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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태영호 "탈북선원 북송 충격에 출마" 지성호 "꽃제비가 의원 되면 그게 기적"

탈북자 출신 태구민(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대한민국 자본주의 1번지인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는 분단 이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최초의 탈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장세정 기자

탈북자 출신 태구민(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대한민국 자본주의 1번지인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는 분단 이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최초의 탈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장세정 기자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마스크 줄서기 실태등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장세정 기자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마스크 줄서기 실태등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장세정 기자

북한을 탈출해 한국 땅을 밟은 탈북자는 이미 3만4000명을 넘었다. 그동안 탈북자들의 현실 정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조명철(61) 전 김일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면서 '탈북자 1호 국회의원' 기록을 세웠다.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문재인 정부가 자극한 '탈북자들 총선 출마 러시']
사상 첫 탈북자 주도 독자 정당 창당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도전자 나와
태영호 "강제 북송 방지법 만들 것"
이애란 "북한인권재단 출범해야"
김주일 "탈북자 차별·냉대 없애야"
지성호 "국회 가서 정부 행태 견제"

 그런데 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들의 정치 참여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분단 이후 최초로 탈북자들이 주도해 독자 정당을 창당하고, 사상 첫 지역구 후보도 배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3년간 김정은 정권과의 직접 대화에 치중하면서 탈북자들은 스스로 '3등 국민'이란 소외감이 커졌다. 이런 불만이 직접적 정치 참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7월 불거진 한성옥·김동진 모자 아사 사건, 11월에 정부가 탈북 선원 2명을 강제 비밀 북송한 사건의 충격파가 탈북자들의 정치화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탈북자들의 권익을 담아내지 못한 기성 정당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후보 배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쓴 태구민(태영호·58)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는 분단 이후 지역구에 출마한 첫 탈북자다.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태 후보의 첫마디는 "아이고 허리야"였다. 지난 4일부터 열흘 넘게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북한의 테러 협박 때문에 5kg이 넘는 방탄조끼를 입고 골목을 누비다 보니 허리가 제일 아프다고 호소했다. 
 -정치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탈북 선원 2명을 북측 주장만 듣고 이 정부가 강제로 북송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정부의 이런 행위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지난해 12월에 만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했다. 포퓰리즘과 사회주의로 가는 흐름을 막기 위해 나섰다. '살리자 민생경제, 지키자 대한민국'을 외친다."  
 -탈북자의 지역구 출마는 최초다.
 "설 연휴 직후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만났을 때 내 생각을 먼저 물어보더라. 그래서 '출마하면 솔직히 비례가 아니라 지역구에 도전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고 했더니 '본인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더라. 무임승차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선택받아 당당하게 내 발로 국회에 가고 싶었다."
 -탈북 망명, 직장(국가안보전략연구원) 사표, 정계 진출 중에 가족이 가장 반대한 것은.
 "가족과 개인사가 탈탈 털리는 정계 진출을 제일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더 열심히 전화로 유권자를 설득한다."  
 태구민(태영호 전 북한 공사)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가 서울 강남에 있는 함경도 북청군 군민회관을 찾아 월남 세대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태 후보는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의 고향은 함경도 명천이다. 태 후보는 "서울 강남에도 나의 뿌리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태구민(태영호 전 북한 공사)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가 서울 강남에 있는 함경도 북청군 군민회관을 찾아 월남 세대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태 후보는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의 고향은 함경도 명천이다. 태 후보는 "서울 강남에도 나의 뿌리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강남에 뿌리가 없다"는 '김종인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정치 원로의 그런 말씀에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 지난 얘기다. 아버지 고향인 함경도 출신 분들이 강남에 많이 사신다. 수원에도 친척이 사시니 남쪽에도 뿌리가 있는 셈이다."

 -코로나19가 총선 이슈를 압도한다.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를 만드는 대한민국에서 마스크 배급제 한다고 북한처럼 줄 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회주의는 국민을 국가에 예속시켜 노예로 만든다. 무슨 일만 생기면 세금 나눠주기로 국민 길들이는 풍조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자본주의 부자 지역구' 반응은 어떤가.
 "태 공사를 찍어주면 세금 폭탄, 재산권 보호, 재건축 추진, GTX 노선 등 지역 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생존과 직결된 세금 문제가 여기선 제일 크고, 통일에 대한 관심은 그다음이다. 북한에서도 은퇴 직전에 분배받은 집을 가장 중시한다. 부동산에 대한 애착은 남북이 똑같다. 공정한 조세정책 수립 외에도 국회에 가면 강제 북송을 막는 법안을 꼭 만들 것이다."  
북한인권 운동가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후보가 선거에 출마한 동기와 각오를 밝히고 있다.

