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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코로나로 감추고 싶은 치부

서승욱 도쿄총국장

서승욱 도쿄총국장

“그들은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재조사하지 않겠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2~3년 전 일본을 뒤흔들었던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 그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의 부인이 이렇게 쏘아붙였다. 최근 새롭게 공개된 남편의 유서에서 권력 앞에 비굴했던 관료사회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재조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남편의 죽음이 너무나 억울한 부인이 ‘넌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받아친 것이다. 2016년 일본 정부는 감정가의 8분의 1만 받고 오사카의 국유지를 모리토모 사학재단에 팔았다. 한때는 정권의 숨통을 끊을 뻔했던 특급 이슈였다. 아베 총리의 부인이 국유지에 들어설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에 취임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권과의 유착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2018년 3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재무성의 지부인 오사카 긴키재무국 직원 아카기 도시오(赤木俊夫·당시 54세)다. 재무성이 모리토모 관련 문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아사히 신문에 대서특필된 지 닷새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18일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공개된 유서엔 ‘재무성 이재국장 사가와 노부히사의 지시로 2017년 2월 26일 긴키재무국의 문서 위조 작업이 시작됐다’고 적시됐다.
 
글로벌아이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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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나와 내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2017년 2월 17일)고 밝힌 지 9일 뒤였다. 그 말에 모든 걸 끼워 맞추기 위해 관련 문서에서 총리 부인 관련 부분을 빼는 위조가 시작됐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거짓에 거짓을 덧씌웠다. (재무성)본부는 도망치고, 긴키재무국이 책임을 졌다. 무섭고 무책임한 조직이다. 이것이 재무관료 왕국, 마지막에 꼬리가 잘리는 건 하부조직이다.’
 
증오와 자책에 휩싸인 유서 속 절규는 정권과 관료사회에 꽂는 비수다. 그러나 아베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이해하지만 재조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코로나와 도쿄올림픽 연기에 쏠려있다. 거대한 코로나 쓰나미를 방패로 아베 총리는 도망치고 있다.
 
어디 일본만의 문제일까. 내로남불의 극치였던 조국 사태도, “우리 윤 총장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이 엄정하게 해달라”고 했다가 돌변해 ‘윤 총장님’의 손발을 잘랐던 한국 정권의 행태도 옛날이야기처럼 가물가물해졌다. 메르스를 거치며 단단해진 한국의 방역 토양이 모두 현 정권의 업적인 양 바람도 잡는다. 코로나에 가려져선 안 될 일이 참 많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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