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공익 요원도 보는 개인정보…관청이 ‘박사’ 범죄 방조

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포 피의자 조주빈은 여성들을 협박해 자신의 요구에 따르도록 했다. 위협의 무기는 여성들의 집 주소나 가족 관계 등에 대한 개인정보였다. 조주빈은 온라인상에서 접촉한 여성들에게 이름과 생년월일 등의 기초 정보를 얻은 뒤 이를 이용해 세세한 개인정보를 입수했다. 조주빈 주변의 사회복무 요원(공익 요원)들이 그 일을 도왔다.
 

사회복무 요원 빼낸 정보, 피해자에 올가미 돼
범죄자 인권 중시 정부가 개인 보호엔 뭘 했나

조주빈은 텔레그램 단체방(일명 ‘박사방’) 회원 자격이나 금전을 대가로 삼아 사회복무 요원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그가 확보한 정보는 피해자들에게 올가미였다. 여성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이나 영상이 전달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조주빈은 이 여성들을 ‘노예’라고 불렀다.
 
조주빈의 범행을 도운 사회복무 요원들은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행정 전산망을 통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원칙적으로 사회복무 요원에겐 개인정보 조회 권한이 없다. 업무에 필요한 경우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의 감독하에 제한적으로 접근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마음먹은 대로 정보를 획득했다. 해당 구청과 주민센터 측은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접근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믿기 어렵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임무를 사회복무 요원에게 떠맡기면서 전산망 접근도 통제하지 않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져 왔다는 증언이 속속 나온다.
 
조주빈은 정보 관리의 허점을 노렸다. 결국 허술하고 무책임한 관청과 공무원이 천인공노할 성범죄를 방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이 부분도 명쾌히 규명돼야 한다. 또한 정부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이 확진자의 이름과 소속 회사명 등의 개인정보를 유포했다. 이들은 정보 취득 능력을 자랑하듯 온라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뿌렸다. 공직자의 기본 자세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다. 또 최근 고려대의 한 교직원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중국인 유학생 40여 명에게 ‘한눈에 반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채용 뒤 첫 근무 날의 일이었다.
 
정부는 인권을 존중한다며 수사기관의 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조건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조주빈의 이름과 얼굴도 20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청원한 뒤에야 간신히 이뤄졌다. 그런데 무고한 시민의 개인정보는 사회복무 요원이나 교직원이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정보기술 발달로 개인정보는 곳곳에 모인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관리자들의 인식과 제도적 보호 장치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각성해야 한다. 조국 전 장관 사태 때 연일 피의자 사생활 보호를 주장했던 정부가 그동안 과연 선량한 시민의 개인정보 보호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