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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에서 '키득키득'···'미국판 김현아' 코로나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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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종 코로나 전사'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장. [AP=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 전사'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장. [AP=연합뉴스]

 
한국에 ‘코로나 전사’ 김현아 간호사가 있다면 미국엔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선 인물들이다. 김현아 간호사와 수많은 한국 의료진이 현장에서 분투 중이라면, 파우치 박사는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 수습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꾸린 백악관의 신종 코로나 태스크포스의 실질적 리더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 섞인 예언에도 가차 없이 반박을 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기인 ‘트위터 해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존재감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 TF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을 하는 뒤로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 TF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을 하는 뒤로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우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의 소장이다. 올해 79세인 그는 NIAID의 소장만 1984년부터 맡아왔다. “최고의 전문가”(뉴욕타임스) “미국이 가진 유일한 위안”(CNN) “미국이 존경하는 진정한 전문가”(폴리티코) 등의 찬사가 쏟아진다. 트럼프 대통령마저 “대단한 방송 스타”라고 칭찬할 정도다.
 

파우치의 무기는 숫자ㆍ팩트ㆍ연륜  

 
파우치 박사의 무기는 차분한 성격과 전문성이다. 희망 섞인 예측이나 절망적인 전망을 쏟아내지 않는다. 숫자와 팩트에 연륜을 버무린 그의 코멘트는 진영을 막론하고 미국인에게 길잡이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내 지식을 갖고 미국 국민을 현혹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한다. ‘꼰대’와는 거리가 먼 진정한 전문가의 면모를 선보이는 데 미국이 열광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정정하거나 반박하는 등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 일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독감 사망자만 8000명”이라며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발언을 했다. 파우치 소장은 바로 다음 날 하원의 요청으로 정부감독위원회에 출석해 “신종 코로나에 감염은 됐으나 진단을 받지 않은 추정 환자를 포함할 경우 최종적 치사율은 1%에 근접한다. 계절성 독감은 0.1%이니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이 최소 10배 높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AF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이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은 치사율이 9~10%였는데, 신종 코로나는 이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확산이 더 잘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료제가 곧 만들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자 “임상시험에 최소 1년이 걸리기에 백신은 몇 달 내에 시판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대통령의 언급을 반박하거나 정정하는 것은 금기다. 모든 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은 이제 공식처럼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핵심 측근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 고문이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잘 지내기 위해선 “파도를 만드는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모들은) 그 파도 위에서 멋들어지게 서핑을 하면 된다”고 말한 바도 있다. 주인공은 항상 트럼프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기자회견을 하는 옆에서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기자회견을 하는 옆에서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파우치 소장은 돌연변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가 발언하는 동안 뒤에 서서 얼굴에 손을 갖다 대거나 웃음을 참는 듯한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파우치 소장은 “목이 따끔해서 그랬다”라거나 “입에 물고 있었던 사탕이 목에 걸린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라는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파우치 소장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상황에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ㆍCNN 등의 23일(현지시간) 보도였다. NYT는 “파우치 소장이 반(反) 트럼프 진영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트럼프의 (파우치에 대한) 인내심도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백악관 당국자들을 인용한 기사였다. 파우치 소장을 해고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다. 이날 백악관 일일 브리핑엔 매일 등장하던 파우치 소장이 나타나지 않아 이런 의구심을 더 키웠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달 26일 하원에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달 26일 하원에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 [AFP=연합뉴스]

 
이를 의식해서였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인 24일 파우치 소장을 칭찬하는 트윗을 올렸다. “토니(파우치 소장의 이름인 앤서니의 애칭), 고마워”라는 내용이었다. 또 보수 성향의 트위터 사용자가 파우치 소장이 얼굴에 곤란한 듯 손을 갖다대는 사진과 함께 “우리와 파우치는 하나다”라는 글을 올리자 이를 리트윗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와 협조가 잘 된다는 점을 홍보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파우치 소장 본인에게도 대통령과의 갈등은 편치 않다. 그는 폴리티코에 “대통령과 전쟁을 벌이고 싶은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해선 “진정세 접어들었다” 긍정 평가  

 
파우치 소장은 한국의 신종 코로나 대처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 15일 한국의 신종 코로나 현황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발병 곡선이 정점에 이르렀다가 지금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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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소장은 코넬대를 졸업한 뒤 감염학에 헌신해왔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 NIAID 소장을 맡으면서 에이즈(AIDS)와 사스ㆍ에볼라 바이러스 등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했다. 2003년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에이즈 치료를 위한 대통령 긴급 계획을 구성하며 전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정작 파우치 소장 본인도 신종 코로나 고위험군이다. 79세라는 나이 때문이다. “본인 건강은 걱정 안 되는가”라고 묻는 NYT 기자에게 파우치 소장은 “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이다”라고 답했다.  
 
25일(현지시간) CNN 크리스 쿠오모 앵커와 대담 중인 파우치 소장.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N 화면 촬영]

25일(현지시간) CNN 크리스 쿠오모 앵커와 대담 중인 파우치 소장.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N 화면 촬영]

 
그럼에도 파우치 소장은 희망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그는 25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낙관적일 수 있는가"라고 묻는 크리스 쿠오모 앵커에게 이렇게 답했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은 내가 스스로 택한 삶이다. 절망적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교훈이다.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 변종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교훈을 얻고 잘 대처한다면, 희망이 있다. 대처는 잘 하되, 조심스럽게 희망을 계속 가져가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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