북한인권 운동가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후보가 선거에 출마한 동기와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애란 기독자유통일당 비례후보는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해왔다. 장세정 기자

이애란 기독자유통일당 비례후보는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해왔다. 장세정 기자

 지성호(38) 미래한국당 비례후보(12번)도 인터뷰했다. 탄광촌 '꽃제비' 출신인 그는 한쪽 발로 1만km를 걸어 탈북했다. 목발을 짚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북한 인권운동가다. 2010년 북한 인권 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489명을 북한 체제에서 구출했다. 
 그는 "평양에 가본 적도 없고 평양냉면도 못 먹어 본 함경도 하층 꽃제비 출신이 남한에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 주민에게는 기적이고 희망"이라면서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선물해 희망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그 많은 예산을 어떻게 썼길래 한성옥 모자가 굶어 죽었는지 규명하고, 탈북 선원을 강제 북송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국회에 들어가 반드시 밝히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애란(56) 기독자유통일당 대변인 겸 비례후보(1번)는 "이 정부 들어 탈북자들은 씹다 버린 껌 같은 존재가 됐다"며 "여당의 예산 삭감으로 차질을 빚은 북한인권재단을 반드시 출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상 첫 탈북자들 독자 정당 창당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탈북자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남북통일당 창당 대회가 열렸다. 탈북민이 주축이 된 최초의 정당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태영호 전 공사도 참석했다.
 안찬일(66)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 폐암 투병 중인 김성민(58) 자유북한방송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창당 주도 인사 중에 북한 조선노동당 출신이 많다고 한다.
 서울·경기·인천·경남·전북 등 5개 광역 시·도에 지역당을 만들었고 24일 중앙선관위에 공식 등록했다. 6000여명의 당원은 대부분 탈북자지만 '남북한 주민의 같음과 다름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이란 취지에 공감한 '남쪽 주민' 300여명도 당원으로 가입했다.
 중앙 당사에서 만난 안찬일 공동대표는 붉은 바탕에 횃불을 새긴 당기(黨旗)의 의미에 대해 "조선노동당을 대체할 통일 준비 정당이자 혁명 정당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주일 남북통일당 비례후보(왼쪽)와 안찬일 공동대표가 횃불을 새긴 붉은 당기를 들었다. 장세정 기자

김주일 남북통일당 비례후보(왼쪽)와 안찬일 공동대표가 횃불을 새긴 붉은 당기를 들었다. 장세정 기자

 -탈북자들이 독자 정당을 만든 이유는. 
 "기성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뭔가 해줄 것처럼 사탕발림 공약을 남발하다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됐다. 제도권에서 우리들의 권익을 스스로 대변하기 위해 창당했다. 북한의 자유화·민주화·시장화를 추구할 것이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남한 주류 사회에 편승해온 탈북자들은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었다. 그들에게 '내일 당장 북한이 무너지면 우리가 맨손으로 고향에 갈 수 없지 않으냐'고 설득했다. 탈북자는 일용직이 많아 생계 때문에 창당 작업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자금도 십시일반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대신 비례후보 3명을 낼 예정이다. 25일에는 기독자유통일당과 정책 연대를 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통일당 비례후보(2번)로 나서는 김주일(45)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 들어 탈북자에 대한 차별과 냉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람이 먼저라는 이 정부가 탈북 선원 2명을 북측 말만 듣고 강제 북송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와 다를 바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남북통일당 김성민 공동대표(왼쪽 셋째)와 기독자유통일당 고영일 대표(넷째)가 지난 25일 총선 정책 연대 합의문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끝이 김승규 기독자유통일당 선대본부장.

남북통일당 김성민 공동대표(왼쪽 셋째)와 기독자유통일당 고영일 대표(넷째)가 지난 25일 총선 정책 연대 합의문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끝이 김승규 기독자유통일당 선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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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장 출신 교회 장로는 왜 탈북자들과 손 잡았나
 김승규(76) 전 국정원장은 교회 장로다. 법조계에서 손꼽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참여 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원장과 법무부 장관으로 잇따라 중용했지만, 본인은 그동안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그런 그가 최근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하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많은 사람이 그의 변신에 놀라워한다. 간첩 잡는 국정원의 수장 출신이 탈북자들과 정치적으로 손을 잡은 이유가 특히 궁금했다.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이유는.
 "오죽했으면 내가 나왔겠나. 노무현 정부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테두리 내에서 일부 '좌 클릭' 했다. 지금은 완전히 사회주의로 가려고 한다. 나라가 걱정이다."
 -뭐가 제일 문제인가,
 "체제 문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만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헌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
 -독실한 신자로 유명한데.
 "이 정부 들어 신앙의 자유 침해도 심각하다. 정부가 만들려는 차별금지법은 교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다. 입법 활동을 통해 생명 같은 신앙의 자유를 지킬 것이다. 500만표를 득표해 10석을 얻는 게 목표다."  
 -탈북자들이 만든 남북통일당과 손을 잡았는데.
 "정책 연대를 할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앞으로 통일 정책 등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좋은 파트너라 생각한다. 지난 19일 탈북자 700여명이 단체로 입당했다. 우리는 자유·민주·통일을 추구한다. 탈북자들의 숙원과 같다. 통일됐을 때 북한 200개 시·군에 가서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할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퓰리즘과 사회주의로 가려는 세력을 막아야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장세정 기자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퓰리즘과 사회주의로 가려는 세력을 막아야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장세정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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