물질은 약 70여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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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쟁터에서 화학무기 공격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바람에 쓸려 날아가거나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오염물질이 남아 있더라도 제독 작업을 하면 아군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군과 당나귀는 화학전에 대비해 방독면을 착용했다. [중앙포토]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군과 당나귀는 화학전에 대비해 방독면을 착용했다. [중앙포토]

 
미국 화학민간방위위원회는 생물무기 효과 범위는 화학무기보다 340배 넓다고 분석했다. 화학무기 공격은 공격이 이뤄지고 제한된 시간 동안에만 효과를 본다. 하지만 생물무기는 일단 공격에 성공하면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전염병이 번져나간다.
 
생물무기는 심리적인 위협이 클 뿐 실제 무기 효과는 작다는 평가도 있다. 정동청 전 군의관은 “생물무기는 잠복기가 길면 효과가 늦게 나타날 것이고, 잠복기가 짧으면 전염은 쉽게 차단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은 높지만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무기로 쓸 경우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시간이 생명인 전쟁에서 효과가 늦게 나오면 무기 가치가 떨어진다.
 
2017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부상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17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부상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생물무기는 자칫 잘못하면 아군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없다. 코로나19 백신은 이제 임상 시험을 시작하더라도 올해 안에 개발되지 못할 수도 있다. 백신을 갖추지 않으면 전염병이 아군 진영으로 번져가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생물무기의 치명적인 위협을 무시할 수 없다. 생물무기는 은밀하게 번져나갈 수 있다. 전염병에 걸려 숙주가 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퍼뜨리고 다닐 수 있어서다. 전염병은 군인과 민간인, 어린이와 노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전쟁을 앞두고 전투력을 낮추고 사회적 혼란을 만들기 위해 은밀하게 쓰일 수 있다.
 
주한미군 기지에서 방독면 절도사건이 발생해 미군 수사 당국이 현상금을 걸고 범인을 쫓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기지에서 근무하는 장병이나 직원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주한미군 기지에서 방독면 절도사건이 발생해 미군 수사 당국이 현상금을 걸고 범인을 쫓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기지에서 근무하는 장병이나 직원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25일 오전 중국 군용기 1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사전 통보 없이 진입했다. 한국 공군에선 통상적인 절차대로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한국군이 전염병 상황에서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지 살펴보려는 중국군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공군 관계자는 “한국 공군은 화생방전 상황에서도 비상 출격이 가능하도록 훈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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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면서 보건용 마스크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주한미군 기지에선 방독면 도난 사고 일어나 미군 수사기관이 현상수배도 내렸다. 혹시라도 코로나19가 무기로 쓰일 경우 방독면을 착용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을까. 가능한 방법이다. 정 전 군의관은 “방독면에 장착된 정화통이 각종 세균ㆍ바이러스ㆍ화학물질 및 방사능 입자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고 했다.
 
화생방전 상황에선 보호의 착용도 필요하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보호의를 착용해 이를 막을 수 있다. 특히 김정남 사망에서 보듯 피부로 흡수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이뤄지면 보호의 착용은 필요하다.
 
박용한 기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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