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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지사 ’도시 봉쇄’ 발언해놓고 이제와서 “법적 근거 없다”

“록다운(Lockdown·도시 봉쇄) 등 강력할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도시 봉쇄' 발언 뒤 식품 사재기 급증
뒤늦게 "법적 근거는 없다" 진화 나서
아베도 "경제에 심대한 영향 미칠 것"
근거없이 무책임한 발언이란 비판도

지난 23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도시 봉쇄’의 가능성만 언급한 발언이었지만, 이 발언이 나온 뒤로 도쿄 거의 전역에서 생필품과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도시 봉쇄’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도시 봉쇄가 되면 도쿄도로 들어오는 식료품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중국 우한처럼 교통편이 끊기거나 약국이나 마트에도 못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결국 이른 아침부터 물건을 사려는 시민들로 마트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25일 오전 일본 도쿄 메구로구의 한 슈퍼마켓 앞에 식료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서승욱 특파원

25일 오전 일본 도쿄 메구로구의 한 슈퍼마켓 앞에 식료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서승욱 특파원

 
급기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일시적으로 물건이 부족상태가 되는 사례도 있으나 (중략) 국민 여러분도 올바른 정보에 근거해 냉정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말 동안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요청까지 잇따라 나오면서 27일인 오늘도 각 마트마다 식료품을 구하려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혼란이 계속되자 발언이 당사자인 고이케 도지사는 26일 TBS 메인뉴스에 출연해 뒤늦게 “도시 봉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만일 (도쿄) 도시 봉쇄 같은 사태가 초래되면 일본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정부도 “도시 봉쇄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톤다운을 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 신문에 “정치, 행정, 경제 등 모든 기능이 집중되어있는 도쿄의 도시 봉쇄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중국 우한시 같은 도시 봉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총리관저 간부의 말을 소개했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25일(현지시간) 오후 도쿄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25일(현지시간) 오후 도쿄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실제 전문가들도 “도시 봉쇄 이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다”면서 ‘도시 봉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시 봉쇄 이전 단계로 간주되는 긴급사태선언조차 신중한 입장이다.  
 
26일 일본 정부는 신형인플루엔자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긴급사태선언 가능성을 열어뒀다. 긴급사태선언이 이뤄지면 각 도도부현(都道府県)의 지사는 생활에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출 자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학교나 보육원, 극장, 체육관 등에 대해서도 사용 제한이나 중단을 요청, 지시할 수 있고, 대중교통에 대해서도 운행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정도다. “강제는 할 수 없다”(내각 관방 간부)는 얘기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긴급사태를 선언하려면 ①국민의 생명, 건강에 현저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고 ②전국적 및 급속한 만연에 의해 국민생활 경제에 기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정부 간부는 구체적으로 “하루 수백명의 감염이 확인되거나, 의료체게 붕괴나 감염경로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도시 봉쇄를 불쑥 시사한 고이케 지사의 발언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6일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6일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쿠치 도모하루 도쿄도 종합방재부 정보총괄담당과장은 도쿄신문에 “고이케 지사가 말한 도시 봉쇄는 긴급사태를 선포했을 때, 각 지사가 주민을 상대로 요청할 수 있는 외출자제 등에 의한 봉쇄를 의미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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