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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드 칼럼] 감염자 없다는 북한도 코로나19 때문에 괴롭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지난 칼럼에 필자는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맞닥뜨릴 정치적 위험에 관해 썼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북한 내의 바이러스 확산 여부를 알 수 없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며 ‘청정지역’이라고 한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 다음 달 10일에 북한 각지에서 온 고령의 인사들을 한 건물에 소집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 끊겨 생필품 가격 급등하고
미사일 쏘아도 국제 사회 무반응

전문가 의견은 상반된다. 지난 16일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이고 사망한 북한 군인 세 명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본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 내 확진자 발생에 대해 “매우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북한이 바이러스 확산을 실제로 막아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각 지역 공무원이 감염 사례를 은폐하고 상부에 허위 보고를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북한은 그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주장했기에 최고인민회의를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코로나19 검사를 할 능력이 없어 확진 사례가 없는 것일 수 있다. 지난 17일 유니세프가 공개한 대북 지원품 목록에는 코로나19 진단 시약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시약을 개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러시아는 북한에 진단 시약 1500개를 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에서는 진단 시약 사용에 대한 보도가 나오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북한 경제는 이미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위성 사진을 보면 북한의 주요 항만 시설은 휴업 상태다. 항구와 국경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부분의 수출이 중단됐고, 필수품도 수입하지 못하게 됐다. 1월부터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주식인 쌀과 옥수수를 비롯한 생필품의 가격이 상승했고, 그 원인이 무역 중단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북한은 수출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북한이 무역로를 폐쇄하기 전에도 중국에서는 수입품 수요가 줄었다. 이 현상은 북한의 주요 수출품이자 중국의 주요 수입 광물인 국제 석탄·철광석 가격의 급락에서도 드러난다. 석탄 가격은 1년 전에는 1톤당 67달러였으나 지난달에는 1톤당 34달러로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7월에는 1톤당 12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최근엔 9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주요 수출품 가격 하락으로 북한에 외화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 정권 기반이 취약해진다.
 
코로나19는 다른 방식으로도 북한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적 반응의 변화다. 지난 2일, 9일, 21일에 북한은 도전적인 성명과 함께 각기 다른 유형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평소라면 국제적 미디어의 보도와 함께 여러 정치적 반응을 끌어냈겠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신랄한 비판만 받는 데 그쳤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골몰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거의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북한의 차후 도발에도 심각한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이달의 미사일 도발은 모두 단거리 미사일 실험이었고, 모두 무시당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미사일이나 올해 초에 예고한 ‘새로운 전략적 무기’를 실험할 경우 중국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19 퇴치에 전념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 이를 ‘매우 부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일 게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유일한 동맹인 중국의 노여움을 감당하기 어렵다.
 
북한에 설령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을지라도 이 바이러스 때문에 북한 경제는 한층 쇠퇴했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강한 도발을 마음먹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금 북한 집권층은 그 누구보다도 코로나19를 혐오하고 있을 것이다.
 
존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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